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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요비의 <그런 일은>

작사가 윤사라 / 작곡가 이현정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박화요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zRG6B3z8NiY

아니죠 떠나려는 건 아니죠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

나는 믿을게요


오늘은 안 돼요 내 사랑이 이대로는

이별을 감당하기 어려운 걸요

많은 약속을 다 지울 순 없잖아요

아직도 해드릴게 참 많이 있는데


내일 아침엔 더 힘들어질 거예요

어쩌면 며칠밤을 지새우겠죠

언제까지나 곁에 있기로 했잖아요

그대가 아니라면 난 혼자인걸요


- 박화요비의 <그런 일은> 가사 중 -




왜 가까이 있는데도

마음이 이리도

멀게 느껴지는 거죠


내가 뭔가 잘못해서

미워진 건가요

설마 떠나려는 거 아니죠


우리가 했던 많은 약속들

내가 해 주고 싶은 많은 일들

그걸 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생각할 수 있겠어요.

짓궂은 장난 한 번 친 거죠

다시 예전처럼 다가와 웃어줄 거죠


난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요

늘 곁에 있기로 했던 네가 없으면

난 다른 누구와도 만날 수 없으니까요


날 많이 좋아하고 아꼈던

그대를 다시 못 보는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거잖아요




박화요비는 R&B 가수입니다. 데뷔 전 예명이 박노미였다고 하네요. 하하하. 8집을 냈는데 4집까지는 화요비로 활동했고 8집까지는 화요비로 바꾸었다가 최종적으로 박화요비로 돌아왔다고 하네요. 이름을 지은 날이 화요일이고 비라는 단어와 합성어로 탄생했다는 설도 있다고 하네요. 뭐로 불러도 이름만큼은 확실히 기억에 남는 가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운율상으로도 좋은 이름인 듯합니다.

2000년 1집을 냈고요. <그런 일은>은 1집에 수록된 곡입니다. <Lie>라는 곡도 1집에 있죠. 이 곡 말고도 잘 알려져 있는 <어떤가요>는 3집에 수록이 되어 있답니다. 박화요비는 특유의 음색, 일명 보이스 칼라가 독보적인 가수입니다.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많은 후배 가수들에게 커버되고 있는 곡이죠.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이야기로 가 보실까요. 네. 제목 <그런 일이>는 떠나는 이별 상황을 말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되묻는 화법이죠. 믿기 힘든 이별 상황을 <그런 일이>라는 단어에 함축해서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목도 작사가가 짓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부분 칭찬합니다. 하하하.

첫 가사가 '너무나 멀어 보여요/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입니다. 네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심리적, 정서적 거리가 우주만큼 멀어진 상황을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을 우리는 마음이 떠났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 예감을 노래 주인공은 말하지 않아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요/ 혹시 나 미워졌나요'라고요. 이별이라는 단계로 진입하지 않게 작은 일이면 빨리 수습하고 싶어 하는 바람이 느껴지죠. 하지만 상대방의 무응답 속에 입에서 꺼내기 싫은 단어를 꺼내봅니다. '아니죠/ 떠나려는 건 아니죠'라고요.

우려하던 그런 일이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죠. 하지만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상황을 인정하지 못한다기보다는 이로 인해 발생되는 너무나 큰 마음의 충격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거죠. 부정의 영역에서 헤맵니다. 아직 어디 한 번 꼭 가자며 약속한 일들이 너무도 많이 남았고 본인이 줘야 할 사랑의 표현도 다 해주지 못했다면서 하루라도 이별의 시간을 지체시켜 보려고 애쓰죠.

심지어는 '얼마쯤 걸어가다가/ 한 번은 날 뒤돌아 봐 줄 거죠/ 그리곤 다시 예전처럼/ 다가와 웃으며 안아줄 거죠'에서 보듯 짓궂은 장난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담아 봅니다. 어제까지도 자신을 이 세상 누구보다도 아끼고 사랑하던 사람을 다시는 못 보는 상황이 말이 안 된다고 하며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믿는 걸 택하죠.

아무리 손사래 치며 부정을 해도 이별 상황이 전혀 바뀌지 않자 부정에서 수용으로 전환됩니다. '내일 아침엔 더 힘들어질 거예요/ 어쩌면 며칠 밤을 지새우겠죠'라는 가사가 그리 보입니다.

마지막 가사는 '언제까지나 곁에 있기로 했잖아요/ 그대가 아니라면 난 혼자인걸요'입니다. 떠난 사람에 대한 원망이 담겨 있네요. 동시에 다시는 사랑이란 걸 할 수 없을 것 같은 애처로운 자신의 처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다 보니 '그런 일이 내게도 일어나고 말았어' 정도가 부제가 될 듯합니다.

저는 제목을 곰곰이 드려다 보다가 우리 삶에서 <그런 일이>가 아니라 <그런 일도>라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나한테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또 이별 말고도 우리 삶엔 무수한 악재가 쉴 새 없이 발생하니까요. 그때마다 <그런 일이>라고 읊조리기보다는 <그런 일도>라고 말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좋지 않겠냐 하는 생각 말입니다.

흔히들 자신의 존재는 타인의 존재에 비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오만이죠. 하지만 인생을 좀 살아보면 나란 존재가 지구상에서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 특별한 존재들로 구성된 세상이라면 누구도 특별할 것 없는 세상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한테 관심이 없다.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며 살자' 이런 식으로 생각을 전개하게 됩니다. 네. 그렇습니다. 특별한 존재인 나에게 어떻게 그런 일이가 아니라 특별하지 않은 나니까 그런 일도 벌어진 거구나라고 생각 전환이 필요한거죠.

여러분들은 이별과 같은 악재의 순간에 <그런 일이> 파가 되시렵니까? <그런 일도> 파가 되시렵니까. 하하하.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서인지 어제보다 훨씬 글 쓰는 일이 수월해진 일요일입니다. 오늘은 오후에 그동안 진전이 없었던 <참을 수 없는 가벼움>2에 한 편의 글을 올려 볼 생각입니다. 본의 아니게 음악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을 얻어서 이직에세이를 쓰는 게 좀 뻘쭘하기도 하지만요. 하하하. 그럼 이따가 다시 뵙겠습니다. See you. Coming Soon- (NO.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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