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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의 <혼자만의 사랑>

작사 한경혜

by GAVAYA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오늘의 주인공은 '김태영'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UC7 kNkK6 FKI? si=0M-0D-brNWz7 P-jT

내 지친 이 가슴속을 누가 위로해 줄까


혼자만의 사랑으로 남은 나


추억은 이쯤에서 접어야만 하는 거야


아픔은 혼자만의 몫인걸


아픔은…


- 김태영의 <혼자만의 사랑> 가사 중 -




김태영은 1994년 데뷔했습니다. 그전까지 300여 편의 CM송을 불러 광고업계에서는 유명했다고 하네요.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그 옛날 MBC TV 드라마 <종합병원> OST에 수록된 곡이자 그녀의 첫 솔로 앨범 6번째 트랙에 삽입되어 있는 곡입니다.

사실 이 노래는 번안곡입니다. 미국 가수 샌디 패티가 부른 찬송가 <Via Dolorosa>에 한경혜 씨가 가사를 붙은 것이죠. 이 노래의 제목인 <Via Dolorosa>는 우리말로 '고난의 길'이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이 노래가 드마에 실리면서 히트를 했지만 좋은 일은 나쁜 일과 함께 오는 법이라고 했던가요.

원래 1집이 2달 먼저 나왔는데 레코드사가 판매 프로모션을 등한시했고 OST 음반을 밀었다고 하네요. 그에 대한 대응으로 그녀는 방송 출연을 거부했고, 얼굴 없는 가수가 되고 말았다는 후문입니다. 그래서 그녀의 1집 앨범은 중고 시장에서조차 쉽게 구할 수 없게 되었답니다.

그녀는 클론의 <돌아와>로 재기에 성공하는데요. 그때 가수 박미경 씨를 연상시키던 시원한 목소리가 그녀였다고 하네요. 헉. 2000년 김창환 프로듀서와 함께 2집을 어렵사리 발표합니다. 1집 때 당한 설움이 억울해서인지 <혼자만의 사랑>을 다시 2집에 수록했습니다. 2002년 3집과 2004년까지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그 후로는 종적을 감춰서 싱어게인 같은 프로그램에서 리스너들의 소환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혼자만의 사랑'입니다. 네 이별곡이고요. 이별 후에도 상대를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혼자 사랑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 노래 원곡의 제목이 <고난의 길>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이 보다 더 큰 고난의 길은 없겠죠?

'이젠 너의 모든 것을 지워야겠지/ 더 짙은 어둠의 숲 저 밖으로/ 지금까지 사는 건/ 너 있는 추억 때문이었지'가 첫 가사입니다. 가사가 비장합니다. 상대의 모든 것을 지우려고 하는 화자. 다시는 소환할 수 없는 곳으로 지금까지의 기억을 내다 버리려고 하고 있죠. 지금까지 그것 때문에 살아왔으면서 말이죠.

'어느새 난 너의 짐이 되어 있었던 거야/ 다신 우연히도 만나지 말아/ 가슴에서 죽어갈 끝이 보이지 않았던 그리움' 부분입니다. 화자는 자신이 상대에게 어느새부턴가 짐이 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계를 끊고 우연히라도 만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대를 향한 그리움은 화자의 가슴에서 들끓죠. 시간이 흐르면 조금은 완화되겠지만 그리움과의 싸움은 기약이 없는 상황입니다.

2절을 볼까요. '이젠 모두 지난 강에 떠나보내야 하는/ 너를 뒤로 한 채 돌아 선거야/ 주체할 수 없었던 눈물의 끝을 감추면서' 부분입니다. 지금까지의 시간을 흐르는 강물에 띄어 보냅니다. 한 번 흘러간 강물이 다시 돌아오지 않듯 등을 돌려봅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서글퍼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립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 내 지친 이 가슴속을 누가 위로해 줄까/ 혼자만의 사랑으로 남은 나/ 추억은 이쯤에서 접어야만 하는 거야/(누구의 가슴으로 기대어 살까)/ 아픔은 혼자만의 몫인걸 아픔은…' 부분입니다. 이제 사랑은 떠나갔고 화자 홀로 남았습니다. 상대가 없는 사랑은 '혼자만의 사랑'에 불과합니다. 스스로 아픔을 다스려야 하는 일만 남은 셈이죠.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만의 몫이 된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만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음. 오늘은 가사 중 '아픔은 혼자만의 몫인걸 아픔은…'에 착안해서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자녀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건강과 공부 따위는 부모가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이니 잘 알아서 혼자의 힘으로 지켜내야 한다고요.

우린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도 대신해 줄 없는 수많은 것들을 홀로 감당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고독한 존재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네요. 주변에 사람이 많고 적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만이 할 수 있는 독립된 과제들을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뭐니 뭐니 해도 건강입니다. 같이 사는 사람이 좋은 음식과 편안한 휴식 장소를 마련해 줄 수는 있지만 몸을 움직여 에너지를 태우는 건 자신의 의지로만 가능한 일이죠. 옆에 비서가 하루 종일 붙어서 지적질을 하며 건강에 주의를 줄 수도 있습니다만 그 말을 듣고 실행하는 것은 자신의 몫입니다.

다음은 맘이죠. 기쁘고 슬프고 울고 웃고 뭐 이런 감정들이야 말로 이 노래처럼 혼자의 몫이 경우가 많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같은 상황을 보고도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우는 상황이 연출되곤 합니다. 바로 스포츠 경기가 대표적이죠. 자신이 응원하고 지지하는 팀의 승패에 따라 양쪽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립니다.

잠깐 옆길로 새면요. 제가 최근에 책을 읽다가 눈이 잠깐 멈친 한 내용이 있었는데요. 감정에도 위계가 존재한다는 것이었죠. 이게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스스로 만들어낸다고 생각해서 나만 잘하면 좋은 감정을 잘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사는데요.

그런데 회사 같은 곳에서 상사와 이야기를 할 때는 자신의 감정을 100% 드러내기가 어려운 환경이죠. 상사에게 분위기를 맞춰주기 위해 거짓 감정을 끌어내서 쓰게 됩니다. 뭐 친한 사이라도 100% 자기의 감정을 드러 기는 힘들 겁니다. 100%에 가장 가까운 관계라고 봐야 맞겠죠.

어찌 보면 우리의 감정은 나 혼자 있는 순간조차 누군가를 의식하게 되는데요. 과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순간이 살면서 얼마나 있을는지도 의문이 드네요.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고 공감을 받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감정들은 자신이 소화해야 하는 것이 우리 인생이죠.

이 노래에서 화자는 '혼자 남은 슬픔'을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으로 꼽고 있습니다. 슬픔의 원흉이 떠난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돌아오는 것 외에는 그 슬픔을 다스릴 마땅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죠. 물론 대부분은 그런 암울한 시간을 버텨내며 그 감정이 좀 옅어지고 그 사이에 나도 모르게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파고드는 다른 사랑을 경험하게 되지만요.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갖게 되는 '혼자만의 몫'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몸이 문제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감정의 영역이 훨씬 다양하고 그 범위가 넓은 듯합니다. 다른 누구와 도움을 주고받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자신이 최종적으로 행해야 하는 어떤 것들 말이에요.

여러분들은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것들'로 무엇을 꼽으시겠습니까? 몸과 마음 외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어제는 브런치를 올리면서 한 단락 정도가 날아간 글을 올리고 말았네요. 쩝. 그동안 워낙 많은 일들이 있어서 이제 그쯤은 웃어넘깁니다. 글을 쓰는 일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본다면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것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어제의 해프닝이 '혼자만의 슬픔'이 되는 것도 그런 이유겠죠?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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