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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의 <화개장터>

작사 김한길 작곡 조영남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조용남'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AbTvTVLq3 J8? si=bNk929 FT8 Ildi0 Re

구경 한 번 와 보세요


오시면 모두모두 이웃사촌


고운 정 미운 정 주고받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화개 장터


- 조영남의 <화계장터> 가사 중 -




조영남은 1968년에 데뷔했습니다. 황해도 출신으로 1.4 후퇴 대 충청남도로 이주합니다. 중학교 졸업 후 서울로 상경해 한양대학교 성악과에 입학하죠. 하지만 2학년 때 자퇴를 하고 1964년 서울대 성악과에 입학했는데 1968년 서울대도 자퇴합니다. 미 8군 오디션을 보고 알바를 했는데 수입이 너무 좋아서였다고 하네요. 하하.

1968년 1집 <딜라일라>를 발표하며 대중가수로 전환하죠. 그에게는 성악을 접고 상업가수가 되는 일대의 사건이었습니다. 1971년 배우 윤여정 씨와 결혼했다가 13년 이후 갈라섭니다. 이후 <체험 삶의 현장>, 라디오 <지금은 라디오 시대>, TV <자니윤쇼> 등에서 활동했습니다. 화가로도 그는 유명하죠. 화투 그림요.

가수 이외의 개인 영역은 늘 어지러웠지만 음악성만큼은 인정할 만합니다. 예술적 재능은 꽤나 훌륭했으니까요. 제작자로서의 능력보다는 노래를 잘하는 가수로서의 능력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한계였지요. 성악에서 다져진 목소리와 쉬운 가사를 우렁찬 발성과 구수한 창법으로 끌어낼 수 있는 게 그의 장점이죠.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그 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곡입니다. <도시의 안녕> <지금>이라는 노래도 있습니다만 임팩트가 이 노래만 못하죠. 이 노래는 친구였던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작사를 했고요. 그가 작곡을 했습니다. 지역감정을 저격한 노래라고 할 수 있죠. 올해 팔순이신데 건강하세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화개장터'입니다. 화개장터는 경남 하동군에 위치해 있습니다. 북쪽으로 지리산을 끼고 있죠. 그래서 남해안의 수산물과 소금, 비옥한 호남평야의 곡물, 지리산의 산채와 목기류가 집결되는 곳이었습니다. 하동포구를 통해 전국으로 제품이 유통되었고 조선 중엽부터 해방 전까지 손꼽히는 시장이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과거 5일장은 상시 시장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 장터엔/ 아랫마을 하동 사람 윗마을 구례 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가 첫 가사입니다. 화개장터를 설명하고 있죠. 전라도와 경상도 사이에 끼어 있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섬진강이 흐릅니다. 위에는 구례, 아래는 하동이 있고요. 5일장이 펼쳐졌죠.

'구경 한 번 와 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 장터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고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 장터' 부분입니다. 지금이야 전 세계 시장에 원하는 제품을 구할 수 있지만 예전엔 시장에 없으면 없는 걸로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겠죠. 왠지 그때 화개장터에서 무언가를 팔던 상인의 배짱이 느끼지도 하네요.

2절을 살펴볼까요? '광양에선 삐걱삐걱 나룻배 타고/ 산청에선 부릉부릉 버스를 타고/ 사투리 잡담에다 입씨름 흥정이/ 오손도손 왁자지껄 장을 펼치네' 부분입니다. 전남 광양은 하동보타 더 남쪽에 있는 동네이고요. 섬진강을 따라 북쪽 뱃길로 화개장터에 올 수 있습니다. 산청은 경남 산청은 화개장터에서 동북쪽에 있는 동네죠. 지리산을 끼고 있어 버스를 타고 와야 하고요. 경상도와 전라도 사람이 뒤엉켜 있으니 사투리가 유독 들리는 장터의 풍경입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구경 한 번 와 보세요/ 오시면 모두모두 이웃사촌/ 고운 정 미운 정 주고받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화개 장터' 부분입니다. 사실 지역적인 경계지점에 위치해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들이 섞이고 공동 생활권으로 묶입니다. 도의 경계가 아니라 국가의 경계를 매일 넘어드는 경우도 지구촌 곳곳에 위치해 있죠. 이들에게는 국가라는 테두리보다 생활권이라는 테두리가 훨씬 강력하게 작용할 듯한데요. 화개장터를 보면서 좌우로 나뉜 동서갈등이 화해를 맞이하는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합니다.


음. 오늘은 '시장(Market)'에 대한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요즘 한 달에 얼마나 시장이나 마트를 찾으시나요? 아마 코로나를 겪으면서 많은 분들이 시장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쿠*과 같은 온라인 매장으로 눈을 돌렸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실제 수치도 그렇게 나오고요.

그래서 예전에 좌우로 좌판을 깔아놓고 물건을 진열해서 깔던 시장을 우린 '전통 시장'이라고 구분합니다. 지역화폐니 온누리상품권 같은것을 도입해서 죽어가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전국적으로 시도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예전에는 먹고사는 식재료를 사는 곳이었는데 요즘은 맛집이나 과거 추억 더듬기 같은 여행 상품적 성격을 띠는 것으로 변화를 하고 있는 듯하네요.

시장은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했죠. 철희 엄마와 영희 엄마가 반찬을 사러 나왔다가 세상 사는 이야기를 꽃피우는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밥 말고 다양한 주전부리 때문에 아이들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따라가는 걸 퍽이나 좋아하기도 했고요. 지금이야 상설 시장으로 늘 운영이 되지만 예전엔 5일장이 많았습니다.

오일장은 말 그대로 닷새마다 서는 장인데요. 조선 전기 때는 일자가 다 제각각이다가 조선 후기에 와서 오일장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고 하네요. 거의 전국에 1,000개가 넘는 오일장이 있다는 고증입니다. 아무래도 다른 지역을 갈 엄두를 못 내던 시절에는 오일장이 열리는 타이밍에 맞춰 보부상들이 찾아와 귀한 물건을 보여주었기에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일상의 작은 축제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아마도 이런 시장이 전통 시장으로 불리게 된 데에는 홈플러*스 같은 대형 마트들이 전국 곳곳에 들어서면서가 아닐까 싶은데요. 골목상권 살리기의 일환으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해 대형 마트들의 격주 휴무제도가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기도 하죠.

대형 마트뿐만 아니라 노브랜*나 대기업 마크를 단 슈퍼처럼 중형 사이즈의 마트들 역시 그들에게는 매우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한 달에 몇 번 묻을 닫게 하는 것만으로는 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긴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죠. 뭔가 차별화된 서비스나 맛집 같은 것으로 모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대형 마트들도 난리를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온라인 매장이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비용들을 없애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죠. 배달앱과 더불어 택배배달원의 근로 조건 등이 이처럼 화두가 된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일명 비대면 상거래가 횡횡해지면서 편리함은 물론이고 경제적 소비까지 할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석이조가 따로 없죠. 이미 오프라인 시장을 기반으로 하던 많은 대기업들이 휘청휘청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류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AI 등을 이용해 자주 사는 상품이나 구매 확률이 높은 상품을 보여주며 연일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는데요. 한 번 이용하면 좀처럼 벗어나기가 힘든 구조를 지니고 있기도 하죠.

다 좋은데 예전 시장을 떠올려 보면 무언가를 사기 위해 혹은 산 물건을 기다리는 긴 인내심이 사라진 듯하고요. 무엇보다도 물건을 사면서 사람을 만나거나 흥정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엿보는 사람 내음이 완전히 전멸하고 있는 것은 참 안타깝습니다. 일명 한국의 정문화의 원조격일 텐데 말이죠.

그래도 당근처럼 쓰지 않는 물건을 거래하는 플랫폼은 참 칭찬해 줄만 합니다. 예전에 어학연수를 갔을 때 Secondary shop이라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던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 이런 방식으로 도입되는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깜놀을 하기도 했네요. 재화를 그냥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바꿔 쓰는 방식 칭찬합니다.

또 팝업샵처럼 쭉 장사를 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테스트하거나 이벤트 성격으로 열리는 마켓도 새로운 유형에 해당되는데요. 여기에 공익성까지 더해져서 선향 영향력을 끼치는 시장의 모습도 꽤나 바람직해 보이고요.

아 참 홈쇼핑을 빠뜨리면 서운하겠네요. 화면을 보고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요. 하하하.

이처럼 오프라인 시장이 온라인 시장으로 전환은 차고 넘치는 재화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일 텐데요. 이 노래의 가사처럼 '있어야 할 건 다 있고요/ 없을 건 없답니다'라고 고객에게 호기를 부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그러니 어떻게든 소비를 일으키는, 심지어는 빚을 내서라도, 메커니즘이 실시간 작동 중입니다.

자본주의 시대에는 소비가 그 사람을 말해준다는 아주 살 떨리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우리 개개인이 많은 유형의 시장 중 어디를 주로 이용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참 흥미로울 거라 생각되네요. 재화의 마켓은 시대에 따라 변화를 꾀하더라도 그 속에 담긴 마음의 마켓은 어떻게 살려가야 할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외국에 나갈 때마다 시장을 둘러보는 것이 하나의 코스로 짜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시장을 들여다보면 그 지역 사람들은 주로 무엇을 거래하는지를 알 수 있죠. 특히 먹거리 같은 거요. 물가도 확인 가능하고요. 시장에는 그 동네 사람들이 살아온 세월이라는 무형의 가치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가끔은 동네 시장을 찾아서 그들을 응원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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