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박주연 작곡 최성원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덕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9 XT5 Kfsicm4? si=fGKFbZ51 JNIRS6 AT
널 만났다는 건
외롭던 날들의 보상인 걸
그래서 나는 맞이하게 된 거야
그대라는 커다란 운명
- 이덕진의 <내가 아는 한 가지> 가사 중 -
이덕진은 1992년 데뷔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홍역을 심하게 알아서 학교를 1년 쉰 까닭에 초등학교 때는 내성적인 소년이었고 틈만 나면 책을 보는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중학교 때 '이치현과 벗님들' 공연을 보고 감탄하며 충격을 받았다고 하고요. 고등학교 때는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고자 다양한 동아리에 가입해서 성격 개조를 시도합니다. 하하하.
고등학교 때부터 '야상마'라는 밴드에 가입했고, 1986년에는 팝 밴드인 '푸른 하늘'을 만들었고, 이후 메탈 그룹의 리드보컬로 언더그라운에서 활동했습니다. 1990년 제대를 하고 멤버를 꾸리려 했으나 여의치가 않자 자작곡을 만들어 여러 음반사의 문을 두드립니다.
들국화 멤버인 최성원을 찾아갔고 목소리가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곡을 써주겠다는 말을 들었는데, 바로 그 곡 중 하나가 오늘 소개해 드릴 곡입니다. 이 곡은 그렇게 탄생한 것이죠. 테리우스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아역탤런트로 TV 어린이 드라마에 출연한 적도 있고 CF 모델 경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얼굴은 꽃미남이지만 언더그라운드를 누비면서 많은 공연을 했던 그는 라이브도 거뜬히 소화하고 거친 헤비메탈을 좋아했습니다. 1집의 성공으로 1993년 2집과 1994년에 3집을 발매했으나 1집만큼의 반향은 없었습니다. 1995년 메탈 그룹 '사자후'를 재결성, 왕성한 라이브 활동을 이어갔죠.
2001년 프로젝트 밴드 '노 페이트'를 결성해 정규 1집을 발매했고요. 2011년부터는 락밴드 '제라'를 결성, 홍대 등지에서 활동한 바 있습니다. 2014년 <콘서트 7080>, 2015년 복면가왕에 출연한 바 있습니다. 최근엔 소고기 전문점을 오픈했다고 근황이 전해지네요. 팬들과의 만남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내가 아는 한 가지'입니다. 굉장히 의미심장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랑과 이별에 대해 알고 있는 한 가지를 전하는 곡인데요. 가사가 생각보다 깊이가 있는 듯하네요. 함께 보시죠.
'살아가는 동안 한 번도 안 올지 몰라/ 사랑이라는 감정의 물결/ 그런 때가 왔다는 건 삶이 가끔 주는 선물/ 지금까지 잘 견뎌왔다는'이 첫 가사입니다. 전 이 가사에 십분 동의합니다. 누구나 사랑을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생각보다 쉽게 찾아오질 않습니다. 불현듯 자신도 모르게 찾아오는 사랑은 '삶이 지금까지 잘 견뎌왔다고 가끔 주는 선물'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드네요.
'널 만났다는 건 외롭던 날들의 보상인 걸/ 그래서 나는 맞이하게 된 거야/ 그대라는 커다란 운명' 부분입니다. 혼자 방바닥을 수없이 긁다가 만난 사랑은 외롭던 날들의 보상과도 같습니다. 가뭄에 콩 나듯 그렇게 찾아온 사랑을 우리는 운명이라고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이유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이 세상의 무엇 하나도/ 나를 꺾을 수는 없겠지만/ 너의 뜻대로 살아가는 것만이/ 내가 아는 한 가지' 부분입니다. 이 세상 아무것도 화자의 마음을 꺾을 수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뜻대로 살아가는 일이 화자가 아는 유일한 한 가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랑하는 사람의 뜻이라는 이별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각자의 길을 가자는 뭐 이런 느낌이네요.
이어지는 2절 가사를 보면 '네가 원하는 건 나 또한 원하는 거야/ 이미 나는 따로 있질 않아/ 이별이라는 것 또한/ 사랑했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추억일지 몰라' 부분이 나오는데요. 그 한 가지를 깨달은 이유를 설명하는 것 같은 가사입니다. 사랑을 해 본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을 이별이라 말하고 있죠. 사랑한 사람의 뜻이라는 것이 바로 화자가 이별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것이었을까요?
음. 오늘은 '그런 때가 왔다는 건 삶이 가끔 주는 선물, 지금까지 잘 견뎌왔다는'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랑은 위대합니다. 그 희박한 가능성을 뚫고 서로를 이어주는 마법이니까요. 금사빠처럼 드라마만 봐도 금방 사랑에 빠져 버리는 사람도 있겠으나 깊고 아름다운 사랑은 생각보다 그렇게 자주 찾아오질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선물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분들은 언제 선물 같은 사랑을 경험하셨나요? 지금도 진행 중이신 분들도 있겠죠. 축하드립니다. 한 때 사랑을 하다가 헤어진 후유증을 몇 번 겪고 나니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처럼 백해무익한 것이 없다는 철없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 동안은 사랑 근처에도 안 가려고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했던 그런 젊은 날이요. 하하하.
사랑과 관련해서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다는 멋진 표현이 있습니다. 사랑은 오는 일도 그만큼 힘들어서 굳이 찾아온 사랑을 거부할 이유가 없죠. 또한 마음이 떠난 이의 바지끄덩이를 붙들어 봐야 그게 먹힐 리가 만무합니다. 그래서 그런 금언이 나왔겠죠.
예전에도 말씀드린 바 있는데, 꼭 사랑을 이성으로만 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반려견이나 반려묘도 될 수 있고요. 말 못 하는 돌멩이도 가능합니다.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생각이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그건 다 사랑입니다. 자기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경우도 괜찮고요.
문제는 사랑하는 감정이 있느냐 없느냐지 뭘 사랑하느냐는 그다음인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격하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축복이죠. 저는 대부분의 드라마를 생방송으로 보지 않습니다. 드라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연기자의 연기라면 정주행을 타야겠지만 저는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중시하기 때문에 어떤 설정에 어떤 스토리가 깔리느냐를 보죠. 그래서 2시간 몰아보기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드라마가 미치도록 재미있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일명 명드라마라고 사람들의 입담에 오르는 경우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시간까지 딱 맞춰 정주행을 합니다. 이 정도 되면 그 드라마를 격하게 사랑한다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이런 드라마는 1년에 몇 개 되지 않습니다. 1~2개 정도가 고작이죠. 드라마 사랑도 이 정도인데 사람이나 이성을 대상으로 한 사랑은 그보다 더 확률이 희박하겠죠.
요즘 프로야구에 재미를 다시 붙였습니다. 원래는 두산 팬이었는데 요즘은 한화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가을 야구를 보고 싶은 저의 치졸함이 낳은 결과입니다. 하하하. 지역으로 보면 한화를 응원해야 하는데 두산이 OB시절 충청도를 연고로 했기 때문에 그만큼 의리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두산에서는 못 느꼈던 감정이 한화에서는 느껴집니다. 요즘 함박웃음을 짓는 한화팬을 보면 '그런 때가 왔다는 건 삶이 가끔 주는 선물, 지금까지 잘 견뎌왔다는'이라는 가사가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1999년 가을 야구를 한 뒤로 무려 25년 동안 땅굴만 팠던 팀이거든요.
그런 팀이 최근 경기를 보면 질 것 같지 않은 팀이 되어 가고 있는 듯합니다. 류현진이 돌아온 것도 돌아온 거고 외국인 투수 장사도 잘했고 김서현이라는 마무리도 최강이고요. 되는 집은 뭘 해도 된다는 말처럼 그동안의 세월이 이러려고 그랬던 것인가 할 정도의 생각이 들거든요. 연예인들 중에도 한화팬이 유독 많은데, 그동안의 설움과 한이 모여 지금의 상황을 연출시킨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하하. 축하드려요.
매년 한화가 우승후보로 꼽힌다면 아마 이러지 않았겠죠. 지금까지 한화팬을 이탈하지 않고 잘 견뎌왔기 때문에 받는 선물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화팬들 몸에서 사리가 나와도 몇 번을 나왔을 세월이거든요. 그래도 한화라는 팀을 사랑하는 마음을 놓지 않고 있어서 그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겠죠.
여러분. 여러분에게 사랑이 찾아오거들랑 뒤도 돌아보지 말고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세요. 후회는 사랑이 식은 다음에 하시고요. 주변에서 보면 그토록 없던 사랑이 언젠가 복수로 밀려오고 그 시간이 흐른 다음엔 파리만 날리는 거 많이 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하하하.
한화팬과 사랑은 참 닮은 꼴이라는 생각입니다. 덮어놓고 올해는 한화를 응원해 보렵니다. 그냥 옆짚에서 지켜봤던 1인이었지만 이 노래의 '그런 때가 왔다는 건 삶이 가끔 주는 선물, 지금까지 잘 견뎌왔다는'이라는 가사를 읊조리면서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보다 뭔가 일어나는 것이 낫다는 Soming better than Nothing이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사랑과 이별도 그렇게 바라보면 어떨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