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박진영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오늘의 주인공은 '인순이'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VT4 pYTYEQ9 I? si=eo1 J59 fax5 uLcNny
또 또 그렇게 그렇게
널 너마저 나를 떠나려 하나
나 이렇게 이렇게
또 너마저 보내야 하는 건지
- 인순이의 <또> 가사 중 -
인순이는 1978년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김인순입니다. 3인조 걸그룹 희자매로 데뷔했습니다. 1981년부터 솔로 가수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흑인 주한미국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프리카계 혼혈 한국인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나와 아버지를 본 적이 없는 슬픈 과거를 지니고 있죠. 그녀의 어머니 역시 혼혈아를 낳았다는 이유로 사망할 때까지 친정과 절연하며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이론.
홀아머니 밑에서 고등학교 진학은 꿈도 못 꿨다고 하고요. 그녀를 구원해 준 것은 김완선의 이 모이자 프로듀서인 한백희 씨였습니다. 백댄서로 일하다가 그녀를 무대 위에 세우게 되죠. 그녀가 몸 담았던 희자매는 1970년대 후반 바니걸스, 숙자매와 함께 걸그룹 트로이카로 불렸습니다.
1983년 <밤이면 밤마다>가 히트하며 솔로로 화려한 신고식을 치르지만 1980년대 후반에는 슬럼프가 찾아왔죠. 한백희 씨가 김완선을 데뷔시키면서 관계가 예전 같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후 야간 업소 등을 전전하며 출산과 육아를 병행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그녀의 재기를 알리는 곡이었죠. 트로트 가수를 넘어서 소울 장르에 도전했습니다. 2002년에는 늦깎이로 재즈 공부를 위해 미국 유학을 다녀와 2003년 재즈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2004년 조PD와 <친구여>라는 곡을 발표해 음악캠프에서 3주 연속 1위를 합니다. 2007년에는 카니발의 <거위의 꿈>을 리메이크하면서 인기를 이어가죠.
실력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고요. 그녀의 나이가 이제 곧 70세에 이르는데도 풍부한 성량과 에너지는 대단합니다.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장르를 가장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1인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꾸준한 자기 관리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을 겁니다. 그녀의 열정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또'입니다. 뭔가를 반복한다는 뜻일 텐데요. 눈치채셨겠지만 연거푸 사랑에 실패하는 화자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는 노래입니다. 가사를 함께 보시죠.
'이별의 아픈 그늘에서/ 벗어날 때쯤/ 난 그대를 만났어/ 그대의 따뜻한 품에서/ 상처는 아물었어'가 첫 가사입니다. 사랑으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명약은 또 다른 사랑이었던가요. 화자는 누군가와 이별을 경험하고 죽을 것 같이 아팠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 상처를 보듬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그대의 눈빛도/ 차가워져 가는 걸 느낄 수 있었어' 부분입니다. 하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이별의 기억을 또다시 더듬어야 하는 불행이 찾아옵니다. 새로운 사랑도 끝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죠.
2절을 살펴볼까요. '웃었어 정말 오랜만에/ 그댈 만나서 다시 행복했었어/ 한참을 머물러 있었던/ 어둠을 걷어갔어' 부분입니다. 얼마나 웃지 못했을까요. 한동안 웃지 못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어두운 하루하루를 보내왔던 화자였습니다. 그랬던 화자가 드디어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이대로 영원히 머물고 싶었어/ 또 다른 아픔은 없을 줄 알았어' 부분입니다. 사랑하는 시간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행복한 시간인지라 그 시간에 머물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되죠. 하지만 행복은 불행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온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또 또 그렇게 그렇게/ 널 너마저 나를 떠나려 하나/ 나 이렇게 이렇게/ 또 너마저 보내야 하는 건지' 부분입니다. 한 번의 사랑 그리고 이별 그리고 또다시 사랑 그리고 또다시 이별의 과정을 겪는 화자입니다. 화자는 이쯤 되면 사랑을 하려면 이별을 각오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을 것 같은데요. 영원으로 회귀하는 사랑과 이별을 고리를 어찌 끈을 수 있을까요?
음. 오늘은 제목에서 착안해서 '반복'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학습이 제일 먼저 떠오르시죠?
우린 낯선 무언가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반복 활동을 합니다. 한 번 볼 땐 뭔 뜻인지도 몰랐던 것들이 두 번 세 번 볼수록 뜻도 알고 좀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가 강한 기억으로 새길 수도 있죠.
반복은 해내면 자신의 몸에 체화되어서 어디에 가지도 않고 처음 하는 사람에 비해 너무도 손쉽게 그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하지만 그 정도 단계까지 가려면 지난한 시간과 꽤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죠.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바로 그런 사람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반복은 좋은 일에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 반대도 가능하죠. 이 노래에서 화자가 말하는 '또'가 바로 그런 예입니다. 이별 후의 이별이니까요. 우리는 좋지 않은 일이 계속해서 반복될 때는 '내가 뭘 잘못했나? 뭐가 잘못된 거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에서죠. 혹시 놓친 것이 있지 않은지 주변을 두리번거려보면서 반복의 끈을 끊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반복은 같은 것을 계속하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 삶에서는 같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 노래에서 말하는 첫 번째 이별도, 두 번째 이별도 속성이 유사하다는 것이 사귄 사람이 다르고 사귄 시간도 다르고 등등. 한 마리도 같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의 일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제와 오늘이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은 어제와 오늘의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어제와 오늘이 반복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어제와 똑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똑같은 시간에 잠을 자더라도 그날그날 컨디션은 사뭇 다른 법이죠.
소소한 일상에서 차이를 찾지 못하면 우린 반복이라는 매너리즘의 굴레에 놓이게 되죠. 사랑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은데요. 어떤 시각에서 보면 세계인들의 사랑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불과할 수 있죠. 물론 그러다 많은 커플들이 이별을 겪게 되고요.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사랑은 이별의 반복의 굴레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첫사랑과 끝 사랑이 유사하다면 그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연상도 있을 거고 연하도 있을 거고 학창 시절 만난 연인도 있을 거고 선으로 만난 인연도 있을 거잖아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옛 여인과 비슷한 얼굴을 한 사람에 끌리는 설정이 있는데, 설사 생긴 모습이 비슷하다고 짝퉁이 원조를 넘볼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멀리서 보면 다 비슷비슷해 보여도 가까이에서 보면 뭐 하나 같은 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랄까요.
헤어짐을 뜻하는 이별이라는 단어를 선택하는 순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성격이고 어떤 추억을 함께 했는지는 중요해지지 않죠. 어떤 이유로 헤어졌는지, 헤어짐의 모습은 어땠는지, 헤어진 다음의 마음은 어떠했지 등을 들여다보면 같으래야 같을 수 없을 겁니다.
우린 반복을 배우면서 차이도 함께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계절은 반복되지만 어느 해는 여름이 생각보다 일찍 오는 경우도 있고 올해처럼 퍽이나 선선한 해도 있죠. 반복 속에서 차이를 찾아내는 힘이 결국 우리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가수들의 노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 가수가 한 장르의 노래를 쭉 부르면 반복일 수 있죠.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사연과 새로운 창법 같은 것이 차이를 만듭니다. 그래서 한 가수의 노래를 질리지 않고 들을 수 있게 되죠. 만약 어떤 가수의 목소리가 질린다면 다른 노래를 듣고 다시 들어보면 차이를 알 수도 있습니다.
반복은 차이에 대한 무지에서 시작된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차이를 알게 되면 세상의 다양성에 놀라게 됩니다. 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을 보게 되니까요.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우리 삶은 상위에서 하위로 내려갈수록 복잡하고 그만큼 재미있습니다. 주변을 겉햛기로 보지 마시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습관을 가져보아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