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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의 <지상에서 영원으로>

작사 강은경 작곡 이태섭

by GAVAYA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오늘의 주인공은 '정경화'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OZHAKHAM_oA? si=9 VaRKSQ7 ObeDh3 F8

https://youtu.be/-jghrx-19Is? si=vUS2 apzdmZgCM1 TS

만일 내가 그대보다 먼저 가


그곳에서 사람들 나를 맞으며


바람처럼 내가 다녀온 세상


어땠냐고 내게 물어온다면


이렇게 말할게 그대 알았던 내 삶


나는 축복받았었다고


- 정경화의 <지상에서 영원으로> 가사 중 -




정경화는 1984년 데뷔했습니다. 프로젝트 앨범에 일부 노래를 부르면서죠. 1989년부터 신촌부르스 객원보컬로 활동했습니다. 1993년 첫 솔로 앨범 <거리에 서서를 발표했고 1996년 두 번째 앨범 <My Blue Dream>을 선보였습니다. 1993년 3집 <Present>를 발매하고요.

그녀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곡은 2곡인데요. 먼저 <나에게로의 초대>라는 노래가 있죠. 이 노래가 두 번째 앨범의 타이틀 곡이었습니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명곡 중 하나입니다. 2001년 가수 김현정 씨가 리메이크를 하기도 했죠. 음료 광고에 삽입되며 음원차트에서 1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곡이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인데요. 2005년 발표한 그녀의 4집 앨범 <화답>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타이틀곡이었고요. 저는 이 노래를 <새 가수>라는 프로그램에서 듣고 <가사실종사건>에서 다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곡 말고 <또 한 번의 계절은 가고>라는 곡을 좋아하시는 리스너들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워낙 독특한 목소리를 소유하고 있어서 모창이 불가한 가수죠. 2016년 MBC 복면 가왕에서 이 노래가 사용되면서 젊은 세대들과 락덕후에게 재소환되기도 했죠. 블루스와 록을 넘나드는 개성이 강한 음색을 구사하고요. 가요사에 반드시 포함되는 가수임은 분명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지상에서 영원으로'입니다. 지상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이나 현재를 뜻하는 듯하고요. 영원은 우리가 죽은 다음의 세상을 언급하고 있는 거겠죠? 지상은 장소를 영원은 시간을 각각 말하고 있습니다. 시공간을 초월하겠다는 다짐 같이 여겨지네요.

'길 잃은 세상 위에 모든 사람이/ 눈물 없길 바라며/ 지금은 비록 우리 멀리에 있지만/ 언제나 그대 가슴엔 내가/ 내 가슴엔 그대 하나/ 소망할 사랑 있어/ 아직 불행하지 않네'가 첫 가사입니다.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과 지금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물리적 떨어짐이 발생했지만 심리적 가까움만 있다면 버틸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 세상에 마지막 밤이 올 때까지라도/ 용서받지 못한 채로 스쳐가도 난/ 다시 그대 마주하기를/ 천국에 푸른 밤이 열리면' 부분입니다. 아마도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뭔가 잘못을 한 것 같네요. 죽어서라도 그것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싶은 마음으로 읽힙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만일 내가 그대보다 먼저 가/ 그곳에서 사람들 나를 맞으며/ 바람처럼 내가 다녀온 세상/ 어땠냐고 내게 물어온다면/ 이렇게 말할게 그대 알았던 내 삶/ 나는 축복받았었다고' 부분입니다. 화자는 먼저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가는 일을 상정해 봅니다. 이 세상에서의 삶이 어땠냐는 질문을 받으면 사랑하는 사람을 알게 되어서 축복받은 삶을 살았노라고 답변할 거라 말합니다.

'혹시 그대 나보다 더 먼저 가/ 세월 지나 내 모습 몰라 보아도/ 사랑했던 지상 위에 기억을/ 아름다운 낙인처럼 남겨져/ 스치며 지날 때 다시 돌아볼 거야/ 먼 기억 속에 나를 찾아' 부분입니다. 만약에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간다면 화자를 몰라보더라도 사랑했던 기억의 힘으로 화자를 찾을 거라 말하죠.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 누가 먼저 떠날 것인지를 가정해 보며 이러쿵저러쿵하는 대화를 이어나가는 경우가 떠오르는데요. 이 노래는 두 사람이 떨어진 상황에서 화자의 입장에서 그런 상황을 가정해 보는 것이 다른 점이죠. 죽음을 떠올릴 만큼 그 사랑이 깊고 애처로운 걸까요?


음. 오늘은 첫 가사인 '만일 내가 그대보다 먼저 가/... 혹시 그대 나보다 먼저 가'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동안 죽음 이야기를 안 했는데요. 하하하. 우리 삶은 언젠가 끝난다는 유한성의 바다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젊다고 돈이 많다고 건강하다고 해서 더 늦게 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죠.

죽음의 불가지성도 있죠. 죽는 것을 누구나 다 알긴 아는데 언제 죽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죠. 유한성의 바다를 헤엄치며 불가지성을 견대내는 것. 그것이 인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흔히들 그런 상상을 해 봅니다. 정리할 시간을 어느 정도 주고 죽는 것과 그냥 즉사하는 버전이죠. 여러분들은 어떤 것을 고르시겠어요? 사람마다 고르는 답이 다르죠. 전 후자 쪽입니다만. 하하하.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죽음은 대상에 따라 크게 3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죽는 것, 내가 아는 누군가가 죽는 것, 그리고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죽는 것 이렇게요. 제삼자의 죽음은 매일 TV를 통해 봅니다. 그런데 안타깝긴 해도 그것 때문에 잠을 못 이루거나 죽을 것 같이 아프다거나 그러진 않죠. 그래서 삽니다.

자신의 죽음을 볼까요. 죽기 전까지는 두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숨이 멎으면 그다음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죠. 뭐 사후 세계 같은 것은 상정하지 않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우리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바로 내가 살아있는데 내가 아는 누군가가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간 경우죠.

이 노래 제목을 빌리자면 나는 지상에 있고 누군가는 영원에 있는 경우가 될 겁니다. 인간은 상상력을 발휘하니까 매일매일 사람이 태어나가고 또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죽음이라는 단어가 우리 모두에게 언젠가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죠. 그래서 조금은 담담히 그 단어를 맞이하고 싶어 집니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나보다 나이로 연장자였다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죠. 물론 나도 어리고 내가 아는 누군가도 평균 수명보다 훨씬 못한 상황에서 그런 문제에 직면했다면 그건 좀 다르겠지만요. 충분히 연장자가 먼저 이 세상을 떠나는 장면을 수없이 봐왔던 것도 영향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나보다 어린 누군가, 자식이나 조카 등의 경우라면 슬픔은 배가 됩니다. 꽃다운 나이에 한 번 피어보지도 못하고 삶을 마감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이루 형용할 수 없죠.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가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들의 부모나 일가친척들의 가슴에는 아직도 그 아픔이 채 아물지 않았을 겁니다.

이 노래처럼 연인이 죽는 상황도 마찬가지죠. 아마도 죽음의 경중을 매길 수 없겠으나 가장 살면서 의지를 많이 했던 사람이었기에 그 상실감 또한 극대화될 거라 여겨지죠. 사랑하던 사람이 마음이 바뀌어 이별하는 상황과 사랑하던 사람 중 누군가가 먼저 가는 상황 두 쪽 다 파괴력이 있죠.

이 세상의 모든 죽음은 심장이나 뇌가 멎는 생물학적 진단으로 끝을 맺지만 한 존재의 죽음은 살아있는 다른 존재에게 영향을 줍니다. 살아가면서 가장 굳건했던 혹은 가장 큰 비중을 많이 차지했던 어떤 이의 죽음은 산 자에게 하루아침에 새로운 설정값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 부름에 응하는 일은 매우 어렵죠. 최악의 경우에는 그게 안 돼서 떠난 이를 따라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씩 사랑하는 사이에 먼저 떠나게 되는 상황을 한 두 번쯤 상상해 보곤 합니다. 너무나 충격이 클 것이기에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를 점검하는 차원이겠죠. 이 노래에서도 만일, 혹시라는 단어에서 보듯 그런 상황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죽어서도 절대 헤어질 수 없는 관계임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죠. 지상에서 연을 맺었지만 영원의 시간을 함께하고픈 인간의 마음이랄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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