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지세희'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F9-D7 aHm3 t0? si=fKebFCQ_wkCF_Wrz
I'm crying in the rain
내게 전부였던 텅 빈 너의 빈자리가
이토록 심장을 도려내듯 아파
I'm still with you
다시 돌아가고 싶어
니가 없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이별을 담아낼 자신 없어
아직
- 지세희의 <아직> 가사 중 -
지세희는 2008년 데뷔했습니다. 막돼먹은 영애 씨 OST <Shining Gril>를 부르면서죠. 이에 앞서 보이스코리아 시즌1에 참여해 TOP4에 안착했습니다. 이때 TOP4가 손승연, 유성은, 유혜인 씨로 가창력에서 좀처럼 밀릴 일이 없는 가수들이었습니다. 그만큼 그녀도 폭발적인 성량을 보유하고 있는 1인이었습니다.
외모가 몰라보게 변했습니다. 살을 너무도 빼버린 나머지 예전의 모습이 기억이 안 날 정도입니다. 당시는 뽀글 파마를 했었는데 생머리로 바뀐 것도 있고요. 2015년 god 편에 나와서 손승연, 이예준과 함께 <촛불 하나>를 불어 우승을 했고요. 히든싱어 4 이은미 편에 나와서 4라운드까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에서도 2번이나 가왕에 오른 바 있습니다. 노래만 들으면 확실한 우승감인 것이죠.
하지만 불운하게도 솔로 음반은 이렇다 할 히트를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20년에 발표된 곡입니다. 소리가 묵직해서 다소 비장함을 전달하는 듯하네요. 활발히 방송출연을 하면서 다수의 OST도 소화하고 있습니다. 외부 공연도 많이 하는 것 같고요.
최근에는 손승연, 유성은, 이예준과 함께 'Take My Hand'라는 새 음원을 선보였습니다. <촛불 하나>를 부를 때 멤버들이 10년 만에 다시 뭉친 것이죠. 너무도 노래를 잘하는 4명이라 한 곡으로는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디 트레이드마크가 되는 솔로곡을 만나 리스너들에게 각인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아직'입니다.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이겠죠. 화자는 어떤 때를 기다리는 것일까요? 이별을 제대로 소화할 시간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과연 얼마의 시간을 보내야 누군가의 이별 감정이 해소되는 걸까요?
'참 오래된 것 같아/ 단 한 번의 계절만/ 다시 돌아온 것뿐인데/ 기억 속 니 모습 흐려진 것처럼/ 식어버린 추억처럼/ 낯설은 이별만 느껴져' 부분입니다. 꼬박 1년이 흐른 듯합니다. 사계절 정도 보내면 이별의 감정이 옅어질 만도 한데 화자는 아직도 그 이별이라는 단어가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2절을 보시죠. '참 멀어진 것 같아/ 단 한 번의 사랑이 끝이 났을 뿐인데/ 이제 너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어진 만큼 멀어진 우리 거리가/ 아프게만 느껴져' 부분입니다. 님에서 남이 되는 이별을 겪을 후 화자는 믿지 못할 만큼 상대로부터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아직 내 안에 지우기엔/ 미련이 많이 남아있어/ 너와 나 함께 울던 영화처럼/ I'm crying in the rain/ 내게 전부였던 텅 빈 너의 빈자리가/ 이토록 심장을 도려내듯 아파/ I'm still with you/ 다시 돌아가고 싶어/ 니가 없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이별을 담아낼 자신 없어/ 아직' 부분입니다. 네. 미련이 화자의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고 있습니다. 그 미련이 텅 빈 가슴을 쥐어짜고 있죠. 적당히 인정하고 화해할 만도 한데 오히려 화자는 떠난 상대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직은 이별을 담대히 맞을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면서요.
'그리워야 할 사람 넌 아닌 거라고/ 오늘도 난 널 불러보지만/ 아직도 널 놓지 못하는/ 내가 어리석은 거니/ 너로 행복했고 너로 불행했지만/ 나 아직은 쉽지 않단 걸 알지만/ 너 없는 이별 속에/ 사랑을 조금씩 지워내야만 할 것 같아' 부분입니다. 화자도 사람인지라 여기서 인생을 쫑내지는 못하는지라 서서히 이별을 받아들이려 몸부림쳐 봅니다. 행복과 불행을 모두 안겨준 상대를 놓아주기가 쉽진 않지만 상대의 존재가 없는 이별 상황에 기대어 지난 사랑을 조금씩 지워보려 합니다.
음. 오늘은 <가사실종사건>에서 다루는 이별 노래의 주제 혹은 부제인 '미련'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미련의 사전적 의미는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는 마음'입니다. 미련이 남았다 이렇게 표현하죠. 미련곰탱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여기서는 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릴 정도로 매우 어리석고 둔하다는 뜻입니다. 둘 다 상통하는 바가 있는 듯하네요.
비슷한 말로 후회가 있지요. 하지만 두 단어의 뜻은 극명히 다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미래에 대해 하는 열려 있고 하나는 닫혀 있죠. 열려 있는 쪽은 후회입니다.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고 과거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살겠다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미련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 머물며 가슴 아파할 뿐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과거집착형으로 전락하죠.
다행히도 이 노래에서는 미련의 영역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마지막 가사에서 후회가 갖는 미래지향적인 면모가 살짝 보이죠. 이 노래의 제목은 '아직'인데요. 아마도 미련덩어리를 한가득 끌어안고 있는 화자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동시에 아직은 아니지만 조만간 될 것 같은 그런 느낌도 주고 있죠.
한자로 미련은 '아닐 미'와 '우일 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딱 잘라 단념하지 못하는 마음을 뜻하죠. '아직은 연결된 마음' 정도로 환원해 봐도 괜찮을 듯합니다. 아직은 상대와 연결되어 있다고 믿으며 쉽게 잘라내지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를 보내고 있는 것이죠.
흔히들 이별을 할 때 미련의 정도를 체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술 먹고 전화하는지 안 하는지 뭐 이런 것이죠. 평상시에는 이성의 힘으로 전화하고 싶은 마음을 붙잡아 두지만 알코올이 들어가고 감정의 마녀가 춤을 추면 잡고 있던 고삐가 한순간에 풀리며 나도 모르게 상대에게 전화를 하고 있죠. 하하하.
사실 미련은 '관성의 법칙'에 빗어낸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까지 서로 만나서 웃고 놀던 사이에서 오늘을 기점으로 정색하고 화내고 보지 않기로 했다고 해서 그걸 순순히 받아들일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이별 상황이 발생했지만 이전의 행동 패턴을 관성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자연스럽죠.
달리던 차가 갑작스럽게 섰는데, 몸이 앞으로 쏠리지도 않고 고요를 유지한다? 불가능하죠.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왜 섰는지를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이별도 마찬가지죠. 사랑 열차가 열심히 달리고 있다가 급브레이크를 밟게 되면 화들짝 놀라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헤아리느냐고 정신이 없습니다.
왜를 모르는데 차에서 내려 빠이빠이를 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죠. 그러니 잠깐의 해프닝이라고 생각하고 가던 길을 가야 한다는 심리가 발동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문제는 같이 차에 올라탔던 상대가 내려야 하는 타이밍이 왔는데도 같이 내리지 않는 것이죠. 그 전의 덜컹거림은 그런 상황이 올 걸을 예시하는 복선이었을 수 있습니다. 왜의 희미한 힌트만 얻은 채 새로운 삶을 헤쳐가야 하는 대략 난감한 상황이 온 것이죠.
그래서 내친김에 버스가 순환하는다는 사실을 알고 다음날 같은 시간에 그 자리에 나가 봅니다. 그러나 내가 찾던 이는 거기에 없죠. 오늘이 아니면 내일일 거라고 내일이 아니면 내일모레 일거라고 그것도 아니면 내년 이맘때일 거라고 포기와 담을 쌓습니다. 이게 바로 미련이죠.
미련을 부리는 사이 매일 같은 시간에 그 정류장에 내려 넋 빠진 그 사람을 지켜보는 이성이 있었는데도 결국 이어지지 못하죠. 미련이 미래의 문을 닫는다는 것은 이런 의미일 겁니다. 그럼 여기서 질문을 투척해 봅니다. 도대체 얼마나 미련의 마음을 내어야 타당한 걸까요? 어렵죠?
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얼마나 애착했는지에 따라 그 미련의 마음도 정비례하는 것일까요? 그런 경향이 있긴 한데 꼭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얼마 사귀지도 않은 사람이 오래 솔로가 되는 경우도 있고요. 오래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으로 가볍게 점핑하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과연 무엇이 작동하는 걸까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과거라는 시간에 얼마나 많은 가치와 비중을 두고 사는지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하고요. 아무리 행복했더라고 과거는 과거일 뿐이죠. 우린 미래를 향한 현재를 사는 존재입니다. 과거를 현재에 재현하거나 미래에 담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죠. 미련한 사람은 그 어려운 걸 해내려는 것이죠.
과거는 바꿀 수 없습니다. 유일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은 해석의 영역이죠. 그런데 미련은 과거 자체를 바꾸려고 합니다. 떠난 사람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식이죠. 떠난 사람을 떠난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고 또는 한 때 행복을 선물했던 사람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다시 만나야 할 사람, 이 세상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사람 뭐 이런 식으로 박제시켜 버립니다. 미련은 과거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 문제 아닐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비가 온 뒤라 에어컨을 안 켜고 있어도 더위를 못 느낄 정도네요. 그동안 너무 무더웠던 터라 기력이 말이 아니었는데 다행입니다. 미련이 없는 사람은 없겠죠.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것 같습니다. 로봇이 아닌 다음에야 인간은 늘 미련을 남기고 사는 존재입니다. 미련의 주제가 과거지사라면 해석의 미학으로 돌파구를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