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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영의 <사랑이라 쓰고 아픔이라 부른다>

작사 정병기 작곡 박근태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서인영'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m9 lKOWNRDuc? si=iOG_qyxiMWJLt_BX

가슴 터질 것 같아 더는 참을 수 없어

니가 너무 보고 싶어 Oh Baby

숨이 차오르게 거릴 헤매다

어느새 너의 집 앞까지 온 거야


잠깐 보고만 갈게 몰래 지켜만 볼게

근데 자꾸 눈물이 나 Oh Baby

고장 난 눈물이 멈추지 않아

너의 모습 볼 수도 없게


- 서인영의 <사랑이라 쓰고 아픔이라 부른다> 가사 중 -




서인영은 2002년 데뷔했습니다. 주얼리의 멤버로서죠. 13살 때부터 잡지 모델로 활동했고요, 17살에는 길거리 캐스팅으로 EBS <학교 이야기> 질투 편에 출연했습니다. 이후 배우로 쭉 활동할 예정이었으나 사람의 미래라는 게 마음먹은 대로만 되진 않죠. 2002년 고등학생이었는데 쇼핑 중 우연히 스타제국 사장에 눈에 띄며 가수로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주얼리 2집 <Again> 때부터 합류하게 되었죠.

처음엔 팀 내 존재감이 적었으나 4집 <Super Star>에 털기춤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4집을 내고 2007년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하며 솔로로도 데뷔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주얼리 5집에 합류했죠. 그때 타이틀곡이 <One More Time>이었습니다. 아시죠?

이후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를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동합니다. 2010년 <Lov-Elly>를 발매하는데 이 앨범에는 발라드풍 노래 위주였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이 앨범에 실려 있습니다. 이 노래가 타이틀곡이었습니다.

가수는 물론이고 패션 디자이너, 광고 모델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고요. 2012년 스타제국과 계약이 끝나고 1인 기획사인 서인영 컴퍼를 설립했습니다. 이후 한동안 꾸준히 음원을 발매했고요. 최근 근황은 결혼 후 홀로서기를 하며 컴백을 준비하고 있다네요. 앞으로 그녀의 행보를 지켜보시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사랑이라고 쓰고 아픔이라고 읽는다'입니다. 의미심장하죠? 같은 단어지만 거기서 연상되는 의미는 저마다 차이를 보입니다. 이 노래 제목처럼 N극을 보고 S극을 떠올릴 만큼 반전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랑해서는 안돼 다가가서도 안돼/ 다른 사람 곁에 있는 너니까/ 귀를 막아버리고 눈을 감아버리고 / 내 마음을 모두 가둬버렸어' 부분입니다. 사랑하는 상대가 있지만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죠. 그래서 사랑하는 마음을 꽁꽁 싸매서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게 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될까요?

2절을 보시죠. '바보 같은 내 맘 망가져도 괜찮아/ 너 하나만 행복할 수 있다면/ 근데 혹시라도 그녀와 헤어지기를/ 못된 기대 점점 커져가는데' 부분입니다. 자신의 상처 따위 괜찮다고 하면서도 상대가 솔로로 회귀하는 기대를 가져 봅니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화자의 진짜 마음이라고 봐야겠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가슴 터질 것 같아 더는 참을 수 없어/ 니가 너무 보고 싶어. Oh Baby/ 숨이 차오르게 거릴 헤매다/ 어느새 너의 집 앞까지 온 거야/ 잠깐 보고만 갈게 몰래 지켜만 볼게/ 근데 자꾸 눈물이 나 Oh Baby/ 고장 난 눈물이 멈추지 않아/ 너의 모습 볼 수도 없게' 부분입니다. 참다 참다 결국 감정이 터져버리죠. 방향도 없이 걸었는데도 상대의 집 앞까지 오고 눈물샘도 좀처럼 말을 듣지 않습니다.

'너를 처음 만난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그냥 모르는 척 지나칠 거야/ 매일 기도해 봐도 돌아갈 수 없어/ 이젠 어떡해'부분입니다. 이쯤 되면 처음부터 몰랐던 사람으로 지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를 바꿀 순 없는 노릇이죠. 대략 난감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숨을 쉴 수가 없어 말을 할 수도 없어/ 너 하나만 찾고 있어 Oh Baby/ 감추고 숨기고 기다려왔던/ 내 마음 이젠 모두 깨져버렸어/ 사랑 기쁜 거라며 사랑 좋은 거라며/ 누가 거짓말을 했어 Oh Baby/ 아픔과 사랑이 같은 말인 걸/ 내 눈물이 말하고 있어' 부분입니다. 화자는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으로만 알았던 모양이네요.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도 사랑인데도 말이죠. 그래서 사랑이라는 단어에서 아픔을 봅니다. 흑흑


음. 오늘은 제목 '사랑이라고 쓰고 아픔이라고 부른다'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똑같은 장면을 보고도 기억하는 것이 서로 다릅니다. 사람에 따라 주의 깊게 보는 부분이 달라서죠. 엇비슷한 듯하면서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리도 다르게 볼 수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합니다.

일명 스키마(Skima), 배경 지식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요. 쉽게 말해서 수학 1을 공부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에게 수학 2를 가르치는 상황을 생각해 보죠. 같은 수학 2를 가르치지만 이해도는 완전히 극과 극입니다. 우리의 뇌에 어떤 배경 지식이 쌓여 있는지가 새로운 학습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죠.

아주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죠.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고 플러팅을 날리는 족족 성공하는 한 인물과 매번 실패하는 다른 인물을 떠올려 봅니다. 괜찮은 이성이 나타나면 전자는 이번에도 성공을 확신하고 적극적으로 임하게 될 테죠. 반대로 후자는 이번에도 실패를 예감하며 쭈뼛쭈뼛할 거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 노래의 화자는 사랑에 대한 경험이 그리 많진 않은 것 같아 보입니다. 가사에 보면 '사랑은 기쁜 거라며 사랑은 좋은 거라며' 부분이 나오는데요. 사랑에 관한 좋은 말들만 어디서 잔뜩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사랑의 긍정적인 부분만을 확대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죠.

만약 화자가 사랑과 이별을 여러 번 반복한 경험자였다면 어땠을까요? 사랑을 달콤 살벌하다고 표현하지 않았을까요. 어느 한쪽면만을 강조하지 않고 사랑의 이중적인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봤을 겁니다. 실제로 사랑은 마음을 가장 포근하게도 하고 못 보거나 연락이 닿지 않으면 그토록 외롭게 하는 두 가지 속성을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인생사 정이 있으면 언제나 반대편에는 반이 자리하고 있는 게 이치니까요.

연예인들이 나와서 하는 게임 중 하나인 '몸으로 말해요'를 생각해 보죠. 한 연예인이 열심히 몸으로 설명을 합니다. 다른 연예인이 그걸 보고 떠오르는 단어를 마구 뱉어내죠. 설명하는 사람과 맞춰야 하는 사람 간의 이격도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의 업그레이드판도 있는데요. 머리에 해드폰을 쓰고 입으로만 어떤 단어를 전달해서 맨 마지막 사람이 첫 번째로 말한 사람이 전달하려고 했던 단어를 맞추는 게임이죠. 예전에 허참 씨가 오래도록 진행한 <가족오락관>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게임입니다.

특정 단어마다 각자가 떠올리는 이미지나 연상되는 것들은 다 다릅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듣고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뭐 이런 것들이 죄다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모르긴 몰라도 그 속에서 유전자도 한몫을 담당하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래서 특정 단어를 쓸 때와 읽을 때 이렇게 두 개의 의미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이 노래에서는 사랑이라고 쓰고 아픔이라고 읽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사랑이라고 쓰면 어떤 단어로 읽으실 건가요? 음. 저는 저는 사랑이라고 쓰고 양방향이라고 읽어 보렵니다. 하하하.

00이라고 쓰고 00이라고 읽다는 문법을 적용하면 꽤나 재미있어집니다. 가족이라고 쓰고 그러는 거 아냐라고 읽는다 뭐 이런 식의 활용이 가능하죠.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한 특성을 아주 절묘하게 표현해 내면서 폭소를 자아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봅니다.

우리가 쓰는 단어는 사회적 약속을 담고 있죠. 사과는 사과라고 써야 한다는 룰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관점으로 넘어가면 사과는 다양한 단어로 변모합니다. 백설공주가 될 수도 있고요. 볼 빨간 사춘기 혹은 애플힙을 떠올릴 수도 있죠. 각자의 배경 지식에 따라 연상되는 것들이 달라집니다.

흔히 사람 하면 닮는다는 표현이 있는데요. 외모도 닮지만 이런 단어의 연상도 닮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단어 자체는 중의적이지만 그것에 대한 해석은 긍정이나 부정으로 널뛰기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은 자주 그 반대편 값을 끌어오기도 하죠. 사랑하는 사람의 웃음은 생명수일 수 있으나 상사의 웃음은 때론 가식이나 아재를 연상시키기도 하니까요.

무엇을 쓰고 무엇이라 읽을지가 바로 우리 인생이기도 합니다. 인생은 밥 먹고 숨 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지만 그 시간에 대한 해석은 저마다 달라서죠. 해석의 영역을 완전히 뛰어넘어 그것을 그것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도를 깨친 것이라 말할 수도 있겠네요.

여러분들은 브런치라고 쓰고 무엇이라고 읽으시렵니까?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음. 저는 브런치라고 쓰고 근면, 도전 뭐 이런 의미로 읽게 되네요. 브런치는 브런치다. 이렇게 말하는 게 멋져 보이는데 그 정도 경지는 아직 아닌지라. 하하하. 브런치를 유료화한다고 해서 설왕설래가 많네요. 전 이번 정책이 무엇인지 뭘 하고자 하는지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따라 하실 분은 따라 하시고. 저처럼 아닌 분은 그냥 가던 길 가시면 될 듯요. 뭘 해도 써야 시작된다는 점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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