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Sih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더크로스'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hT2S-y3 sf7 Y? si=oOXvlg-JIrP0 Aobv
마음으로도
눈빛으로도
전할 수 없었던 말
세상 끝나는 날
그대 곁에 내가 있단
약속의 말
영원이란 말과
나를 걸어
나의 그날까지
- 더크로스의 <당신을 위하여> 가사 중 -
더 크로스는 1999년 결성된 2인조 록 그룹입니다. 이사하와 김혁건이 MBC 아카데미 음악학과에서 만나 결성되었습니다. 2003년 정규 1집을 발매하면서 데뷔했습니다. 1집의 상업적 실패 이후 당시 인터넷 노래 짱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던 김경현을 영입되면서 3인조 R&B 멤버로 변신을 꾀하지만 김혁건은 뜻이 달라 인디 밴드인 락밴드크로스로 활동하고 이시히와 김경헌 체제가 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보컬이 너무 달라 시작이 좋지 못했고 음원 유출 사태까지 불거졌고 이시히가 비밀 결혼을 하는 등 악재가 겹쳤습니다. 2010년 김경현이 군입대하면서 다시 원년 멤버로 회귀합니다. 하지만 합류한 김혁건이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상태가 되며 활동을 이어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죠. 하지만 기적적으로 예전의 성장과 실력은 회복 중이라고 하네요. 참 다행입니다.
그들 노래 중 가장 유명한 곡은 1집에 수록된 <Don't cry>입니다. 오늘 소개할 노래는 1집의 부진으로 한 번도 방송에서 부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가수들이 이후에 커버를 하면서 소환된 곡이죠. 많은 곡을 남기지 않았지만 미친 고음을 쓰는 몇 곡이 그들의 존재를 기억하게 했다고 말해야겠네요.
대중적이라고 말할 수 없으나 마니아층이 두터운 편입니다. 이사히, 김혁건, 김경헌 모두 너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들이 이처럼 끝판왕 고음을 주 무기로 삼은 것은 얼굴이 안 돼서 고음으로 승부를 보려 했던 차원이었다고 하네요. 어디서 무엇을 하든 그들의 건투를 빌겠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당신을 위하여'입니다. 화자가 뭔가 하는 행위가 너를 위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과연 화자는 상대를 위해 어떤 일을 했을까요?
'마음을 모아서 당신의 귓가에/ 다가가 말하고 싶어/ 그대 기다리며 오래 간직했던/ 나의 속삭임을 들어봐요/ 마음으로도/ 눈빛으로도 전할 수 없었던 말'이 첫 가사입니다. 화자는 오랫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고 싶어 합니다. 마음이나 눈빛으로 전할 수 없었던 그 말의 정체가 궁금해지네요.
2절은 '그대 뒤엔 그대가 모르는/ 나의 마음이 있기에/ 그대 지나치는 짧은 순간마저/ 나는 그댈 위해 걷고 있죠/ 마음으로도 눈빛으로도/ 전할 수 없었을 뿐' 부분입니다. 아마도 화자의 상대는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람인 것으로 보이네요. 하지만 화자는 무슨 연유인지 좀처럼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Memory our memory that you/ You are not alone/ 세상 끝나는 날/ 그대 곁에 내가 있단 약속의 말/ 영원이란 말과 나를 걸어/ 나의 그날까지/ 당신을 위하여' 부분입니다. 1절 후렴구의 반복이기도 한데요. 상대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화자는 자신을 걸어 죽는 날까지 상대를 지키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목 당신을 위하여는 화자의 그런 의지를 표현한 듯하네요.
2절의 후렴구는 '작은 어깨 위에 손을 얹어/ 그대를 감싸 안으며/ 그대 안에서 머물고 싶어/ 나의 그날까지'가 나오는데요. 상대와 함께 백년해로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곡 분위기를 보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상대인 듯한 느낌인데 가사에는 정확히 어떤 내용이라고 나오진 않네요. 그게 더 매력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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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오늘은 '~위하여'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회식 같은 곳에서 술잔을 기울일 때 건배사로 자주 쓰이는 표현이죠. 무언가가 잘 풀리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약간은 구시대적인 건배사이기도 하고 그런다고 막혔던 일이 술술 풀리지도 않지만 건배사로 이만한 것도 없죠.
우린 살면서 '~을 위하여'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부모가 공부하라고 채근하며 '다 너를 위한 거야'라든가 정치인들이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 중 하나가 '국민을 위하여'라는 말이죠. 그 위함을 받는 대상 입장에서는 그 말이 참 달갑지 않게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요. 진심이 쏙 빠진 미사여구여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오히려 '~을 위하여'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사람을 조심해야 정도라고 해야 할까요.
자유나 평화 이런 거창한 주제들을 넣으면 참 멋진 표현이 됩니다. 자유를 위하여, 평화를 위하여처럼요. 그런데 여기에 추상명사가 아니라 누구라고 사람을 특정하면 그때부턴 이 표현이 조금씩 어그러집니다. 위함을 받는 사람은 그리 말한 바도 없는데 상대가 위해주겠다고 하는 격일 수 있거든요.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때 평소에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갖고 싶어 하는지를 아는 사이라면 고민 없이 그걸 준비하면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뭘 주는 것이 좋을지 모른다면 우린 선물을 속 편하게 그에 상응하는 현금으로 대체하게 됩니다. 좀 정이 없어 보이지만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깔끔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기껏 준비해서 준 선물이 받는 사람에게 이미 있거나 전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어서 보는 낭패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데에서 보면 맛있는 것을 사드시라고 자녀가 보낸 용돈을 그 본래의 의도대로 쓰지 않고 꼬박꼬박 통장에 모아두었다가 다시 자녀에게 돌려주는 장면이 많이 노출되는데 그 정도가 폐해라면 폐해랄까요.
현금을 선물 대신 주는 문화 현상에는 '~을 위하여'에서 '~'에 올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거나 필요한 것이 모르기 때문에 손쉽게 해결하려는 욕구도 있지만 상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주고 싶은 마음도 아주 적게나마 포함되어 있죠. 만약 특정한 선물을 알았더라면 현금보다는 그 선물을 선택할 확률이 높을 테니까요.
어쩐지 무엇을 위한다는 표현에는 위하는 자신은 있는데 위함을 받는 상대방은 빠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으로 혹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무언가를 하지만 상대는 그것에 기분이 상하기도 하죠. 아무리 어려워도 혼자 일어나려고 애쓰는 사람을 굳이 도와주려 하는 것 같은 그림이랄까요.
누군가를 위한다는 말이 사실은 자신의 마음을 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해서 상대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어떤 일을 해야만 직정이 풀린다고 할까요. 사랑 역시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처럼 누군가를 위한다는 말은 결국 누군가를 위하는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가져 봅니다.
이 노래의 화자 역시 그런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상대의 곁에 있고 싶은 마음을 '당신을 위하여'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상대의 속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래야 자신의 마음이 평온을 찾을 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일방적인 위함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주변을 보면 원치도 않는 일을 해 놓고 누군가를 위해서 한 거라고 자신의 본의를 믿어 의심치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그들이 놓친 것은 바로 그 누군가의 자유의지죠. 자신이 자신의 자유의지를 가지고 누군가를 위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상대도 그 위함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죠. 의지가 선했다고 해서 그 결과까지 용서가 되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니 누군가를 위하는 일은 함부로 하면 안 될 노릇이죠. 자신을 위하는 일도 변질되어 상대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줄 수 있을 테니 말이죠.
전 고백합니다. <가사실종사건> 브런치도 독자를 위한 일이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20여 일 만에 글을 끄적거려 봅니다. 이렇게 오래 쉬어본 게 처음이네요. 그동안 다소 궁금해하실 분들이 있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약속드린 380개가 남아 있는지라 <가사실종사건>은 잠시 쉴 수는 있으나 그때까지 멈출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시어요. 다음 주 25일이 2년이 되는 날인데 좀 돌아보고 싶은 내적 욕구가 생겼습니다. 급하게 온 탓에 놓친 것은 없었는지 등등요. 결정적으로는 글에 잡아먹히는 것 같은 느낌의 저를 구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하하하. 조금 속도 조절을 해서 가야 한다는 결론이고요. 예전처럼의 부지런함보단 깊이가 필요한 시점으로 이해 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