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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

작사 황규영 작곡 김성호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황규영'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h8 TM4 lQxKsE? si=_cPIyOry3x4 hC17 l

너무 힘들고 외로워도


그건 연습일 뿐야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없어


-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 가사 중 -




황규영은 1993년 데뷔했습니다. 서울예술전문대학교 실용음악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88년 언더그라운 라이브 클럽에서 록 음악가수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으로 솔로 데뷔했습니다.

5집까지 발매를 했는데요. 1집의 파급력을 따라가진 못했죠. 이 노래는 1997년 IMF라는 힘든 시기를 만나면서 응원송으로 많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작사는 본인이 했는데 작곡은 회상을 부른 김성호 씨가 했습니다.

이 노래는 당시 10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는데요. 이 한 곡 떴다고 무실할 게 아닌 게 지금까지 받은 저작권료가 19억 원에 육박한다고 하네요. 긴 생명력을 가진 노래라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와우.

후배가수들도 리메이크를 꽤 했는데요. 검색을 해 봤더니 다비치 버전이 떡 하니 뜨네요. 하하하. 오랜 공백을 거쳐 재즈 아티스트로 변신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에 어느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를 보니 재즈에 진심이신 듯하더군요. 그가 부른 재즈곡을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나는 문제없어'입니다. 제목이 잊히지가 않습니다. 뭔가 자신을 무한 긍정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죠. 주변의 시선이나 평가보다 자신이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을 믿고 살아가자는 의미겠죠. 불교에서 말하는 자등명법등명, 자신을 등불 삼아 살아간다와 상통하는 듯요.

'짧은 하루에 몇 번씩/ 같은 자리를 맴돌다/ 때론 어려운 시련에/ 나의 갈 곳을 잃어가고/ 내가 꿈꾸던 사랑도/ 언제나 같은 자리야/ 시계추처럼 흔들린/ 나의 어릴 적 소망들도' 부분입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일상 혹은 형편, 좀 괜찮아지는가 싶다가도 이내 고꾸라는 일을 반복하죠. 그러다 정신 줄 놓으며 한 동안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합니다. 사랑도 닮은 꼴이죠. 좀 친해지는가 싶었는데 다시 만나서 그전의 거리로 아니 그보다도 더 멀어진 듯합니다. 어릴 적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았는데 세상의 호락호락하지 않음에 거기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게 돌아보지 마/ 여기서 끝낼 수는 없잖아/ 나에겐 가고 싶은 길이 있어' 부분입니다. 과거로 얼굴을 돌리면 된 게 하나도 없는 실패의 실패의 실패의 연속이죠. 자신도 모르는 새 어깨가 축 쳐지고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것이 두려워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지사야 어찌 되었든 오늘 살아야 하고 앞으로 걸어가야 하는 존재이죠. 이왕이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살고 싶은 것이고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이 세상 위에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 주는/ 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 많이 힘들고 외로웠지/ 그건 연습일 뿐야/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없어' 부분입니다. 네 그 자리에서 눕지만 않으면 우린 땅을 딛고 일어서서 걸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린 혼자가 아니죠. 사랑하는 가족도 친구도 지인도 있습니다. 물론 세상에 홀로 뚝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시간도 있지만 그건 우리 인생에서 꼭 필요한 시간입니다. 사무치게 힘들고 외로워야 주변의 사람들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되니까요. 그래서 화자는 그 시간을 연습일 뿐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앞으로 문제는 있을 수 있느냐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음. 오늘은 '문제'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문제라고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시험이 아닐까 싶네요. 학창 시절 문제집에 나온 많은 문제를 풀어서인지 문제 하면 시험이 연상됩니다. 하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문제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가 해답을 요구하는 물음이고요. 이 밖에 논의, 연구 따위의 대상이 되는 것, 해결하기 어렵거나 난처한 대상, 또는 그런 일, 귀찮은 일이나 말썽, 어떤 사물과 관련되는 일 이렇게요.

이 중에서 실생활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해결하기 어렵거나 난처한 대상 또는 그런 일이겠죠.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문제를 만나고 이에 대응하게 되죠. 문제가 생겼는데도 문제인지도 지나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이 터진 다음에야 그것이 문제인지를 뒤늦게 아는 경우죠.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능력도 꽤나 빛납니다. 아무도 문제라도 생각하지 않은 것을 보고 그것을 문제로 인식해서 해결책을 찾는 사람들도 있죠.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많은 것들이 그런 사람들의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대단한 능력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반대도 있죠. 문제도 아닌 것을 문제라고 인식해서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유형이죠. 굳이 그렇게까지 과민하게 대응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너무도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욕심에 이런 일들이 생깁니다. 일이면 그나마 나은 데 그게 생각과 결부되면 사람을 주어 짜기도 하죠. 우리가 고민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것들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거의 대다수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시험지에 쓰인 문제처럼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은 그래도 노력하면 알 수 있지만 우리 인생에는 답을 알 수 없는 문제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자신만의 답을 적어야 하기에 커닝을 해도 소용이 없죠. 각자가 가진 능력과 경험치가 다르고 감성과 만족도도 다르니 자신의 답을 자신의 방식으로 설계하는 수밖엔 없습니다.

조하리의 창에 보면 자신은 모르지만 남들은 아는 영역이 있죠. 자신의 문제를 자신만 모르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가까운 지인에게 자신의 행동이나 말이 어떤 지를 물으며 진실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자신은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하는데 남들이 다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 경우 한 명의 천재가 되거나 다수의 바보가 되는 길과 만나게 됩니다. 남들이 다 문제라고 하는 것을 문제가 아니다고 선언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서 성공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을 감추고 '난 놈이다'라고 평가할 개연성이 크고요. 그 반대의 경우는 문제라고 지적해 줬는데 그래도 모르니 '고생을 사서 하는 군'이라고 말할 겁니다. 후자보다는 전자의 길을 가는 것이 훨씬 어렵겠죠?

제가 오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오롯이 자신만의 문제도 타인만의 문제라는 것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랄까요. 요즘 대학 나온 젊은이들이 취직이 잘 안 되죠. 버젓한 회사에 들어가도 서울에서 집 한 채 얻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입니다. 그러니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갖는 것에 더욱 신중해지죠.

이런 현상을 '요즘 애들 문제야'라는 한 마디로 퉁치면 우리 사회는 발전이 없습니다. 요즘 젊음 이들의 문제로만 바라봐서죠. 사회의 책임 혹은 다른 세대의 책임은 감춰집니다. 모두가 함께 풀어도 문제가 풀릴까 말까 한데 자신은 문제 해결에서 빠지려는 태도인 것이죠.

문제를 정의하는 것은 어떤 사람의 고정관념, 편견 그것도 아니면 경험치, 사고력 등과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밥을 손으로 먹지 않는 나라를 여행한 사람은 자녀가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을 보며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국내에만 있었던 누군가는 그 과정을 쌍심지를 켜고 자녀를 나물 할 공산이 큽니다.

문제가 있는 것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없이 잘 굴러가는 게 더 문제일 수 있죠. 회사에서 회의시간에 아무 말로 꺼내지 않으면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말해봐야 뭐가 개선되지 않으니 다 입을 다문 상태라면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문제가 너무 많아서 덮어놨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능력 그리고 그것의 내용을 살펴보고 무엇을 문제로 정의할 것인가를 속아내는 능력, 그다음에 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죠. 그런데 우린 전반부와 중반부를 대충 건너뛰고 3번째 문제 해결에만 심취하는 경향이 짙은 듯합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마음에서 분리수거 열심히 하는 것은 옳은 일이나 이걸 하면 얼마나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도움을 주는 건지, 이것보다 급한 문제는 없는 건지 등등은 살펴보려고 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요?

살펴서 가까운 시일 내에 풀어야 하는 문제도 있겠지만 안 풀리더라도 평생 가져가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철학과 관련된 문제들이 그런 것들이죠.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후회가 적을까 뭐 이런 문제들이요. 문제를 급하게 풀려고 하지 않고 풀리지 않는 상태로 가지고 있는 것도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지금 여러분에게 그런 문제가 있으신가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인문사회과학에서의 문제는 '개인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이상적 상태를 현실적 여건이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태'로 정의한다고 하는데요. To be와 As is의 차이라는 것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거나 현재의 삶에서 노력을 더 하는 것이죠.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현재의 노력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방향으로 전환되곤 하죠. 같은 문제인데도 우리가 어디 서 있느냐에 따라 다른 문제로 보이는 이 마법을 어찌하오리까.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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