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권인하의 <사랑을 잃어버린 나>

작사/작곡 권인하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권인하'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rNyNIoNJ2 Y? si=a6 s9 Z1 Z0 EWevIz5 x


https://youtu.be/sLWUPqVmcbI? si=cmY5 HEe1 w6 yPoYNf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나의 가슴에


마르지 않을 슬픔이 이내 가슴 가득히


아아아 그대를 떠나보내며


사랑을 잃어버린 나


- 권인하의 <사랑을 잃어버린 나> 가사 중 -




권인하는 1987년 데뷔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중앙동아리 탈무드라는 언더그라운드 라이브클럽에서 밴드 활동을 했고요. 1984년 가수 이광조의 '사랑을 잃어버린 나'라는 곡을 작사, 작곡했습니다. 1986년 록 밴드 '우리'의 보컬리스트로 활동했고 1987년 솔로 가수로 데뷔했습니다.

1989년 영화 <비 오는 날의 수채화>의 OST 음반에 참여하면서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됩니다. 같은 해 마로니에라는 그룹을 결성하여 '동숭로에서'라는 히트곡을 냈죠. 주로 소극장에서 콘서트 중심으로 활동하는 대표적인 언더그라운드 가수였는데요. 1992년부터 록 음악 홍보 차원에서 본격적인 방송활동을 했죠.

배우로도 활동한 바 있는데요. 1992년 MBC 미니시리즈 <창 밖에서 태양이 빛났다>에서는 주연을 맡았고 2001년 TV 드라마 <가을에 만난 남자>에서는 준조연급으로 출연했습니다.

현재는 신촌 인터내셔널 사장이며, 소속사는 WE music입니다. 2011년에는 이치현, 강인원, 민혜경과 함께 프로젝트 보컬 음악 그룹 <the colors>를 결성하기도 했습니다. 인기가 피크를 찍은 적은 없지만 그의 전매특허인 샤우팅 창법을 기억하는 리스너들이 많습니다. 천둥호랑이 창법이라는 예명도 붙었습니다.

최근에는 너튜브에서 많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고음이 가미된 요즘 가수 노래를 주로 커버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어떤 노래든 그의 스타일대로 소화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오늘 소개할 노래는 이광조 씨에게 준 곡을 1992년 본인이 직접 불러 베스트 앨범을 담았던 곡이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사랑을 잃어버린 나'입니다. 한 마디로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심정일 거라 추정이 됩니다. 화자의 심경을 노래를 통해 톱아보시죠.

'검은 커튼이 드리운 조그만 카페에/ 희미한 불빛 사이로 창백한 너의 모습' 부분입니다. 이별의 현장을 묘사하고 있는 듯합니다. 어두침침한 상황이죠. 검은 커튼은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빛을 차단합니다. 카페는 작디작아서 그나마 빛의 유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검은 커튼의 위력은 배가 되죠. 유일하게 상대를 식별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희미한 불빛뿐입니다. 그 불빛의 힘으로 보여는 상대의 모습은 매우 수척하고 창백했죠. 주변도 상대도 모든 것이 끝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설정이 아닐까 싶네요.

'하얀 우리의 추억을 잊어야 하기에/ 창백한 나의 모습을 술잔에 담아 보네' 부분입니다. 화자는 아마도 상대와 이별주를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앞의 가사는 검은색으로 모든 것이 꾸며졌는데, 추억을 하얗다고 말하는 것이 대조를 이룹니다. 창백하긴 상대나 화자나 마찬가지입니다. 쓰디쓴 술잔에 그 모습을 담아 이별의 고충을 대신하는 것이겠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나의 가슴에/ 마르지 않을 슬픔이/ 이내 가슴 가득히/ 아아아 그대를 떠나보내며/ 사랑을 잃어버린 나' 부분입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이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도 아픔이 만만치 않은 모양입니다. 슬픔이 마르지 않고 가슴을 후벼 팝니다. 어쩔 수 없이 사랑을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 화자는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곧 세상이라면서요.


음. 오늘은 제목에 있는 '잃어버리다'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록 하겠습니다. 원래 아무거나 주제로 잡아서 막 쓰는 저지만 요즘은 아주 제가 봐도 가관입니다. 하하하. 잃어버리다의 사전적 의미부터 훑고 가죠. 1. 가졌던 물건을 자신도 모르게 없어져 그것을 아주 갖지 아니하게 되다. 2.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되다. 3. 몸의 일부분이 잘려 나가거나 본래의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다. 이렇게 3개가 보이네요.

물론 이 노래에서는 2번째의 잃어버리다의 뜻일 겁니다. 물건을 잃어버리다는 의미가 1번이고요. 제가 주목하는 것은 3번입니다. 여러분들은 그런 상상을 해 보신 적이 있나요? 불의의 사고로 신체의 어느 부분을 못 쓰게 되는 상황 말이죠. 얼마 전에 지인이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앞을 못 보는 자, 듣지 못하는 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뭘 선택하겠냐고요? 둘 다 고르기가 쉽지 않죠. 저는 음악을 듣는 건 포기가 안 되어서 전자를 선택한다고 답변을 했습니다만 앞을 못 보는 것도 고통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오늘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있다가 없어진 것들에 대해서입니다. 원래부터 없었던 사람은 계속 없는 상황이 되어도 그다지 불편을 느낄 것 같지 않지만 있다가 없어진 사람은 매우 불편을 느낄 겁니다. 마치 정전이 되어서 모든 전자 기기를 못쓰는 상황을 떠올려 보시죠. 하루아침에 원시인 된 듯한 자신의 발견함과 동시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서 고통이 밀려오죠.

'인생은 수지맞는 장사다. 맨 몸으로 와서 옷 한 벌은 걸쳤지 않으냐'는 노래 가사가 있죠. 애초에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축복일 겁니다. 그런데 한 번 내 손안에 들어온 것은 '내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동하죠. 그래서 있던 것을 뺏기거나 내놓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일종의 욕심일 텐데요. 심리학자들이 했던 많은 실험에서도 인간은 무언가를 얻을 때 느끼는 행복감보다 무언가를 조금이라도 잃을 때 느끼는 고통이 크다고 합니다. 1000원을 따는 게임보다 100원을 잃는 게임을 훨씬 더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이죠. '내 것'이라는 강한 소유욕이 빚어낸 촌극이죠.

하물며 물건도 이럴진대 사람의 경우는 어떨까요? 더 하면 더 했지 모자라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 노래의 화자는 사랑을 잃은 건지, 세상을 잃은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입니다. 아마도 사랑을 소유로 인식했던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우리 주변에 보면 사람을 사람 취급하는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있죠.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얻게 되는 많은 재화는 우리가 사는 동안은 마음껏 쓸 수 있을지 몰라도 죽을 때는 어느 누구도 가져갈 수 없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누군가는 돈이란 자산이란 단지 우리 생애에서 잠시 내가 보관하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끄덕끄덕.

하물며 사랑은 사람은 나와 동시에 죽어주지도 않습니다. 어떨 때는 먼저 어떨 때는 자신보다 한 참 후에 생을 마감하죠. 그런 살아있는 사람에 사랑에 소유욕을 발동하는 것은 그래서 매우 어리석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이라는 함수가 한 번 쌓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끊어내기 어렵게 되죠.

좀 더 철학적인 이야기를 해 볼까요. 본디 우린 맨 몸으로 태어납니다. 따라서 사는 동안 무엇을 얻었든 간에 잃어버린 적이 한 번도 없는 상황이죠. 잠시 보관하고 있던 어떤 것을 더 이상 보관하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일 뿐 우린 한 번도 무언가를 잃어버린 적이 없습니다. 말장난 같지만 유일하게 잃어버린 것은 자기 자신일 수 있죠. 내가 어디로 가는지, 어디까지 왔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등등요.

살면서 우리는 어제를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과거 기억을 그토록 열심히 하는 이유도 어제를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까닭이죠. 그런데 말이죠. 우주에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같이 있잖아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오늘일까요. 어제일까요. 내일일까요. 하하하. 잃어버린 것이 없다고 하면 어떨까요?

잃어버린 것에 너무 마음을 두지 말자는 취지에서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원래부터 우린 잃어버릴 것도 없이 태어났고 죽을 때 하나도 가져가지도 못하는 것을 부여잡고 사는 삶이니까요. 물건도 사람도 사랑도 매한가지가 아닐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유독 월요병을 많이 느꼈던 하루였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셨나요? 요즘 저는 작은 수술 후에 몸이 얼추 회복된 것 같아 슬슬 운동을 시작해 보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일상을 찾는다고 표현할 수 있을 텐데요. 잃어버린 건 일상도 아니었고 조금 있었던 근육도 아니었습니다. 그걸 통해 '잘 살고 있다'는 저만의 감각 혹은 느낌이 아녔을는지.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