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고성진 작곡 하해룡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안재욱'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zB6 g57 JFblo? si=IaEZmAHnkRQLsVaW
너의 사랑만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유였는데
돌아와 줘 이제라도
사랑할 수 있게 영원히
- 안재욱의 <Forever> 가사 중 -
안재욱은 1994년 데뷔했습니다. MBC 23기 공채 탤런트로 선발되면서죠. 단역이나 주조연으로 출연하다가 1997년 MBC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에게 가수 데뷔의 문이 열립니다. 최고 시청률이 50%에 육박했는데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마지막 회에서 극 중 안재욱이 최진실에 부르는 곡입니다. 가요프로그램에서 5주 연속 1위를 했고 연말 가요대상에서 신인 가수상과 10대 가수상으로 수상하죠.
1집의 성공 이후 1998년과 1999년 2집과 3집을 내놓지만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고요. 2000년 초반 중국에서 활동을 하다가 2003년 한국에 컴백하면서 4집을 발매했는데, 여기에 타이틀곡이 <친구>라는 곡이었죠.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는 가수로서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별은 내 가슴에>의 인기는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류로 이어집니다. 중국에서는 관련 드라마가 리메이크되기도 했고요. 그 덕에 그는 1세대 한류 스타로 급부상합니다. 이후에도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MBC의 흥행보증수표라는 찬사를 듣게 되죠.
하지만 2008년경 두 개의 드라마가 연속 실패하면서 슬펌프를 겪기도 합니다.. 이후 뮤지컬로 눈을 돌리기도 하고요. 이젠 중년 배우로서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연기자 생활에 올인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주업이 배우인 상태로 가수로서 이렇게 성공하는 경우도 그리 많진 않는데요. 당시에는 뭘 했어도 되는 분위기였을까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Forever'입니다. 사실 가사는 너무도 뻔한 스토리입니다. 노래가 잘 만들어지고 가수가 소화를 잘했다고 보기보다는 너무도 쉬운 가사와 부르기 편한 곡의 전개가 리스너들에게 어필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듯합니다.
'사랑했던 너를 잊진 못해/ 부디 너를 다시 볼 수 있다면' 부분입니다. 오늘도 이별 상황입니다. 아직도 미련이 가득한 느낌이죠. '기다릴 수 있어/ 잠시 멀리 있는 거야' 부분입니다. 현실이 너무 고통스러우면 외면하거나 회피를 택하곤 하죠. 이별은 했는데 잠시 떨어져 있고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을 왜곡하기까지 합니다.
'안녕! 슬픈 우리 사랑/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남아서' 부분입니다. 생이 붙어 있는 한 지금의 사랑이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거라 말합니다. '눈물이 된다는 마지막 고백/ 지울 순 없겠지' 부분입니다. 그 사람만 생각하면 눈물이 자연스럽게 흐릅니다. 세월이 한참 지난 시점에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죠. 다시 만나는 것 외에는 다른 처방이 없어 보이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너의 사랑만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유였는데/ 돌아와 줘 이제라도/ 사랑할 수 있게 영원히' 부분입니다. 사랑이 아니라 분신이라고 칭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랑이 떠난 후 살아갈 이유도 없어집니다. 죽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는 상황. 마지막으로 다시 돌아와 달라 매달려 봅니다.
음. 오늘은 가사 중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남아서'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삶이 끝나는 날 무엇을 남기고 싶으신지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처럼 이름 석자를 남기고 싶으신가요? 그렇게만 되면 참 좋겠네요. 하하하.
인간은 유한한 까닭에 예술 등을 통해 조금이라도 그 유한을 무한으로 확장하려 애씁니다. 극단적인 경우 불치병에 걸린 사람이 그 병을 고칠 때까지 냉동 인간으로 남아 있는 선택을 하기도 하죠. 지금이야 읽고 쓰는 일이 물리적 제약을 받진 않지만 옛날에는 제대로 된 종이 한 장이 없어서 후대에 어떻게 정보를 전달할 지에 대해서도 퍽이나 고민이 많았을 법합니다. 동굴에 그린 벽화가 단순히 그리기 놀이였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사후에 후대가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려져 있는 것일 수도 있죠.
우리가 만약 죽는다면 우리의 시신은 분해를 거쳐 물리적으로 사라질 겁니다. 최근에 읽었던 암을 치료하는 의사분이 쓴 책에서는 죽음을 '경계의 붕괴'라고 말하더군요. 나와 내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게 삶이라면 죽음은 그 경계를 허무는 현상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꽤나 있어 보이는 접근이라서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남길 수 있는 것은 흔적이겠죠. 눈에 보이지 않는 기억이라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을 테고, 눈에 보이는, 내가 쓰던 사물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린 물건의 경우 새로운 것, 진보된 것을 선호하죠. 물론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것도 좋지만 그걸 볼 때마다 나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죽은 누군가가 생각난다는 것은 좋기만 한 일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한 사람이 죽으면 대부분의 유품을 정리하죠.
죽은 사람이 남겨 놓은 재산, 물건, 문화 등을 유산이라고 합니다. 내가 남긴 것을 살아있는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돈은 이름이 안 써져 있어서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죠. 기억을 도모할 수 있는 물건은 한 두 개면 족한데 반해서요.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문화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매우 강력하죠. 생활 습관 따위가 대표적입니다. 누군가가 살아 있는 동안 이어져 왔던 생활양식이나 태도 같은 것인데요. 이를 테면 아침밥을 꼭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든지, 집안 식구끼리 모두 존댓말을 쓰는 것도 해당되죠. 집안의 한 구성원이 어느 날 아침 사라졌다고 해도 남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이전의 문화를 거스르긴 쉽지 않죠.
한 개인 뿐만 아니라 세대에서 세대로도 유산은 남겨집니다. 고유의 문화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후대를 잇곤 하죠. 때로는 시대 상황과 안 맞아서 쉽게 버려지고 다시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도 있지만 시간의 함수가 쌓이면 쌓일수록 그 가치를 더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문화재가 그런 경우죠.
자. 여러분들은 자신의 몸이 사라지는 죽음을 맞이한다고 가정할 때 그 외에 무엇을 남기시렵니까? 아마도 무엇을 남기며 사는가에 대한 생각과 행동이 우리가 사는 지금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데요. 브런치를 통해 남기는 글 중 대부분도 그 일환이라고 보입니다.
이 노래에서 화자는 상대와 헤어진 슬픈 사랑이 죽을 때까지 남아서 눈물이 된다고 말합니다. 죽기 전까지는 안 끝날 사랑이라는 표현이겠죠?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데 이승에서 눈물범벅을 만들고 나서 저승 가서 행복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네요. 하하하. 뭐 그 정도로 사랑이 아니라 삶 그 자체라고 느끼는 것이죠.
죽고 나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남기 위해선 사는 동안 꾸준히 무언가를 해 나가야 합니다. 그런 삶에 대한 의지가 모여야만 사후에 누군가에게 그 뜻이 전달되죠. 그냥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다 가는 것도 좋지만 한 번 사는 인생, 그 시간을 통해 남길 무언가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더위로 인하여 모두들 기운이 안 나시죠? 저도 그렇습니다. 코로나나 날씨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의 일상을 가두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집돌이인 저도 이리 답답한데 외부 활동 좋아하시는 분들은 어지간할까 생각되네요. 일주일만 잘 버텨보아요. 하하하. 음. 저는 거창할지 모르지만 살면서 제가 가졌던 생각을 제 주변 사람에게 남기고 싶습니다. 남은 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말이죠. 그래서 오늘도 더운 날씨를 뒤로 하고 몇 자 끄적여 봅니다.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