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오주은 작곡 오주연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우순실'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aJ0 J5 xPQ6 w4? si=adnavsLpnV5 x-T34
이젠
지나버린 이야기들이
내겐 꿈결 같지만
하얀 종이 위에 그릴 수 있는
작은 사랑이어라
잊혀간 그날에 기억들은
지금 빗속으로 걸어가는
내겐 우산이 되리라
- 우순실의 <잃어버린 우산> 가사 중 -
우순실은 1982년 데뷔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서 한양대학교 작곡과에 입학했다고 하고요. 고 유재하 씨와 동기였다고 하네요. 그녀가 데뷔한 1982년 그녀가 대학 2학년 재학 시절이었습니다. mbc 대학가요제 출전해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로 동상을 수상했죠. 같은 학교 친구가 만들어준 곡입니다.
그런데 클래식 배우는 사람이 웬 대중가수냐며 학교에서 재적 통보를 받고 추계대학교 국악과로 편입했다고 하네요. 그 당시 우리 사회의 보수성이 보이는 대목이네요. 1985년 제1회 동아국악콩쿠르 가곡 가사 일반부에서 동상을 수상했습니다. 클래식부터 국악까지 그녀의 음악 세계가 이채롭네요.
1988년 <꼬깃꼬깃 해진 편지>를 냈으나 1991년 결혼을 하면서 가요계를 사실상 떠나게 되죠. 하지만 동기간 많은 CM송을 불렀습니다. 1996년 <떠날 거야>, 1999년 <Again>을 발매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죽음, 이혼 등 가정사에 악재가 겹치면서 고된 시련을 겪죠.
그러다 전영록 씨의 도움을 받아 2018년 14년 만에 컴백을 하게 됩니다. 이후 공연과 콘서트 등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 복면가왕에도 출연한 바 있습니다. 최근 근황을 검색해 보니까 리메이크 곡을 하나 발표했네요. 40년을 훌쩍 넘긴 그녀의 음악 활동이 승승장구하길 기원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잃어버린 우산'입니다. 상실감이 이 노래의 주요 테마인 듯요. 우산이 상장하는 바가 무엇인지만 밝히면 이 노래는 제대로 소화했다고 봐야겠죠?
'안개비가 하얗게 내리던 밤/ 그대 사는 작은 섬으로/ 나를 이끌던 날부터' 부분입니다. 노래에서 시와 때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 노래에서는 안개비가 하얗게 내리는 밤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대 사는 작은 섬으로/ 나를 이끌던 날부터는' 부분은 화자가 상대와 사랑에 빠진 순간부터라고 해석하는 것이 무난해 보입니다.
'그대 내겐 단 하나/ 우산이 되었지만/ 지금 빗 속으로 걸어가는/ 나는 우산이 없어요' 부분입니다. 제 추측엔 두 사람의 사랑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안개비가 하얗게 내리던 밤'을 은유로 본다면,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죠. 대부분 이런 날은 비가 그칠 때를 기다리는 게 상책이지만 화자는 상대라는 우산으로 빗속을 걸어갔던 것 같군요. 그만큼 서로를 믿고 의지했다는 말이겠죠. 그런데 지금 화자는 우산도 없이 빗 속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바로 우산은 화자가 사랑하는 사람이니 상대가 떠나고 홀로 된 상황이겠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이젠/ 지나버린 이야기들이/ 네겐 꿈결 같지만/ 하얀 종이 위에 그릴 수 있는/ 작은 사랑이어라/ 잊혀간 그날에 기억들은/ 지금 빗 속으로 걸어가는/ 네겐 우산이 되리라' 부분입니다. 이제 사랑은 떠나고 그와 나눈 이야기와 추억만 남아 있습니다. 이별은 했어도 생은 이어가야 하기에 그 이야기와 추억을 그 사람을 대신해 우산으로 삼아 빗 속을 걸어가죠. 여기서 비는 순탄치 않은 고난의 삶을 은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홀로서기가 팍팍한 상황 말이죠.
음. 오늘은 '우산'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비가 올 때 비를 맞지 않게 쓰는 게 우산이죠. 그런데 요즘처럼 강렬한 햇빛으로 인해 우산의 친구 격인 양산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비를 막아주던 우산이 이제 햇빛까지 막는 기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이죠.
우산을 가지고 집에서 나갔다가 우산을 잃어버린 횟수가 적지 않습니다. 나름의 기지를 발휘한다고 잃어버려도 되는 비닐우산을 대용량으로 사서 가지고 다니던 적도 있었죠. 아무래도 비가 올 때 쓰고 나갔다가 용무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비가 개면 우산 챙기는 것을 잊게 됩니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비로 편의점에 들러 몇 천 원 자리 우산을 구매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집에 비닐우산이 쌓입니다. 집에 두고 온 우산을 생각하며 추가 구매를 해야 할 때 기분이 영 꽝이죠. 그래서 3단 접이식 우산을 가방에 늘 지니고 다니시는 유비무환 정신의 분들도 계시죠.
공공시설 등에 방문하다 보면 우산이 헷갈려서 다른 사람의 우산을 쓰고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독 우산에 애착이 강하신 분들은 그런 일을 당하고 나면 한 동안 씩씩 거리면서 그 자리를 배회하기도 합니다. 우산에 자신의 이름표라도 붙여놔야 할까 봐요.
짚신 장수와 우산 장수 이야기가 있습니다. 날이 맑으면 짚신 장수가 웃고 비가 오면 우산 장수가 웃는 스토리죠. 두 아들을 둔 어머니라면 날이 맑으나 비가 오나 365일 자식 걱정이 한가득이었을 겁니다. 전 우산에서 어떤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물건이라는 키워드를 꺼내 봅니다.
집에서 사용하는 손톱깎이 같은 것을 떠올려 보죠. 사용하고 제 자리에 잘 놓으면 되는데 TV를 보며 손톱과 발톱을 깎다가 제 자리에 놓는 것을 깜빡합니다. 그리고 한참 후에 손톱깎이가 필요해지자 늘 놓던 자리에 가 보지만 없죠.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찾아보지만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짜증 많이. 하하하.
하루에 한 번 정도 늘 사용하는 물건이라면 모를까 이처럼 일주일에 한 번 혹은 그 이상에 한 번씩 사용하는 물건인 경우 이와 같은 상황을 겪는 일이 많습니다. 우산은 물리적인 물체 중 하나이지만 우산을 심리적 혹은 정신적인 무언가로 전환해 봅니다. 어떨까요?
평소에 철학이나 인문학, 예술, 문화 이런 거 없어도 사는데 문제없죠. 오히려 그거 한다고 시간 쓰는 게 낭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끔 찾아오는 비, 우리 인생으로 치면 고난과 불행 같은 것들이 닥치면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되죠. 평소에 우산을 제자리에 놓았던 사람은 금방 찾아서 쓰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책 없이 비를 온몸으로 맞아야 합니다. 그때 후회해도 많이 늦은 셈이죠.
물론 이 노래에서 우산은 자신을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던 상대를 뜻합니다. 지아의 <물론>이라는 노래 가사에서 보면 '내리는 비를 막아줄 수는 없지만 비가 오면 항상 함께 맞아 줄게'라는 가사가 떠오르네요. 뭐 그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화자는 상대가 떠나고 난 후 꽝 대신 닭 전략을 택하죠. 그가 없으면 그와 함께 보낸 추억과 이야기로 우산을 만들면 된다고 말합니다. 이것도 탁월한 발상입니다.
우산이 주는 화두는 유비무환인 듯합니다. 좀 여유가 있을 때 그 상황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심정으로 추후를 대비하는 활동을 조금씩이라도 해 두는 것이죠. 사랑의 경우 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헤어져도 후회 없을 만큼 온 마음을 쏟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아마도 화자는 후자를 택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야기와 추억이 한가득 남게 되었을 거고요.
여러분들은 인생을 살면서 어떤 비를 두려워하시나요? 가난, 헤어짐, 건강 등등 다양한 비가 우리 인생 사이사이에서 내리죠. 그때를 대비해서 어떤 우산을 준비하시나요? 경제적인 의미에서는 보험이 있을 것이고 정신적, 심리적 의미에서는 마음 챙김 같은 게 있을 겁니다. 비가 오지 않는 시기에 있더라도 우산을 꼭 챙기셔서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은 저녁에 비가 온다고 하죠. 너무 더워서 비가 퍼부었으면 좋겠다가도 비피해나 습도 문제를 생각하면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심정도 같이 듭니다. 요즘 날씨는 덥지만 보름 연속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건강에 이만한 우산은 없겠다 생각하면서요. 많이 더우시겠지만 건강 우산은 꼭들 챙기셔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