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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의 <그래서 그대는>

작사 박준배 작곡 이근상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얀'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DQZrPtIVMkY? si=efURrUxxQk2 sDTWt

원곡

https://youtu.be/WEFMorEwPyw? si=n9Z_BcuFGiDEvSJ-

디셈버 버전

https://youtu.be/O_zZgan8 bxg? si=InQQ8 ySlJrVAH57 u

이영현 버전

내 아름다운 사람아

여전히 나는 네 모습인데

또 다른 사랑 배워갈 그대 가슴에

내 작은 기억 하나만


내 눈물 나는 사랑아

같은 아픔에 머물 수 있게

다른 이별에 울어도 내 품 안에서

그 마음 아물게 해요


- 얀의 <그래서 그대는> 가사 중 -




얀은 2000년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이민욱입니다. 1997년 드라마 주제곡으로 가요계에 처음 입문했고 1988년에 Mr.2의 멤버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이건 몰랐네요. 하하). 2000년 1집과 2002년 2집을 냈는데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했습니다. 데뷔전에는 메탈을 주전공으로 했다고 하네요.

그렇게 묻혀가던 그를 재발견한 것은 디셈버의 덕분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사 실종 사건>에서 소개해 드린 <심>이라는 곡의 원곡자가 바로 얀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02년 3집에 같이 실린 곡입니다. 당시보다는 시간이 흐르면서 후배가수들에게 커버가 늘어나는 기현상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는데 건강상의 이유라고 하네요. 교회에서 목사 활동을 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고음을 기반으로 하는 곡들이라서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이 도전하기 딱 좋은 곡입니다. 얀의 가이드를 친구이자 가수인 김돈규 씨가 해 주었는데 가이드하다가 성대결절이 왔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 소개해 드린 야다와 함께 락발라드의 계보를 잇는 가수입니다. 2004년 4집이 마지막 앨범이 되었습니다. 슈가맨에서도 얀에 대한 요청이 많아서 계속 접촉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하네요. 아까비. 고모가 가수 현숙이라네요. 록가수에서 개신교 목사가 되는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그래서 그대는'입니다. 뭔가 그대가 그렇게 한 연유를 알게 되었다는 의미인 듯한데요. 이별 노래인데 어떤 사연이 담겨 있는 걸까요? 제목만으로는 그 함의를 추정하는 게 역부족이죠. 같이 살펴보시죠.

'나는 나에게 길들여 지길 바래요/ 그동안 그댈 너무 많이 닮아 있었나 봐요/ 지워질 때도 됐는데' 부분입니다. 사랑하면 닮는다는 표현이 생각납니다. 화자 역시 그랬나 봅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랑이 끝나고 이별 후를 맞고 있죠. 그래서 자신 홀로 서는 시간이 되었죠. 그것을 자기 자신에게 길들여지는 시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댄 또 누군가에게 길들었나요/ 혹시 그 사람 예전 나완 많이 틀린가 봐요/ 그래서 그대는 날 잊고 사는지' 부분입니다. 사랑은 서로를 서로에게 길들이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길들여졌던 모든 것을 이별은 송두리째 앗아갑니다. 상대는 다른 사람과 또 다른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그 모습이 괘씸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벌써 다 잊었냐고 묻고 있죠. 2절에서는 '내가 아닌 그댄 행복한가요/ 혹시나 내 이름 벌써 잊었나요' 부분이 나오는데요. 같은 맥락의 가사로 읽힙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내 아름다운 사람아/ 여전히 나는 네 모습인데/ 또 다른 사랑 배워갈 그대 가슴에/ 내 작은 기억 하나만/ 내 눈물 나는 사랑아/ 같은 아픔에 머물 수 있게/ 다른 이별에 울어도 내 품 안에서/ 그 마음 아물게 해요' 부분입니다. 가사 해석이 꽤 난해합니다. 전체적으로 아직도 상대를 놓을 수 없다는 뉘앙스인 것 같긴 합니다. 첫 구절은 다른 사랑을 하더라도 자신에 대한 기억 하나 정도는 남겨달라 일 테고 두 번째 구절은 다른 사랑에 실패해서 아프거들랑 화자의 마음 안에서 아물게 하면 된다입니다. 결국 기다리겠다는 걸까요? 다른 사람과의 사랑으로 인한 아픔까지 책임지겠다는 이 발칙한 발상을 어찌하오리까.


음. 오늘은 '길들다'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전적인 의미는 '어떤 일에 익숙하게 되다'입니다. 여기서 파생된 '길들이다'는 '어떤 일에 익숙하게 하다'이고요. 대부분 사람과 사람의 관계보다는 사람과 동물과의 관계에서 이 표현을 자주 쓰죠. '드래곤 길들이기'라는 영화 제목이 생각나네요.

저는 '길들이다'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전 검열'이라는 연관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해서인지 언론 탄압과 사전 검열이 제 머릿속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제가 본명을 안 쓰고 GAVAYA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이유 중 하나도 사전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전검열에 노출되면 일명 알아서 기는 행태가 이어집니다. 글을 쓰면서 이건 되고 이건 안 되고를 계속해서 생각하죠. 제 브런치는 오타 투성이인데요. 핑계 같지만 머릿속에서 나오는 생각을 바로 적다 보니 그렇습니다. 오타 고치고 다시 글 읽어보고 그러는 사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휘발되어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오타가 좋다는 말씀은 아닙니다. 하하하.

저는 주제도 정해놓지 않고 분량도 상관없이 그냥 자유롭게 생각나는 대로 적는 글쓰기를 선호합니다. 책을 쓰는 일과 <브런치> 생활은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좀 덜 정제되더라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두서없이 글을 적게 됩니다. 사전 검열 따위가 개입할 여지가 그만큼 적죠.

우리는 주변 사람이나 환경에 지배를 받는 존재입니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과 선생님, 좀 커서는 친구, 더 커서는 직장 상사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죠. 또 대한민국이라는 장소에서 태어나 어느 도시 어느 동네에 사느냐에 따라서도 그렇고요.

사전 검열이라는 게 무서운 이유는 '생각'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권력의 힘으로 펜을 꺾는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광의의 의미로 보면 우리 주변 사람이나 환경 역시 권력과 비슷한 맥락으로 우리의 생각을 재단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도 그렇게 하고 있죠. 우리가 배운 많은 것들은 우리의 인생을 살 찌우기도 하지만 반대로 검열의 기제로 돌변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비판적 사고가 꽤나 중요하죠.

가스등 효과. 상대방의 자주성을 교묘히 무너뜨리는 신조어 '가스라이팅'도 유사한 개념입니다. 피해자에게 심리적 영향을 끼쳐 가해자의 판단을 신뢰할 수밖에 없도록 하죠. 영화 속에서 보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뉴스에도 자주 나오고 정도 차이지 일상생활에서 누군가에게 정신적 학대를 가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잊을 만하면 문제가 되는 이단 사례도 비슷합니다. 맨 상단에 있는 인물을 신처럼 믿고 따르죠.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면 저게 어떻게 가능하지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만. 우리의 동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 핵심이죠.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사랑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별이나 기타 상황에서는 매우 잔혹한 일이라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타 상황에서는 길들이는 쪽과 길들여지는 쪽이 선명하게 구분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사랑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지죠. 하하하.

어린 왕자에 보면 이와 관련된 대사가 나오죠. '너는 아직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나도 너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거야' 기억나시나요? 네 사랑은 서로에 대한 길들임의 과정일 수 있습니다.

저는 누군가를 길들이는 것도 누군가에게 길들여지는 것도 단호히 거부합니다. 길들이든 혹은 길들여진 환경이 또 하나의 사전 검열이 될 것 같아서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나 아닌 타인과 타자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영향을 어찌 판단하고 받아들일지는 제가 선택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그대는 화자를 잊었다는 건가요? 아닌 건가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PS. 이번 주는 아주 착실하게 하루도 빼놓지 않고 브런치를 써가고 있습니다. 이제 360개 정도 남았네요. 하루도 안 쉬고 쓰면 딱 1년이 걸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목표한 바는 내년이 끝나기 전에입니다. 제 인생에서 3년 6개월이라는 시간에 걸쳐서 1,000이라는 숫자를 만드는 작업이 가능하리라고는 추호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답니다. 그러니 사전검열 그만하시고 막 쓰실 것을 추천합니다.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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