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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타의 <북극성>

작사/작곡 강타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강타'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Xos40 G1_Fbs? si=jTO6 k-O_qqwgFO9 K

아주 잠시라도

우리 마주치지 않도록

나 기도했는데


하루에도 난 몇 번씩

왜 보고 싶어 지치는 건지

미안해 용서해 줘


- 강타의 <북극성> 가사 중 -




강타는 1996년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안칠현. 강타가 훨씬 났죠? 하하하. 그룹 HOT의 메인 보컬이었죠. HOT 멤버 중 가장 많은 누적 음반 판매량과 수상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일하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정회원입니다. 눈에 잘 띄진 않지만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의 가수 데뷔 과정은 이렇습니다. 연이어 기획사 문을 두드리다가 낙담했는데, 중학교 3학년에 된 1994년 말에 친구들과 놀러 갔다가 롯데월드에서 한 명함을 받게 됩니다. 그 명함이 바로 SM이었다고 하네요. HOT 멤버 중 처음으로 합류했고 연습생으로 들어가 2년이 조금 안 되는 기간을 거쳐 가수로 데뷔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01년 발매한 솔로 정규 1집입니다. 앨범에 실린 노래 중 7곡을 작사·작곡·편곡을 했고 프로듀싱까지 담당하며 그동안의 아이돌 이미지를 벗고 전문적인 뮤지션으로서 출발을 알리는 앨범이었죠. 성과도 꽤 좋았는데, 50만 장에 근접한 판매량을 보였다고 합니다.

1년 만에 정규 2집도 내놓았고요. 2003년에는 신혜성, 이지훈과 프로젝트 그룹 <S>를 결성하고 활동하죠. 이듬해는 중국 드라마에 출연하며 배우로도 데뷔합니다. 2005년에는 3집을 발매하고요. 2006년에는 타이완 아이돌 그룹 멤버와 프로젝트 그룹인 <강타&바네스>를 결성하고 활동합니다.

이후 군대를 다녀오고 이런저런 음악 활동을 하다가 2022년 정규 4집을 발매합니다. 2023년 SM엔터의 음악 퍼블리싱 자회사를 만들어 총괄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북극성'입니다. 여러분 북극성을 아시나요? 천구의 북쪽에 자리한 별을 부르는 말입니다. 그래서 북극성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변합니다.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변하지 않죠. 지금은 폴라리스라는 별이 북극성입니다. 과거에는 베가, 투반, 코카브라는 별이 북극성이었죠. 왜 제목을 북극성이라고 붙인 것일까요? 가사를 따라가 보시죠.

'괜찮은 건지/ 혹시 내 생각에 힘겹진 않은지/ 그럴 리 없겠지만/ 바보 같은 난/ 아직도 많이 모자라/ 널 잊기엔 많이 부족해' 부분입니다. 첫 가사를 보면 화자가 상대는 이별한 사이가 된 듯합니다.

'니가 주고 간/ 우리 추억 때문에/ 어떻게든 나 살아가곤 있지만/ 많이 아파했었던/ 내 모습이 혹시 너에게/ 짐이 된 건 아닌지/ 많이 걱정했었어' 부분입니다. 별 걱정을 다 하는군요. 하하하. 화자의 코가 석자이면서도 시종일관 상대를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2절을 볼까요. '가끔씩 내게/ 들리는 니 소식에/ 그토록 난/ 괜찮은 척 애써 보지만/ 아직도 내겐/ 남아있는 미련처럼/ 너의 모든 게 너무 소중해/ 이제 더 이상/ 힘겹게 참아야만 했던/ 우리 모든 추억도/ 내 곁엔 없는 거야' 부분입니다. 화자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해 보지만 마음은 영 딴판입니다. '나는 괜찮다. 별 일 아니다' 뭐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주문을 걸어보며 어떤 상황을 탈피해 보려 하지만 잘 작동을 안 하는 격이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아주 잠시라도/ 우리 마주치지 않도록/ 나 기도했는데/ 하루에도 난 몇 번씩/ 왜 보고 싶어 지치는 건지/ 미안해 용서해 줘/ 아주 잠시라도 우리 마주칠 수 있다면/ 나 고백할 텐데/ 하루에도 난 몇 번씩 보고 싶어/ 미칠 것 같다고/ 사랑한다고 영원토록' 부분입니다.

실제로는 보고 싶은 마음이 들끓지만 다시 보면 다잡은 마음이 흔들릴까 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화자에게 아직은 사랑이 진행 중인 상태로 보이네요. 중간에 '미안해 용서해 줘'라는 가사에서 이별의 단초를 화자가 제공한 것은 아닌지 하는 강력한 의심이 드네요.


음. 오늘은 제목 '북극성'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별자리 운세 아시나요? 토정비결과 함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심심풀이 땅콩이죠. 왜 이 노래의 제목이 북극성이었을까 하는가에 대해 집요하게 생각을 해 봤더랬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썰은 이렇습니다. 북극성은 천구의 북극과 가장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죠. 또 하나의 특성은 우리가 사는 시간 정도 안에서는 위치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북쪽 방위를 가늠할 때 북극성의 위치를 기준으로 삼곤 했답니다.

북극성이 속해있는 별자리는 작은 곰자리인데 우리나라에서는 3월에 북두칠성과 함께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고 전해집니다. 북극성은 하늘의 북극에서 1도가량 떨어져 있다고 하고요. 지구가 기울어진 팽이처럼 도는 현상으로 인해 북극성의 위치도 조금씩 달라진다고 하네요.

저는 북극성을 백과사전에서 검색해 보면서 '기준점'이라는 한 단어로 생각이 모아지더군요. 기준점의 특징은 흔들림 없이 항상 그 자리를 지켜주는 것이겠죠. 우린 사랑을 할 때 상대를 기준점으로 놓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상대가 좋아할 만한 것을 먼저 떠올리고 준비하곤 하죠.

물론 일반적인 사랑 공식에 따르면 시간이 흐를수록 그 기준점은 급변합니다. 결혼하기 전과 후가 대표적이죠. 나 없으면 못 산다고 말하던 상대가 나 있으면 못 산다로 변하는 아이러니를 어찌하오리까. 화장실 가기 전과 후가 다르다는 우리나라 속담도 일맥 상통하죠.

상대에게 쏠려 있던 기준점이 이탈하며 그 기준점을 자신에게 가까이 끌어오는 과정에서 서로 간에 박 터지게 힘겨루기를 하기도 하죠. 자신의 스타일과 생활 방식이 더 좋다고 그렇게 하자고 티격태격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이 역시 기준점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이죠.

사랑의 위대한 점 중 하나가 '상대에 대한 무대가적 희생'일 텐데요. 무언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게 되는 것 말입니다. 내가 뭘 주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기뻐했는지가 더 중요한 사안이 되죠. 기준점이 상대에게 맞춰지는 것이죠.

이렇게도 볼 수 있습니다. 사랑을 하게 되면 모든 우주가 그 사람을 중심으로 도는 것 같은 환상을 갖게 됩니다. 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그려 놓은 궤도를 돌게 되죠. 그런데 이별이라는 악재로 인해 어느 날 아침에 그 기준점이 사라지면 우린 그 궤도를 이탈하면서 방황을 시작하게 됩니다.

매번 그러면 그런가 보다 할 수 있겠지만 철석같이 불변할 거라 믿었기에 그 충격의 여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죠. 갈 길을 잃은 누군가는 그 자리에 철썩 주저앉아 멍하니 하늘을 보며 사라진 북극성을 찾느냐 여념이 없게 되죠. 그런다고 사라진 북극성이 돌아올 리 만무합니다.

저는 북극성에서 이런 사실도 하나 배웁니다. 모든 것은 움직인다. 그래서 몇 백 년은 폴라리스가 북극성의 역할을 하지만 그 몇 백 년이 지나면 다른 별이 북극성의 지위를 꽤차게 되죠. 인간의 기준으는 권불십년이겠으나 별의 세계에서는 몇 백 년 단위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죠.

그런데 우린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똑같은 북극성을 보며 살기에 북극성은 하나의 별이고 늘 고정되어 있다는 착각을 지니기 쉽죠. (물론 저도 북극성이 바뀐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습니다만)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안 움직일 것 같은 바위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백 수천 년 동안 비를 맞은 바위는 구멍이 나고 깍여 모래가 되고 강을 따라 바다로 갔다가 해안가의 모래알이 되는 식입니다. 그런데도 우린 바위가 딱딱한 것,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죠. 100년 남짓한 시간을 베이스로 생각한 결과입니다.

우리 삶에는 시시각각의 작은 변화부터 몇 백, 몇 천의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크지만 느린 변화도 있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우리는 후자를 안 변하는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도 커플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주 조금씩 혹은 광폭으로 변주를 합니다. 그걸 이해해야 사랑의 고수가 아닐까 싶네요.

우린 마음속에서 저마다의 북극성을 안고 삽니다. 그게 누군가에는 꿈일 수도 있고 가족들의 안녕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북극성의 자리가 변하듯 한 가지 북극성에 너무 집착하는 삶을 살진 맙시다. 혼란스러울 때 잠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면 좋겠네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무더운 날씨가 한 풀 꺾여서인지 몸이 잘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무더위보다 무서운 게 변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되네요. 다음 북극의 교체주기는 약 2,000년이라고 하네요. 근데 아이러니한 게 북극성은 생각보다 밝지 않아서 맨눈으로는 찾기가 어렵다네요. 이론. 그래서 북두칠성이나 카시오페이아지리를 이용해서 찾는다는데요. 자신의 북극성을 찾아가는 것도 그런 원리일까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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