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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학의 <이별 아닌 이별>

작사/작곡 오태호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범학'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yGozmWlHr28? si=yw_8 vaovh-Zdirdy

내 사랑 굿바이 굿바이

어디서나 행복을 바라는 내 맘은

사랑한다는 흔한 말보다

더 진실함을 이해해


내 사랑 굿바이 굿바이

어디서나 행복을 바라는 내 맘은

무너진 내 안에 사랑이 번지면

다시 찾을 거야


- 이범학의 <이별 아닌 이별> 가사 중 -




이범학은 1991년 데뷔했습니다. 평범한 공부 잘하는 학생이었던 그는 음악에 빠져 고등학교 2학년 때 밴드를 결성하고 보컬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 덕분에 3수를 거쳐 대학교 철학과에 진학하게 되죠. 군대를 다녀온 후 1991년 친구 소개로 가수 오디션을 보고 그룹 '이색지대'의 리드보컬로 꼽히게 되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그의 1집 타이틀 곡으로 그룹 활동을 할 때 이미 부른 바 있습니다. 그의 노래 중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MBC 10대 가수상을 수상하게 한 곡이죠. 혹자는 원히트원더 가수로 알고 있지만 2집 앨범에 실린 '마음의 거리'라는 곡도 데뷔곡만큼은 아니어도 적지 않은 사랑을 받은 바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시점에 조울증으로 힘들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에는 배우와 예능 활동으로 눈을 돌렸는데요. 그러다 2012년 윤민수 씨가 작사, 작곡한 '2대 8'이라는 트로트곡을 냈으나 반응은 별로였습니다. '미스터트롯'에서 이 노래를 후배들이 커버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본인 스스로는 록에서 발라드로의 전환이 탐탁하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밴드도 꾸리고 보컬트레이닝도 새롭게 받으면서 음악 활동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는 모습니다. 새 앨범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기대해 보죠. 현재는 해물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네요.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이별 아닌 이별'입니다. 이별은 했는데 이별이 아니다는 의미죠. 네. 사랑했던 상대를 쉽게 놓아줄 수 없는 화자의 심경을 표현한 노래입니다.

'이제 떠나가는 그대 모습 뒤로/ 아직도 못다 한 나만의/ 얘긴 흐르지만' 부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갑니다. 화자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죠. 아직도 못 전한 말이 공중에 떠다닙니다.

'다시 언제까지 나만의 미련으로/ 그대를 사랑한단 말은 정말/ 하긴 싫었어' 부분입니다. 가사가 약간 애매한데요. 화자는 상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 채 이별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그게 미련으로 남는 상황이 되는 것이 싫었다는 의미로 읽히네요.

'밤새워 얘기한/ 우리 서로 간의 갈 길로/ 이별이 아닌 이별을 맞으며/ 헤어지지만' 부분입니다. 갑작스럽거나 일방적인 이별은 아니었나 봅니다. 밤을 새워가며 서로의 갈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이별이 쉽게 받아들여지진 않습니다. 그래서 이별이 아닌 이별이라 말하고 있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내 사랑 굿바이 굿바이/ 어디서나 행복을 바라는 내 맘은/ 사랑한다는 흔한 말보다/ 더 진실함을 이해해/ 내 사랑 굿바이 굿바이/ 어디서나 행복을 바라는 내 맘은/ 무너진 내 안에 사랑이 번지면/ 다시 찾을 거야' 부분입니다. 인사를 건네고 상대의 행복을 빕니다. 화자는 사랑이라는 흔한 말보다 진실함을 내비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고 있죠. 마지막 가사인 '무너진 내 안에 사랑이 번지면/ 다시 찾을 거야'의 해석이 어렵네요. 일단 헤어지자고 해서 헤어지는 시늉은 하는데 화자의 마음이 다시 끓어오르면 상대를 다시 찾겠다 뭐 이런 의미일까요? 하하하.


음. 오늘은 'A 아닌 A'에 대해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 말이죠. 이거면 이거, 저거면 저거 이렇게 선명했으면 좋겠지만 미련이나 아쉬움이라는 감정의 영향으로 우린 이것을 선택하면서도 저것을, 저것을 선택하면서도 이것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하곤 하죠.

조금 결이 다르긴 하지만 우유부단이라는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물어물 망설이기만 하고 결단성이 없다는 의미니까요. 상사가 무리한 요구를 합니다. 첫 번째 케이스는 단호히 거부합니다. 두 번째 케이스는 거부할 수 없어하는 시늉만 합니다. 세 번째 케이스는 화내면 나만 손해다 라며 그냥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유형이신가요? 여기서 무리한 요구는 쌍팔년도 버전으로 담배나 커피 심부름 같은 것을 떠올려 보시죠. 하하하.

저는 삶의 태도와 관련해서 이 사례를 곧잘 하는 편입니다. 첫 번째나 세 번째 유형이 되라고 조언하죠.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번째 유형을 따릅니다. 하면서 불만을 동시에 갖죠. 물론 세 경우 모두 선택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두 번째가 그나마 불이익을 덜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선택을 많이 받는 것이겠죠.

진짜 그럴까요? 만약 두 번째 선택을 한 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한다면 상사는 자신의 지시가 먹힌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비슷한 지시를 반복적으로 하게 되고요. 그 지시를 받는 누군가는 하면서 불만 표출이 고착화될 수 있죠. 과연 두 번째 케이스가 가장 안전한 것이 맞을까요?

다른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죠. 여러분의 손에 한 손에는 사과가 다른 한 손에는 복숭아가 들려 있습니다. 하지만 눈앞에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 포도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여러 가지 반응이 나올 겁니다. 두 손에 든 것을 그대로 두고 입으로 포도를 집어보려 애쓰는 욕심쟁이 유형도 있을 거고요. 어찌하면 세 가지를 다 취할 수 있을까 하고 결정을 못해 내리고 안절부절못하는 유형도 있겠죠. 덜 중요한 것을 한 손에서 내려놓고 포도를 집으면 될 일인데 욕심이 과해서 그 쉬운 것을 빙빙 돌아가게 됩니다.

이처럼 'A가 아닌 A'라고 말할 때는 상황은 A인데 감정이 A가 아닌 상태를 뜻합니다. 감정의 정체가 미련이든 욕심이든 A를 A로 인정하지 않게 하는 것이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도 끝내 그 사람을 향한 마음으로 놓아주지 못하고 있을 때 바로 '이별 아닌 이별'이 되는 셈입니다.

마음이나 우리의 감정도 관성의 법칙의 영향을 받는 것일까요? 이전 상황에서 느낀 감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 하는 걸까요. 잘 가다 덜컥 둘 부리에 걸리면 다른 감정으로 다시 세팅해야 하는데, 평화로웠던 이전 감정에 머물러 있으려는 성질이 발동하죠. 같은 단어이지만 앞의 이별과 뒤의 이별은 사뭇 다른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말이죠. 어찌 보면 우리 삶은 'A 아닌 A'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우리 인생이 A-A-A-A 이런 식으로만 된다면 그건 로봇의 삶이죠. 연속적인 삶을 살다 보니 A-A-B-A라고 했을 때 B가 나타난 뒤의 A와 A 다음에 나타난 A는 그 의미가 변주를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온전한 A는 없고 B에 적게 혹은 많게 영향받은 A만이 있는 셈이죠. 정해진 것은 없다는 경계의 미학과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별을 단칼로 자르지 못했다고 화자를 나무랄 게 아니라 너무도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A'를 보고도 한 번에 'A'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게 우리 인간이니까요. 객관적인 역사적 혹은 과학적 사실도 그럴진대 감정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는 사랑은 왠지 떠난 사람이 다시 돌아올 것 같고 끝이 끝인 것 같지 않고 그런 거죠.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A를 A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지만요. 사람마다 차이는 있습니다만 너무 짧아도 길면 문제가 되죠. 'A가 아닌 A'로 이루어진 세상. 너무 A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맙시다. A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A를 A로 믿는 믿음과 감정의 문제일 수 있으니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휴일 잘 보내고 계신가요? 'A 아닌 A'의 애매한 포지션에서도 웃을 수 있는 이가 진짜 승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삶이 고단해도 웃음을 잃지 말라는 것도 그런 맥락이겠죠. 웃음을 잃지 않는 즐거운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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