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방형국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마음과 마음'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yxjIQj__P30? si=nsZ2 iR-DRpU4 BfZv
아아아 그대는 내 곁에 없나요
아 그대는 먼 곳에 있나요
먼 곳에 있나요
- 마음과 마음의 <그대 먼 곳에> 가사 중 -
마음과 마음은 1985년 데뷔했습니다. 남녀 듀엣인데요. 임석범, 김복희가 건국대학교 시절 강변가요제 출전을 두 달 앞두고 결성된 그룹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제6회 MBC 강변가요제 대상 수상곡이죠.
여성보컬인 김복희 씨는 당시 각 대학 축제마다 초대가수로 무대에 오를 만큼 소문난 대학 노래꾼으로 알려졌었고요. 그리고 임석범 씨 역시 가수 홍서범이 멤버로 활동하던 옥슨에서 함께 한 이력을 지닌 실력파입니다.
당시 가요계의 등용문처럼 여겨지던 강변가요제 대상을 타고 탄탄대로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마음과 마음은 남성보컬 임석범이 입대하면서 부득이 활동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불가피하고 김복희는 솔로 활동으로 전향했는데 그다지 주목을 받진 못했죠. 한동안 가요계를 떠났던 그녀는 30여 년만인 2015년 복귀 앨범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허스키한 보이스가 참 매력적이죠.
임석범도 제대하고 똑같은 고민을 합니다. 솔로 할까 듀엣 할까 하고요. 그러다가 당시 자신의 연인이었던 채유정 씨를 혼성듀엣 멤버로 영입합니다. 그리고 총 6장의 음반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했죠. 두 사람은 급기야 결혼을 했고요. 미사리 카페 등에서 가수 활동도 했습니다. 임석범 씨는 (사)싱어송라이터협회 이사도 맡고 있다고 하네요. 40년이 된 노래인데도 아직도 많이들 찾아 듣는 생명력이 긴 노래라고 하겠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그대 먼 곳에'입니다. 딱 봐도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있는 티가 팍팍 나죠? 그런데 여기선 물리적 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거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견물생심이라고 곁에서 눈으로 보는 거리에 있는 경우가 더 힘든 건 아시죠?
'먼 곳에 있지 않아요/ 내 곁에 가까이 있어요/ 하지만 안을 수 없네요/ 그대 마음은 아주 먼 곳에' 부분입니다. 네 화자가 사랑하는 사람은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모두가 무용지물이죠.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는 말이 실감 나는 가사입니다.
2절을 보시죠. '사랑도 생각했어요/ 영혼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잡을 수 없네요/ 그대 생각은 아주 먼 곳에' 부분입니다.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과 영혼의 교류를 통한 사랑을 꿈꿨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잡히질 않습니다. 가까이 있는데도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죠.
'그대가 내 곁을 떠나갈 때/ 마치 넋이 빠진 모습으로/ 난 몹시 담담한 마음으로/ 그대를 보냈어요' 부분입니다. 아마도 그 사람은 한 때나마 서로 교감을 나누었던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그냥 짝사랑 버전보다는 말이죠. 이별이라는 과정을 겪으며 화자는 세상을 다 잃은 것은 심정으로 상대를 보냈나 봅니다.
'아아아 그대는 내 곁에 없나요/ 아 그대는 먼 곳에 있나요' 부분입니다. 마음을 얻지 못하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것 보다 더한 아픔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내게서 마음이 떠난 사람이 눈앞에 어른거려도 그 마음이 떠났다면 없는 것보다도 더 한 슬픔으로 다가오죠.
음. 오늘은 가사 중 '담담한 마음'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담담하다는 '특별한 감정의 동요 없이 그저 예사롭다'라는 사전적 정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별 현장에서 이런 마음을 내기란 쉽지가 않죠. 사랑은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기작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애써 숨기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노래에서 화자는 자신의 의지로 담담해진 것이 아니라 넋이라도 빠져서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해 담담한 듯 보였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 만약 이별의 상황을 인지하고 마음에서 사투를 벌였다면 떠나는 사람을 그리 담담하게 지켜보긴 어려웠을 겁니다.
예전에 이경규 씨가 나온 <힐링캠프>라는 토크쇼가 생각나는데요. 거기에 법륜 스님이 나왔더랬죠. 패널들이 자신이 가진 질문을 하나씩 던지는 시간이었는데, 이경규 씨가 장난스럽게 '요즘 뭘 해도 재미가 없어요'라고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자 법률 스님이 이리 답변하죠. '자연스러운 거라고요' 한 마디로 고민이나 문제를 삼을 만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죠. 다만 본인이 심심한 걸 문제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는 식이죠. 하하하.
담담함을 이야기하다가 왜 이 에피소드를 꺼내냐면요.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감정이 평탄해져서 전보단 비교적 화나 승을 내는 경우가 주는 경향이 있죠.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역정을 내는 모습을 자주 연출하면 주변에서 사람들이 하나씩 사라집니다. 이전에 적지 않은 것들을 경험했으니 새로움의 부재가 나은 촌극일 수도 있고요. 아무튼 이 정도 나이가 되면 반자동으로 담담함이 탑재가 되는데 현실 버전으로 읽으면 재미없음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최근 저의 화두는 '중년'입니다. 5자가 스멀스멀 보이는 나이인지라 거기에 편입되기 전에 해야 할 공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저만의 생각을 하고 있죠. 늘 아홉수에 걸리는 체질이라서 이번에는 좀 그냥 가나 싶었는데 여지가 없네요. 몇 권의 책을 읽어 봤는데요. 역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가 여행을 말할 때 시간, 돈, 체력이 다 갖춰지는 나이나 때는 없다고 말하는데요. 중년은 다 중간 정도만 있는 나이죠. 그래서 서글픈 눈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텐데요. 누군가는 그래서 좋은 게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헛헛해진 마음이 생기는데 기존의 사고 궤적을 따라가서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 담담한 마음으로 돌아와 보죠. 감정의 동요가 없는 사람이면 죽은 사람이죠. 감정의 동요가 적은 사람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습니다. 밖과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는 비슷하나 그것을 수용하는 능력에 따라 갈리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나이가 들면 이 수용력이 커져야 하는 것이 상식이고요.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우린 왜 담담한 마음을 가지기 어려운가 하고요. 간단합니다. 뭔가 잘 되려는 욕심이 작용한 탓이죠. 자기 눈앞에 펼쳐진 사건이나 상황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안 일어났어야 하는 일, 혹은 다른 방식으로 일어났어야 하는 일 따위로 재단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흔들림이 적은 마음을 갖는 것은 험난한 세상에서 꼭 필요하죠. 그만큼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마음이지만 방심한 사이에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려버리는 우리들이라서입니다.
스님들이 도를 닦는 방법은 2가지라고 하는데요. 하나는 외부와의 접촉 없이 산사에서만 지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느 정도 되었다 싶으면 속세로 내려와 테스트한다는 우스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견물생심이면 내 도가 아직 부족한가 보다 반성하며 다시 산속으로 들어가는 버전이죠.
담담함은 갖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끓어오르는 욕망과 욕심을 싹둑 잘라내는 것에서 오는 것은 아닌지 싶네요. 일단 재미없음이라는 말의 의미부터 재정의가 필요할 듯싶습니다. 재미없는 게 평온한 겁니다. 담담한 게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고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월요병이 이번 주는 조금 덜해서 몇 자 끄적여 봤습니다. 가을이 훅 들어와서 저녁에는 쌀쌀하죠? 주변에 보면 산책이든 운동이든 하시는 분들이 제법 늘었더라고요. 운동할 땐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 가급적 거추장스러운 것들과는 거리를 두게 되죠. 왠지 그 원리가 운동이 담담해지는 연습 중 하나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네요. 운동합시다.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