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홍수철 작곡 김석희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홍수철'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H8 dI3 DrKM1 k? si=-ao2 hyRa2 RXYvopU
이별은 싫어
추억의 그림자가 너무 많아
그리워져요
철없던 우리 사랑이
내 사랑 그대 그대여
다시 한번 사랑해요
아름다워요 철없던 사랑이
- 홍수철의 <철없던 사랑> 가사 중 -
홍수철은 1977년 데뷔했습니다. 복싱 챔피언 홍수환의 친동생 되시겠습니다. 형 덕분에 데뷔 때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고슴도치>라는 록 음악 밴드를 이끄는 보컬리스트 겸 기타리스트로 활동해 왔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1985년 발매한 곡입니다. 발매 당시에는 인가가요 4위까지 차지하며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는데 그다음 해에는 TV와 방송에서 가장 많이 노출된 곡이 되었죠. 당시 가왕 조용필 씨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죠.
박진영 씨가 불렀던 Wen We Disco와 유사해 이 곡이 소환되기도 했죠. 노래가 나온 지 이제 40년이 되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가수들에게 꾸준히 불리고 있습니다. 풋풋했던 첫사랑의 느낌을 꽤나 잘 닿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그는 1991년 <보고 싶다 친구야>라는 곡을 내놨다가 표절로 곤욕을 치릅니다. 일부가 아니라 원곡을 거의 다 베꼈기 때문에 파장이 컸습니다. 이 일로 인해 1992년 후로 가수 활동을 더 이상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종교계로 인생 항로를 튼 것 같고요. 현재는 개신교 목사라고 기재되어 있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철없는 사랑'입니다. 제목만 딱 봐도 나이 들어서 하는 사랑 느낌이라기보다는 경험이 비교적 적은 젊은 시절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어도 사랑에 대해 공부하지 않는 사랑은 철없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죠.
'철없는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었지 미움도 모르는 채/ 이별도 모르는 채 불타는 가슴으로 서로를 느끼면서/ '영원토록 향기로운 우리의 사랑이여' 부부분입니다. 화자에겐 뜨겁게 불타는 가슴과 느낌만이 전부였습니다. 사랑의 이중성에 대한 지식이 너무도 부족해서 그 뒤에 감춰진 미움, 이별 따위는 가볍게 여겼거나 모르고 지나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랑이 영속할 수 있다 믿는 오만도 저지릅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이별은 싫어 추억의 그림자가 너무 많아/ 그리워져요 철없던 우리 사랑이 내 사랑 그대 그대여/ 다시 한번 사랑해요 아름다워요 철없던 사랑이' 부분입니다. 이별이 좋은 사람이 이 세상에 누구 있을까요. 하지만 이별을 아는 자와 이별을 모르는 자는 이별을 대하는 자세에서 크나큰 차이를 보이죠. 화자는 이별을 모르는 자였을 겁니다. 추억의 그림자는 저물어가는 추억을 표현한 듯합니다.
이별 다음에 이어지는 것이 그리움과 잊힘인데요. 이것이 역시 화자에게는 쉽지 않은 것들이었으리라 추정됩니다. 하지만 철없던 사랑이 무익하거나 무용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이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순간도 없다는 반전 매력이 있죠.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아무 조건 없이 해나가는 마음의 발현이 아닐까 싶네요.
음. 오늘은 제목 '철없는 사랑'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나이가 어려서 경험이 많지 않을 때 상대를 제대로 배려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을 철없는 사랑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자신의 부족한 점들이 너무도 잘 보이곤 하죠.
그런데 저는 '철없는 사랑'을 다른 의미로 읽고 싶습니다. '사랑에는 철이 없다'로 말이죠. 10대 20대 혹은 30대에만 하는 게 사랑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동안 늘 해야 하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요. 그러니 사랑에는 철이 없을 수밖에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라도 사랑은 진행 중이라고요.
우리가 진정 철없는 사랑이라는 타이틀을 탈피할 날이 올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타인이기에 그 타인을 사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한계가 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서 이성에 대한 배려나 사랑을 대하는 자세가 성숙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래도 늘 사랑은 어렵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사랑하는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이 꼭 일치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죠. 흔히들 찰떡궁합처럼 너와 내가 하나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지만 길어야 3년을 넘지 않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랑은 언제나 철이 없다'는 표현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끝나고 나면 못 해 준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후회가 덩그러니 남아 있으니까요. 매번 다음 사랑을 만나면 그것을 교훈 삼아 잘해 보리라 다짐하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죠.
우린 인간이기에 그런 제약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사랑에 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지차죠. 이런 사실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철없는 사랑과 철 있는 사랑을 나누는 세간의 기준이기도 합니다.
사실 사랑에 철이 있으면 밍숭밍숭해 지기 쉽죠. 일명 플라토닉 러브처럼 정신적 사랑의 모습을 띨 확률이 높습니다. 하하하. 강렬하고 저돌적인 사랑이 철이 없는 사랑의 모습이라면 잔잔하고 정신적인 사랑은 철이 있는 사랑의 모습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랑을 할 땐 철이 좀 있는 게 좋은데, 철이 좀 있으면 사랑에 진입하기가 어려운 단점도 있습니다. 철이 없으면 다양한 사랑과 사랑의 가능성을 열어놓게 되지만 철이 생기면 그 가능성의 문을 닫기 때문이죠. 사랑에 철이 있는 것이 정말로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마치 나이가 차서 배우자를 찾으면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며 까다롭게 되기 십상이어서 성공률이 높지 않죠.
우린 대체로 사랑하기 좋을 때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젊고 아름다운 청춘 남녀의 사랑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으로 그런 이유일 겁니다. 혹자는 언제든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아직은 사랑할 때가 아니라 둥 어떤 일이 정리되면 사랑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사랑에 철, 여기서는 때나 장소를 따지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철이 없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철없는 사랑은 시도 때도 정해지지 않는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걸 자신의 의지로 어찌해 보겠다는 것은 계절을 맘대로 운영해 보겠다는 심산과 다르지 않습니다. 신이 나 가능한 것이죠.
철없는 사랑은 단순히 경험이 적은 젊은 때 하는 사랑으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더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나이와 상관없이 죽는 날까지 철없는 사랑을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철을 정해놓고 하는 사랑도 그래서 철없는 사랑인 것이고요.
철없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면 계속 철이 없는 사람과 좀 철이 드는 사람으로 나뉘죠.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자기 중심주의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사랑이라는 사실을 조금은 이해하는 것에서 갈리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어제 <이상준 쇼>를 보고 왔습니다. 한 마디로 재밌습니다. 기대를 안 해서 그런지 저는 그리 느꼈습니다. 하나 인상적인 부분이 티켓 가격이었는데요. 4만 4000원이었거든요. 이렇게 정한 이유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상준 씨 나이가 44살이라서 고심 끝에 그리 정했다고 하네요. 천상 개그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누구는 철없다 느낄 수도 있겠지만 심각한 금전 문제에 개그 코드의 삽입은 철이 있음으로 봐주고 싶네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