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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원의 <개똥벌레>

작사/작곡 한돌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신형원'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5 uEMx_0 RdEM? si=HXzAY08 hmhnaSjhp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 말아라


나를 위해 한번만 노래를 해주렴


나ㅡ나 나나나나 쓰라린 가슴 안고


오늘 밤도 그렇게 울다 잠이 든다


- 신형원의 <개똥벌레> 가사 중 -




신형원은 1982년 데뷔했습니다. 1984년 1집을 시작으로 2000년까지 7집의 정규앨범을 발매했습니다. 그녀의 이력을 들여다보다 특이했던 점은 긴 가방끈이었습니다. 단국대 영어영문학 중퇴, 메릴랜드 철학과 중퇴, 서울예술전문대학 실용음악과, 동덕여자대학교 실용음악과, 단국대학교 대중문화예술대학원. 엄청나죠?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1987년 발표한 그녀의 2집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이 노래는 상복이 많았습니다. MBC 아름다운 노래 대상 금상을 비롯해 한국방송프로듀성상 가수상, 가장 문학적인 가수상 등을 수상했죠. 가사가 시적이고 서정성이 짙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동요 같은 느낌도 있어서인지 음악교과서에도 실려 있습니다. 남녀노소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곡이죠.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고통과 절망을 표현한 노래입니다. 그녀는 사회성이 짙은 노래로 인간애를 모티브로 한 곡이죠. 그녀의 노래에서 이런 특성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좀처럼 예능프로그램에는 출연을 안 하는 그녀였지만 2019년 <두 번째 서른>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습니다. 인순이, 노사연, 이성미 씨와 함께요. 아마도 언니들의 눈치가 보였을 법합니다. 하하하. 5박 6일 동안 남해안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청춘을 찾아 떠나는 리얼 인생 라이딩 여정이었지요. 콘셉트가 재밌죠?

가수이자 작사/작곡가 그리고 객원교수까지 음악을 늘 곁에 두고 살아온 그녀의 여정을 응원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개똥벌레'입니다. 백과사전을 검색했더니 딱정벌레목 반딧불이과에 속하는 곤충이라고 설명합니다. 밤에 배 끝에서 빛을 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져 있습니다. 황가람의 <반딧불>이라는 노래의 이전 버전 같은 느낌이 드네요.

'아무리 우겨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 걸/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 부분입니다. 화자는 철저하게 외롭고 고독한 존재로 그려집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삶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반대로 추락하는 고단한 삶의 모습도 그려집니다. 어느 누구 하나 눈길을 주지 않고 외면하는 슬픔과 아픔이 전해집니다.

2절을 볼까요. '마음을 다 주어도 친구가 없네/ 사랑하고 싶지만 마음뿐인 걸/ 나는 개똥벌레 어쩔 수 없네/ 손을 잡고 싶지만 모두 떠나가네' 부분입니다. 화자는 마음을 꺼내서 보여주지만 매번 퇴짜를 맞기 일쑤네요. 혐오스러운 외모 때문일 텐데. 은유가 아닐 듯합니다. 물질문명으로 얼룩진 돈이 전부인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을 뜻하는 것 같네요. 이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 말아라/ 나를 위해 한번만 손을 잡아 주렴/ 아아 외로운 밤 쓰라린 가슴 안고/ 오늘 밤도 그렇게 울다 잠이 든다/ 울다 잠이 든다 X3' 부분입니다. 화자는 큰걸 바라지 않습니다. 눈길 한 번, 손길 한 번 정도면 충분하죠. 하지만 밤이 깊어지는데도 어느 누구도 다가와 말을 걸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설움에 울음을 터트리고 지쳐서 잠이 들고 말죠. 흑흑.


음. 오늘은 '개똥벌레'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하다 하다 곤충까지 주제로 삼는 제 자신이 너무 우습네요. 하하하하하하. 먼저 개똥벌레를 좀 뜯어봐야겠습니다. 개똥벌레는 짝짓기를 위해 빛 에너지를 내며 상대를 유혹한다고 하네요. 수컷과 암컷의 비율이 50대 1이어서 암컷 쟁탈전이 장난이 아니라고 하네요. 다행입니다. 개똥벌레가 아니라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말이죠. 휴~~

반딧불이 보이는 걸 우린 낭만이라고 생각하지만 번식을 위한 구애, 사투의 현장이라는 점이 놀랍네요. 이제 반딧불을 보면 마냥 좋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역시 아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개똥벌레의 원래 이름이 '반디'라고 하니 황가람의 <반딧불>과 이 노래는 정말 닮은 점이 많네요.

개똥벌레를 조사하다가 50대 1의 경쟁에서 탈락한 49마리 중 한 마리의 마음을 모티브로 이 곡이 쓰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이번에 탈락했으나 다음에라도 될 확률이 있으면 좀 괜찮았겠지만 50:1이라는 확률은 빼어나지 않으면 거의 평생 혼자 살아야 한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죠. 그 탈락 개똥벌레의 마음이 어땠을지 미루어 짐작조차 할 수가 없네요. 자발적이 아니라 타율에 의한 솔로의 삶 말이죠.

다행스러운 것은 동물학자 최재천 박사에 따르면 개똥벌레는 같이 모여 살며 군무를 하므로 친구는 많다고 하네요. 애인은 없을 수 있으나 친구는 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사랑보단 우정이 더 길게 가니까요.

또 하나 주목해 봐야 할 점은 개똥벌레는 애벌레를 말한다는 점입니다. 알-유충-번데기-성충으로 이어지는 일생을 보내는데, 번데기 단계로 빛을 낼 수 없는 단계죠. 그러니 얼마나 서럽겠어요. 거북이들이 육지에서 알을 낳고 거북이 새끼들이 태어나 해변을 지나 바다로 갈 때 엄청난 외부의 위협이 있죠. 거북이 식사하려고 맹수들이 즐비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바다로 가는 거북이는 얼마 안 됩니다.

개똥벌레 역시 그 성장 과정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위협들이 존재할 겁니다. 그 위기를 넘고 넘어야 성충이 되어 빛을 낼 수 있는 거죠. 빛을 낸다고 꼭 짝을 찾는 것은 아니지만요. 개똥벌레의 삶 자체가 고행인 것 같습니다. 어른으로 잘 성장한다고 해서 가족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개똥벌레인가 봅니다. 개똥벌레를 노래를 담은 이유가 이제 확실히 납득이 되시나요? 그런데 말이죠. 저는 황가람의 <반딧불>이 최근에 유행한 것을 보면서 우리의 삶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쩜 그때보다도 지금이 더 힘든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말이죠. 모두가 다 넉넉지 않아서 상대적 빈곤 같은 것은 덜 느꼈지만 지금은 자본주의의 한가운데에 들어와서인지 상대적 박탈감이 절죠. 심지어 돈 있으면 형이라는 말처럼 돈으로 신분을 나누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돈이 없는 사람이 딱 개똥벌레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희망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김대식 교수님의 영상을 보다 보니까 예전 로마에서 처음으로 기본소득이 된 것처럼 AI가 확산되면 다들 일 안 하고 죽지 않을 정도의 돈을 기본 소득으로 받으며 평등해진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그땐 졸부들이 돈으로 유세 떠는 것은 안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다른 문제는 생기더라도 말이죠.

우리 주변에는 사회적 약자가 많습니다.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들을 배려하는 넉넉한 마음을 발휘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실천하는 것은 식당이나 음식점 같은 곳에서 알바나 직원 분들에게 공손히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뭐 이런 거죠. 그들이 지금 이 순간 돈이 좀 없는 것일 뿐이지 인격은 동일하잖아요.

우리 사회에 개똥벌레가 줄거나 사라졌으면 하는 것은 매 한 가지겠죠. 생각만으로 안 될 겁니다. 몇 백일을 타워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노동자들, 우리가 출근하기 전에 투명인간처럼 사무실을 청소하는 청소부들 그들이 있기에 우리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죠. 생각이 아니라 작은 행동 하나라도 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본의 아니게 요즘 7080 노래를 많이 다루게 되네요. 좀 안배를 해 나갔어야 하는데 처음에 최신곡 위주로 하다가 망했습니다. 하하하. 어느덧 7080 노래도 50개를 넘어섰네요. 매거진별로 100개씩 딱 맞춰서 끝내면 좋으련만. 가을이 되어서 그런지 7080 노래가 귀에 더 꽂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멜랑꼴리. 가을을 흠뻑 타 봅시다. 노래와 함께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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