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애정한다는 겁니다.
평생 한 영화만 보고 살아야돼. 뭐고를거야?
종종 주변에 던지는 질문. 처음 알게되어 가까워지는 관계이거나, 오래 본 지인들에게 뜬금없이 인생영화를 물어보곤 한다.
주변인들에게 거의 다 물어봤다해도 과언이 아닐 수 있는 이 질문을 통해 들을 수 있는 답변은 물론 영화 제목이다.
대체로 몇만 관객을 모은 대작이거나 많은사람에게 준 울림을 주는 작품들이 많이 꼽힌다.
시네마천국이나 대부 같은 대작부터 어바웃타임, 라라랜드 같이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영화들까지.
스토리가 따뜻한 성장영화나 시종일관 멋진 장관이 펼쳐지는 영화들도 많이 꼽히고,
특히 음악이 인상적인 음악영화들도 자주 등장한다.
대게 본적이 있는 영화들이 꼽히지만 못본 영화가 있다면 필감 리스트에 저장해두고
기회가 될때 꼭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답변으로 나오는 영화들은 비슷하기도 하고 독특하기도 하지만 답변을 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물어보자마자 반사적으로 준비한 영화 제목을 툭 던져주는 친구도 있나하면,
아카데미 수상작을 선정할 태세로 심도있게 고민해가며 여러작품 중 하나를 힘겹게 꼽는 이도 있다.
또 하나의 영화이름에 그에 얽힌 사연과 세월을 버무려 하나의 스토리리를 들려주는 친구도 있었다.
질문을 받은 상대방은 종종 나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데,
나는 질문 받을때마다 인생영화가 바뀐다.
왜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질문받는 기분과 무드에 따라 바뀌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생영화를 통해 가볍게는 누군가의 취향의 일부를 읽어볼 수 있지만
어떤 대답은 그이가 계속 보고싶어하는 미래의 바램도 함께 느껴질때가 있다.
내가 꼽은 인생영화에 담긴 이야기, 장면, 음악을 앞으로의 무수한 시간 어느 한 부분에 들여놓고
다시 음미하고 새롭게 이해하고 즐기는 상상을 해보면 그사람이 좀더 깊이 이해되는 느낌이 들어 애정이 더 생기는 느낌이다.
인생영화 하나 물었을 뿐인데, 애정이 생성된다니 이것이야 말로 콘텐츠의 힘. 예술의 힘이 아닐까.
내가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를 사랑하는 이를 애정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