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에 대한 단상
회사에서 샐러리맨으로 살아오면서 제일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만들어낸 수많은 결과물은 내 것이 아니라 회사의 것입니다. 아무도 나의 성과물을 나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팀 혹은 회사의 것으로 생각합니다. 법적으로도 나의 성과물은 회사의 소유입니다. 따라서 회사를 떠날 때 내가 가져갈 수 없습니다.
비단 나의 것이 아닌 것은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내가 어떤 직무를 아무리 오래 수행했더라도 한 순간에 다른 사람에게 넘겨지는 일이 허다하고, 내가 회사를 떠나도 즉시 후임자가 저의 일을 맡게 되고 회사는 너무나 잘 돌아갑니다. 나와 오랜 세월 같이 했던 부하직원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 어떤 것도 오래 했다고 내 것이 아닌 곳이 회사입니다. 회사에서는 ‘나의 것’을 찾기가 힘듭니다.
샐러리맨은 회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회사에서 보낸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그 시간은 모두 회사 것이 되거나 나에게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시간이 되고 맙니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표현하고, 나를 드러낼 수 있는 방법. 저는 그것이 ‘보고서’라고 생각합니다.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이 그나마 샐러리맨이 ‘창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행위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보고서의 소유권은 회사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그 창작의 과정과 결과는 오롯이 저의 머리와 몸에 각인이 되고 내재화됩니다. 이것은 다른 창작활동의 원동력이 됩니다.
모든 창작물이 그러하듯이, 보고서가 창작행위가 되기 위하여 전제가 되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를 잘 쓰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상사의 의도를 파악하라’고 말합니다. 상사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것에 따라 쓰는 보고서는 창작행위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나와 상사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나의 생각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보고서에 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상사는 부하직원의 생각이 자신과 다르더라도 부하직원의 보고서 내용을 함께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이 ‘내 것이 없는’ 두 샐러리맨의 자아를 확립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고서는 단순하게 상사가 쓰라고 해서 쓰는 것이 아니고 나의 생각을 조직에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샐러리맨이 글 쓰는 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좋은 보고서는 나의 성과를 높여주고 나의 승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승진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자신을 표현하고 나의 주체성을 쫓아야 하는 단독자로서 보고서를 쓰기 위한 글쓰기 공부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보고서는 될 수 있으면 형식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고서는 형식이 정해져 있습니다. 소위 ‘템플릿’이라는 것입니다. 형식이 정해져 있으면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없고 개개인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없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개조식 보고서’를 씁니다. 대제목, 중제목, 소제목을 나누어서 핵심 요약만 정리하는 구조입니다. 어떤 회사는 아직도 한자가 들어간 보고서 템플릿을 쓰기도 합니다. 뜻을 명확하게 하자는 취지라지만 이건 좀 심합니다. 신입사원들이 입사를 하면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것이 이런 ‘개조식 보고서’를 쓰는 방법입니다. ‘MECE 하게 써라’, ‘두괄식으로 써라’, ‘제목만 봐도 무슨 말인지 알게 써라’, ‘제목끼리 논리적 일관성이 있게 써라’, ‘KISS(Keep It Simple Short)하게 써라’ 등이 주로 가르치는 내용입니다. 요즘에는 워라벨을 위해 보고서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원페이지 리포트’도 유행합니다
문제는 이런 보고서들이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직원들의 생각하는 능력을 제한한다는 사실입니다. 작가들은 타이핑하는 손끝에서 생각이 나온다고 이야기합니다. 손끝에도 뇌가 있다는 것이죠. 미리 정해진 생각이 문장으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고 문장을 작성하기 위해서 타이핑을 하는 동안에 생각이 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뇌과학자들에 의해서도 증명되었습니다. 문장은 간결해야 하지만 형식이 너무 간결하면 곤란합니다. 시간이 없는데 언제 서술형 보고서를 쓰느냐고 주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조식 보고서는 산업화 시대 시간과 효율성을 중시하던 시대에 맞는 보고서입니다. 창의성이 기업과 개인의 생존요건이 된 이 시대에 맞는 보고서는 ‘개조식 보고서’가 아니고 ‘서술형 보고서’입니다. 이것을 깨닫고 실천하고 있는 회사가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에서는 ‘6 페이저’라고 부르는 6쪽짜리 ‘서술형 보고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베조스 회장은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은 발표자에게는 편하고 청중에게는 어려운 방식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모든 내용이 글로 표현되는 6페이지는 발표자에게는 어렵고 청중에게는 편한 방식이다
발표자는 꼼꼼하게 생각하고 조사하고 쓰고 고치는 작업을 반복하며 스스로 주제에 대한 명확한 내용을 글로 정리하게 된다. 흘러가는 말과 달리 온전한 문장으로 쓰인 글에는 도저히 숨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196P, 197P
‘온전한 문장으로 쓰인 글에는 숨을 곳이 없다’라는 말에 기겁을 하고 서술형 보고서에 대한 공포를 갖는 독자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보고서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그 해석은 달라집니다. 상사의 지시에 의해서 상사에게 깨지지 않으려고 쓰는 노동이냐, 나의 생각을 발전시키고 나를 표현하는 창작행위로 보느냐에 따라서 서술형 보고서에 대한 태도는 달라질 것입니다.
글쓰기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한국의 샐러리맨들은 글 쓰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논술도 입시를 위해서 배웠고 책도 입시를 위해서 읽었으니 자신의 업무에 대해서 가치 판단을 하고 자기 생각을 쓰라고 하니 답답할 노릇일 것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생각이 없으면, 즉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지 못하면 나올 글이 없습니다. 본인의 업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신만의 생각이 좋은 글쓰기의 전제조건입니다.
문학 글쓰기와 논리 글쓰기는 분명 성격과 목적이 다르지만 좋은 글을 쓰는 방법론에서는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말대로 논리 글쓰기는 문학 글쓰기보다 재능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 다행입니다. 회사의 보고서는 누구나 잘 쓸 수 있습니다. 회사 글쓰기는 성격과 목적이 다르지만, 좋은 글을 쓰는 팁은 문학 글쓰기나 논리 글쓰기를 하는 작가들에게서 많은 부분 차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글을 잘 쓰는 사람들에게서 팁을 얻어봅시다. 작가들이 글을 쓰는 이유는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을 알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말합니다.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작가 정혜진은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쓴다고 합니다. 강원국처럼 상사를 위해 연설문을 쓰는 사람도 있고, 유시민이나 조지 오웰처럼 정치적 글쓰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김훈처럼 삶의 육체성과 구체성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글 쓰는 목적과 상관없이 이들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글 잘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많이 읽어라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반드시 글을 잘 쓴다는 보장은 없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다’라는 진실은 소설가에게도 에세이스트에게도 회사에서 보고서를 쓰는 샐러리맨에게도 모두 적용됩니다. 회사의 보고서의 특성상 자신의 업무에 맞는 경영 관련 서적을 많이 읽는 것이 보고서를 잘 쓰는데 도움이 됩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자기 계발서 중 '보고서 잘 쓰는 법'을 알려 준다고 광고하는 책은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전술한 개조식 보고서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재무 업무를 하고 있는 저의 경우, 증권사 애널리스트 리포트나 경영전략에 관한 책들이 좋은 보고서를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문적인 경영 언어를 습득할 수 있고 문체도 사내 보고서에 적합할 뿐 아니라 논리를 전개하는 흐름까지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영전략서는 보고서 전체를 전략적인 관점에서 디자인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읽기가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읽는 것 자체가 쓰는 것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지식소매상’이라고 부르는 유시민 작가는 그의 저서 '글쓰기 특강'에서 ‘텍스트 요약이 논리 글쓰기의 첫걸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샐러리맨 버전으로 바꿔 말하면 좋은 경영학 서적을 요약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보고서가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요약으로 끝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서 자신의 글로 표현하는 것, 즉 맹자가 말한 以意逆志(이의역지)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일단 쓰고, 정기적으로 쓰고, 틈나는 대로 써라
글쓰기를 다루는 모든 책에서 강조하는 최고의 글 쓰는 기법은 ‘무조건 매일 같은 시간에 책상에 앉아서 뭐든 쓴다’입니다. 멋진 생각은 어느 날 갑자기 ‘짠!’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쓸려고 앉아있을 때 나온다는 것이 작가들의 공통적인 이야기입니다. 우리 샐러리맨은 이 부분만큼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샐러리맨은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확히 같은 시간에 출근을 해서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마주하기 때문입니다. 스티븐 킹은 하루에 일천 단어를, 무라카미 하루키은 매일 오전에 원고지 20매 분량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감에 임박해서, 즉 상사 보고일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보고서를 쓸려고 하면 부담이 됩니다. 따라서 평소에 업무를 하다가 느낀 점을 적어두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퇴근 시간 30분 전에 그날 했던 업무에 대한 내용과 자신의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보고서 소재를 쌓아두는 보물창고를 갖는 것입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메모의 달인입니다. ‘에버노트’나 ‘베어’ 같은 메모 앱(APP)을 쓰는 것도 좋지만 작은 노트를 가방에 혹은 주머니에 지니고 다니는 것도 좋습니다. 참고로 저는 두 가지를 모두 합니다.
간결하게 써라
간결한 문장은 문학 글쓰기, 논리 글쓰기, 회사 글쓰기 모두에 적용되는 진리인 것 같습니다. 물론 소설가 중에는 프루스트처럼 몇 페이지를 한 문장으로 쓰는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근대 이후의 소설은 아마도 헤밍웨이의 영향인지 간결하게 쓰는 글을 좋은 글로 봅니다. 문장은 단문을 쓰고, 형용사와 부사는 가능한 쓰지 않습니다. 스티븐 킹 역시 그 유명한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책에서 ‘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덮여있다’라고 이야기했고, 볼테르는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다’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의 글쓰기'로 유명한 강원국 작가도 ‘반복은 괜찮지만 중복은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유시민은 쓸데없는 일본식 조사, 중국어식 표현을 피하기 위해서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를 반복해서 읽었고, 하루키는 간결하게 글을 쓰기 위해서 본인의 소소한 영어로 문장을 먼저 쓰고 일본어로 옮겼다고 합니다.
글쓰기의 목적과 상관없이 간결한 문장을 선호하는 것은 읽는 사람을 위한 배려일 것입니다. 특히 바쁜 상사를 위해서 보고서를 써야 하는 샐러리맨들에게는 더욱 필요한 덕목입니다. 문제는 헤밍웨이도 말했듯이 간결한 문장을 쓰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것입니다. 개조식 보고서에 익숙한 한국 직장인들은 짧게 쓰는 보고서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 것입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일정한 형식과 분량에 맞춘다는 것은 고욕입니다. 개조식 보고서는 생각의 힘도 기르지 못하고 공수도 많이 들어갑니다. 제가 서술형 보고서를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보고서의 마무리인 결론 부분은 특히 더 간결하게 써야 합니다. 안정효는 '장황한 종결은 꽃상여'라고 말했습니다. 가장 좋지 않은 마무리는 질질 끌면서 핵심이 없는 보고서입니다. 열린 결말만큼은 보고서가 소설에서 차용하지 말아야 할 부분입니다.
묵혀라
이 부분도 글의 종류와 상관없이 적용되는 원칙인 것 같습니다. 쓴 다음 일정기간 김치처럼 묵혔다가 다시 보는 것입니다.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초고를 쓴 다음에 바로 수정 작업을 하지 않고 짧게는 몇 주, 길게는 수개월 후에 다시 작업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본인이 쓴 글을 객관적인 눈으로 다시 보기 위함입니다.
완벽한 보고서를 썼다고 생각했는데 상사에게 깨지는 것은 대부분 ‘묵히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쓴 보고서의 오류를 본인이 발견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정 기간 시간을 두고 다시 보면 그 오류가 보입니다. 쓰기에 집중할 때에 보이지 않았던 오류들(오탈자는 물론이고 보고서 전후의 비논리성)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묵히기’ 역시 마감시간이 문제입니다. 샐러리맨들이 하루키처럼 몇 개월씩 보고서를 묵힐 수는 없으나 하루 정도 시간 여유를 갖거나 동료와 번갈아가면서 검토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상사, 선후배, 타부서, 거래처 등 회사에서 맺은 관계 속에서 사람과 갈등이 없을 수 없습니다. 사람인지라 이메일 혹은 보고서에 나의 감정이 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묵히기’의 효과는 배가됩니다. 하루 지나서 내가 쓴 글을 보면 나의 비논리적 감정을 내가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나의 감정을 회사 업무에 개입시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새벽에 쓴 편지는 부치지 말아야 합니다.
피드백을 받아라
<지니어스>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작가 ‘토마스 울프’와 편집자 ‘맥스 퍼킨스’의 우정과 협업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좋은 작가 뒤에는 거의 예외 없이 좋은 편집자가 있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대문호도 작가 초기에 편집자의 충고를 거부하지 않았습니다.(물론 지금은 편집자의 말을 거의 듣지 않는다고 합니다.) 보고서를 쓰는 직원과 상사의 관계는 소설가와 편집자의 관계와 같습니다. 창작자는 여러분이고, 상사는 거들뿐입니다.
제일 쓰기 싫은 보고서는 상사의 생각에 맞춰서 쓰는 글입니다. 편집자에게 끌려다니는 소설가가 무슨 재미를 느끼고 어떤 창의성이 나오겠습니까? 상사와 생각이 다르면 토론을 하고 조율해야 합니다. 상사는 원작자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존중해주고, 보고서 작성자는 상사의 의견을 경청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공통의 보고서 소비자, 즉 상사의 상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를 상사가 시켜야 해서 하는 행위가 아니라 나의 창작행위와 상사의 편집행위가 빚어낸 공통의 산출물이라고 생각해봅시다. 보고서 쓰는 일이 훨씬 즐거워지고 보고서의 질도 향상될 것입니다.
회사에는 다양한 업무가 있고, 다양한 보고서가 있습니다. 재무 업무를 하는 저는 회사의 사업에 대한 재무적 평가를 하는 보고서를 많이 씁니다. 숫자를 분석해서 사업을 평가하고 개선점을 제시하는 내용입니다. 작가로 비유하면 문학 평론가나 영화 평론가, 스포츠로 치면 야구나 축구 해설가, 금융업계로 치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모든 비평가들과 평론가들이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네가 직접 해봐!”
제가 사업부서 분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비판입니다. 힘들게 회사를 위해서 돈 벌어오시는 분들한테 너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회사를 위해서 모두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구 해설위원 허구연이 이승엽만큼 야구를 할 수 없고, 영화 평론가 이동진이 ‘기생충’을 만들 수 없고, 최고의 증권가 애널리스트가 사업을 잘 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사업에 대한 수많은 비평을 하지만 사업 부서를 능가하는 통찰력을 주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경영 관련 서적도 많이 보지만, 김윤식이나 신형철 같은 문학 평론가, 이동진 같은 영화 평론가의 책도 봅니다. 나의 비평 보고서가 작품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이 저의 보고서를 창작물로 만들기 위한 제 나름의 진심어린 노력입니다.
아웃룩의 PSD 파일은 ‘마들렌과 홍차’처럼 제가 과거에 썼던 보고서에 대한 기억을 일깨웁니다. 제가 썼던 수많은 보고서에 대한 기억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하루하루 업무에 치이며 사느라 잃어버렸던 시간들.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시간은 역설적으로 시간을 버는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프루스트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일을 맞이할 준비가 된다면 말입니다. (프루스트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오랜 기억을 되뇌면서 소설을 쓸 힘을 얻게 됩니다.)
회사의 모든 활동이 개인의 창의성을 극대화시켜야 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경영전략, 조직구조와 기업문화, 비즈니스 모델, 교육/훈련, 기술개발 등 회사의 모든 분야가 개인의 창의성을 북돋고 장려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보고서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훌륭한 보고서는 회사에도 도움이 되고 개인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샐러리맨에게 보고서는 단순히 업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고, 회사를 바라보는 내 관점의 표현이고, 회사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철학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창의성이 발현됩니다. 샐러리맨의 삶도 글 쓰는 삶이 될 수 있고 그래야 합니다. 샐러리맨의 삶도 예술이 될 수 있고 그래야 합니다.
우리도 ‘예술’ 한번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