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이야기
올해도 치자꽃이 피었다.
치자꽃이 피면, 나는 그리움에 사무친다.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의 찜통더위도
이 깊은 그리움을 침범하지 못한다.
창문을 닫아도
이상하게 그 향기는 스며든다.
치자꽃 향기란, 그런 것이다.
어디서 피었는지도 모르게,
어느 틈에 내 안에 들어와,
가만히 기억을 흔든다.
나는 치자꽃 향기를 알기 전에
먼저 치자 열매의 노란 물을 알았다.
명절 전날, 어머니는 늘 치자 열매 몇 알을 물에 불리셨다.
잠시 후, 그릇 속에는 샛노란 햇살처럼 고운 물빛이 퍼졌고
그 물은 부침개에 색을 입혔다.
부침개보다도,
나는 그 물을 들이던 동작과
그 노란빛이 더 좋았다.
치자 열매는 투박했다.
말라붙은 껍질, 울퉁불퉁한 모양.
그 안에서 그렇게 고운 빛이 나온다는 사실이,
어린 나에겐 한 편의 마법 같았다.
나중에야 나는 알았다.
그 치자의 꽃이 얼마나 고요하고 향기로운지.
동백나무 잎처럼 윤이 흐르는 잎사귀 사이로
한 여름, 하얀 꽃이 피어난다는 사실을.
꽃잎은 새하얗고 두터웠다.
비단처럼 매끄럽고, 어딘가 수줍은 모양새.
그런데 향기만큼은,
깊고 진하고, 단단했다.
하나의 꽃이,
작은 방 안 가득 여름의 기억을 채우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단지 향기가 아니라,
어느 해의 여름,
누군가의 손길,
창문 너머 흐르던 바람,
그 모든 것의 조각이었다.
치자꽃은 오래 피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짧은 피어남 안에
무언가 오래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치자꽃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어느 날을
우리에게 향기로 전해주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올해도 그 향기가 피었다.
나는 또 그리움에 잠 못 들겠지.
하지만 괜찮다.
그리움이 있다는 건, 사랑했던 기억이 있다는 뜻이니까.
이름: 치자나무 (Gardenia jasminoides)
꽃말: 순결, 그리움, 비밀스러운 사랑
개화: 6월~8월 초순
특징: 향기 진하고, 밤에도 잘 퍼짐. 작은 화분에서도 재배 가능
열매 용도: 천연염색, 한방 약재, 식용 색소 등으로 활용
https://youtu.be/M1Kd-ieCU6Y?si=RzJWj1SyMYIKZeg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