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 이야기
몇 해 전, 꽃 카페에서 씨앗을 나눔받아 화단 한쪽에 심어두었던 방풍.
그때만 해도 저는 이 풀이 해마다 제 곁을 지켜줄 거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봄이면 연한 잎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한 줌씩 뜯어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입 안 가득 봄의 향이 번졌지요.
남는 것은 이웃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방풍은 제 밥상과 마음을 함께 채웠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방풍은 놀라울 만큼 우람해졌습니다.
줄기는 나무처럼 단단해지고, 키는 허리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여름이면 길게 뻗은 줄기 끝에서 연한 황백색 꽃이 피어납니다.
햇살을 받으면 우산처럼 퍼진 꽃잎이 바람에 살짝 흔들립니다.
그리고 바람이 조금 거세지면, 씨앗들이 흩날려 또 다른 봄을 준비합니다.
방풍은 자연발아도 무척 잘합니다.
덕분에 해마다 화단 한켠에서는 새로운 아이들이 자라나고,
그들을 만나는 즐거움은 제게 주어진 작은 덤이 됩니다.
방풍(防風) — 바람을 막는다.
이 이름은 예전 사람들의 지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옛 한의학에서 ‘바람’은 단순한 공기의 흐름이 아니라, 몸에 스며 병을 일으키는 외부의 기운을 뜻했습니다.
방풍은 그 ‘바람’을 막아주는 약초로 귀하게 쓰였지요.
중국의 옛 기록에는 바닷바람에 병이 든 마을 사람들에게 한 노승이 바닷가 절벽의 풀뿌리를 달여 먹게 했더니, 병이 씻은 듯 나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 이후 사람들은 이 풀을 ‘바람을 막는 풀’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어부들 사이에서도 방풍은 바닷바람을 견디게 해주는 친구였습니다.
방풍의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 ‘건강’.
매년 같은 자리에서 꿋꿋이 자라며,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의 삶과 꼭 닮았습니다.
방풍의 뿌리는 한약재로 쓰이며, 감기와 두통, 관절통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피부 가려움과 두드러기를 가라앉히고, 몸을 따뜻하게 하여 기운을 북돋워 줍니다.
봄철 어린잎은 비타민과 섬유질이 풍부해 입맛을 살려주지요.
다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나 임산부는 과다 섭취를 피해야 합니다.
모든 약초가 그렇듯, 방풍도 ‘적당함’이 가장 좋은 법입니다.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하늘 아래에서, 방풍은 묵묵히 자랍니다.
바람을 맞으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오히려 그 바람을 막아주는 풀.
그래서일까요? 저는 방풍의 꽃을 볼 때마다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변치 않는 사랑과 건강을 전하는 친구, 그것이 방풍입니다.
https://youtu.be/wd-tRZQ0C3I?si=Zl_KlFEuIyVfXDW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