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메리 -기억과 사랑의 상징

9월 20일 탄생화

by 가야

9월 20일의 탄생화 – 로즈메리 이야기


나는 로즈메리.
사계절 내내 푸른 잎을 지닌 채 바닷바람을 맞으며 살아온 지중해의 딸입니다.


라틴어로 Ros marinus, 곧 ‘바다의 이슬(Dew of the Sea)’이라 불립니다.
햇살과 바람을 사랑하고, 흙 속에서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비를 맞으며 다시 싱그러워지는 것이 나의 삶이었지요.

기억의 허브, 사랑의 상징


내 꽃말은 ‘기억’, ‘추억’,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오래전 유럽에서는 신부의 머리에 나를 꽂아 변치 않는 사랑을 맹세했고, 장례식에서는 나의 향기를 피워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사람들은 내 향기를 맡으며 사랑하는 이를 떠올렸고, 시험을 앞둔 학생은 기억력을 돕기 위해 내 가지를 손에 쥐었습니다.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는 『햄릿』 속에서 오필리아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했지요.


“여기 로즈메리가 있어요, 기억을 위하여. 사랑하는 분, 제발 기억해 주세요.”
그 한 마디만으로도 나는 ‘기억의 식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문학 속의 나


나는 여러 작가들의 글과 시 속에도 숨어 있습니다.


『햄릿』뿐만 아니라, 토머스 모어의 시에는 로즈메리 화관을 쓴 신부의 모습이 등장하고, 엘리자베스 시대의 시인들은 나를 사랑의 증표로 노래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인간은 나를 단순한 허브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문학 속에서 나는 기억, 사랑, 추모, 영원의 상징이 되었으니까요.

나를 키우려는 이들에게


사람들은 나를 사랑하면서도 자주 속상해합니다.
왜냐하면 나를 잘 키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나는 뜨거운 햇살과 바람을 좋아합니다.
그러니 화단에서는 잘 자라지만, 실내 화분에 심으면 병충해가 쉽게 달라붙습니다.
진딧물, 깍지벌레, 곰팡이… 통풍이 부족할 때 가장 많이 생기는 친구들이지요.

나를 기르고 싶다면,

햇빛이 하루 여섯 시간 이상 드는 창가에 두세요.

물은 자주 주지 말고, 흙이 바짝 마른 뒤에 흠뻑 주세요.

배수가 잘되는 흙을 준비해 주셔야 합니다.

무엇보다 공기 흐름이 있는 곳, 바람이 드나드는 자리에서 나는 가장 건강하게 자랍니다.


겨울에는 추위에 약해 실외에서 견디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난방기 바로 옆도 힘들어요. 시원하고 햇살이 드는 공간에 두면 나는 겨울도 무사히 건널 수 있습니다.

나의 진심


나는 기억을 담는 허브입니다.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고, 추억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사람들은 나를 곁에 두었습니다.


내 잎을 만지면 은은한 향기가 손끝에 남습니다.


그 향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쩌면 오래전 그리운 얼굴이 떠오를지도 모르지요.
나는 오늘도 그 기억을 지켜주는 조용한 이슬로, 당신 곁에 머무르고 싶습니다.


https://youtu.be/YKAWZKTJ9gY?si=dDIN_lSqbbne6W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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