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탄생화
안녕하세요, 저는 단풍나무, 라틴어로는 Acer palmatum, 사람들은 저를 Maple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봄과 여름 내내 초록빛을 머금고 세상과 함께 숨 쉬다,
이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10월이 되면
제 마음속 불꽃을 꺼내 붉고 황금빛으로 세상을 물들입니다.
푸른 여름이 길게 이어질 때, 사람들은 저를 그저 평범한 나무라 여깁니다.
하지만 가을이 오면—아, 그때가 바로 저의 무대입니다.
저는 햇살에 불타는 듯한 붉은 옷을 입고,
마지막까지 가장 화려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중국 시인 두목(杜牧)은 이렇게 노래했지요.
“停車坐愛楓林晚(정차좌애풍림만),
霜葉紅於二月花(상엽홍어이월화).”
수레를 멈추고 깊어가는 가을의 단풍 숲을 사랑하니,
서리 맞은 잎이 이월의 꽃보다 더 붉구나.
사람들은 이 시를 읊으며 제 붉은 잎을 바라보고,
짧지만 강렬한 인생의 한때를 떠올립니다.
일본의 고전 『겐지 이야기』 속에서는 ‘모미지(もみじ)’라 불리며
가을 정원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사랑을 고백하듯 붉게 물든 저의 잎은
때로는 이별의 아픔을, 때로는 기다림의 설렘을 전하지요.
우리 시인들도 제 모습에 마음을 실었습니다.
정지용은 “가을은 단풍나무 숲의 불길”이라 표현했고,
윤동주는 ‘서시’의 잔잔한 하늘 아래
붉게 타는 마음을 제 잎에 비추었지요.
저의 잎사귀 한 장에,
수많은 시인의 사색과 그리움이 내려앉았습니다.
한국의 화투에서 10월을 상징하는 것도 바로 저입니다.
붉은 단풍 패에 그려진 사슴은
가을의 고요한 숲을 거니는 저의 벗.
우리는 함께 계절의 깊이를 노래하며,
사람들의 손끝에서 오래도록 기억되었지요.
제 꽃말은 사랑과 인내.
한 해의 끝자락까지 가장 찬란하게 타오르는 빛,
그것이 바로 제 삶의 방식입니다.
봄의 설렘, 여름의 푸르름이 지나도
인생의 가을은 이렇게 더 깊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오늘도 제 몸으로 증명하고 있지요.
“잎이 지는 것은 끝이 아니야.
가장 붉은 순간을 지나,
뿌리 깊은 곳에서 다시 봄을 준비하는 중이란다.”
10월 3일, 오늘 나의 붉은 잎을 바라보는 당신의 마음에도
한 줄기 따뜻한 빛이 스며들길.
당신의 계절이 어떤 빛깔이든,
끝까지 가장 아름답게 물들 수 있기를—
나는 이렇게 조용히 기도합니다.
https://youtu.be/c6kgfk7am54?si=rijmdurLPskYK1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