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허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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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몸이 내 것이 아닌 듯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유 없이 피곤하고, 마음이 먼저 무너지고, 하루를 버텨내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질 때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흔히 “기운이 빠졌다”고 말하지만, 한방에서는 조금 다르게 표현합니다. “피가 제자리에 있지 않다”고요. 그리고 그 순간, 조용히 불려 오는 약초가 있습니다. 바로 당귀(當歸)입니다.
당귀라는 이름에는 분명한 뜻이 담겨 있습니다. ‘마땅히 돌아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단순히 피를 보충한다는 설명을 넘어, 몸과 마음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회복의 메시지에 가깝습니다. 예로부터 당귀는 여성의 몸과 깊이 연결된 약초였습니다. 출산과 생리, 잦은 출혈과 피로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야 했던 여성들의 곁에서, 당귀는 말없이 자리를 지켜 왔습니다.
당귀는 보혈(補血)의 대표적인 약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당귀가 하는 일은 단순히 ‘채우는 것’에 머물지 않습니다. 피가 부족해 생긴 어지럼과 냉증, 무기력함을 다스리면서, 혈액이 몸 구석구석으로 고르게 흐르도록 돕습니다.
그래서 당귀를 달여 마시면 몸이 서서히 따뜻해지고, 잊고 지냈던 감각들이 다시 깨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것은 약효라기보다, 몸이 다시 자신을 기억해 가는 과정처럼 느껴집니다.
당귀의 꽃말은 ‘기다림’, ‘돌아옴’, 그리고 ‘회복’입니다. 이 꽃말은 당귀라는 이름이 지닌 뜻과 깊이 닿아 있습니다. 떠나버린 것을 억지로 붙잡는 기다림이 아니라,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조용한 믿음. 몸이 제 리듬을 되찾고, 마음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을 묵묵히 견디는 기다림입니다. 그래서 당귀의 꽃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마음을 안정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당귀는 홀로 빛나려 하지 않습니다. 특히 천궁(川芎)이라는 오랜 벗과 함께할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당귀가 부족한 피를 채워주는 자비로운 어머니라면, 천궁은 그 피가 길을 잃지 않도록 이끌어주는 다정한 길잡이입니다. 두 약초가 함께 쓰이는 궁귀차(川歸茶)는, 채움과 흐름이라는 회복의 두 축을 동시에 완성합니다. 삶 또한 그렇습니다. 채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흘러야 비로소 제자리를 찾게 됩니다.
당귀는 즉각적인 변화를 약속하지 않습니다. 대신 천천히, 그러나 깊게 몸을 돌봅니다. 그래서 당귀를 떠올리면 ‘천사의 약초’라는 별명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눈에 띄지 않게, 가장 힘든 순간에 곁을 지켜주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몸이 지쳐 나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날, 당귀는 조용히 말하는 듯합니다. “이제 돌아와도 된다”고요.
요즘 유난히 나 자신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혹은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 같다면, 따뜻한 당귀차 한 잔을 떠올려 보셔도 좋겠습니다. 그것은 약을 마시는 시간이 아니라, 잃어버린 나를 다시 불러오는 작은 의식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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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정보
· 당귀(當歸)는 ‘마땅히 돌아와야 한다’는 뜻을 지닌 보혈 약초입니다
· 꽃말은 기다림·돌아옴·회복으로, 회복의 시간을 상징합니다
· 피를 채우고 혈액 순환을 도와 여성의 몸을 돌봅니다
· 천궁과 함께할 때 채움과 흐름의 조화가 완성됩니다
https://youtu.be/LvkspyOi8TQ?si=Tt5-vdya5--8Wmk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