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귀(虎耳草)와 바위취 어떻게 다른가?

가야의 꽃 이야기

by 가야

2월 8일 탄생화, 범의귀(虎耳草)를 다시 생각하다


이름은 그대로인데, 분류는 달라졌다


2월 8일의 탄생화는 범의귀(虎耳草)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이 이름을 별 의심 없이 받아들여 왔습니다. 화분에서 키워온 둥근 잎의 식물, 은빛 그물무늬가 선명한 그 바위취가 곧 범의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자료를 다시 정리하면서, 제가 알고 있던 범의귀와 학술적으로 기록된 범의귀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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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취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기본정보에 따르면 범의귀의 학명은 Micranthes furumii (Nakai) M.Kim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과거 학명은 Saxifraga furumii Nakai이며, 1918년 Nakai에 의해 처음 발표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삭시프라가속(屬), 즉 바위취속(Saxifraga)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분자계통학 연구가 진행되면서 Saxifraga 속 내부의 계통 차이가 확인되었고, 일부 종이 별도의 속인 Micranthes로 분리되었습니다.


이러한 분류 체계의 정리는 2010년대 이후 국제 식물분류 흐름에 반영되었으며, 2017년 한국 고유식물 정리 과정에서 Micranthes furumii (Nakai) M.Kim이라는 조합명이 사용되었습니다. 이름이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속 체계가 더 정밀해진 결과였습니다.

범의귀라고 잘못 알고 있는 바위취


우리가 알고 있던 범의귀


문제는 우리의 인식이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범의귀라고 부르는 식물은 대부분 바위취, 학명 Saxifraga stolonifera입니다. 둥근 심장형 잎과 은빛 무늬, 붉은 포복줄기를 가진 원예식물입니다. 오랫동안 이 식물이 ‘범의귀’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소개되어 왔기 때문에, 일반 인식 속에서 범의귀는 곧 바위취가 되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 그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탄생화 목록을 정리하면서도 두 식물을 별다른 구분 없이 같은 식물로 여겼습니다.

표본을 참고해 새로 생성한 범의귀 이미지


사진이 드문 식물


자료를 더 찾아보는 과정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범의귀’를 검색하면 대부분 바위취 사진이 나타납니다. 같은 범의귀과(科)에 속하지만 서로 다른 속에 속하는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결과는 거의 예외 없이 바위취로 수렴합니다. 심지어 학명을 함께 입력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데이터가 많은 식물이 상대적으로 기록이 적은 식물을 덮어버리는 현상입니다. 희귀한 고산 자생종인 Micranthes furumii의 정확한 실사진은 쉽게 확인되지 않았고, 일부 자료는 같은 속의 다른 종이거나 참고용 이미지에 불과했습니다.


국립수목원 기본정보에는 표본 기록은 존재하지만, 공개된 현장 생태 사진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북부 고산지대 자생종이라는 생태적 특성, 접근성의 어려움, 촬영 자료 축적의 한계 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바위취는 관상용으로 널리 재배되고 유통되어 사진과 이미지 자료가 풍부합니다. 이 대비는 우리가 두 식물을 동일하게 인식하게 된 배경이 되었을 것입니다. 사진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단순한 누락이 아니라, 종의 희소성과 기록 환경을 반영하는 하나의 단서일지도 모릅니다.


이름을 다시 부르다


정리해 보면 분명합니다. 1918년에는 Saxifraga furumii로 발표되었고, 2017년에는 Micranthes furumii로 속 분리가 반영되었습니다. 일반 인식 속 범의귀는 바위취였으며, 학술적으로는 Micranthes와 Saxifraga가 서로 다른 속으로 구분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찾는 범의귀의 실제 모습은 생각보다 쉽게 마주할 수 없는 고산 자생 식물입니다.


이번 정리는 단순히 식물 하나의 이름을 바로잡는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이름과 분류가 어떻게 어긋날 수 있는지, 그리고 학문이 정밀해질수록 우리의 인식은 얼마나 천천히 따라가는지를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범의귀라고 믿어왔던 식물은 바위취였고, 탄생화 범의귀는 또 다른 자생 식물이었습니다. 이름은 같지만, 그 안에는 서로 다른 계통과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늘 이름을 먼저 배우고, 실체는 나중에 알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범의귀라는 두 글자는 오래전부터 제 곁에 있었지만, 그 식물의 정확한 계통과 역사는 이제야 비로소 선명해졌습니다. 사진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오히려 그 존재의 조용함과 희소성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산 깊은 곳, 습한 바위틈에서 작은 흰 꽃을 피우고 있을 그 식물을 생각하며, 저는 다시 한 번 이름을 천천히 불러봅니다. 범의귀.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을 다시 배우게 해 준 식물입니다.

바위취


요약

· 1918년 Nakai에 의해 Saxifraga furumii로 최초 기재되었다
· 2017년 분류 체계 정리 과정에서 Micranthes furumii로 속이 분리되었다
· 우리가 흔히 범의귀라고 부르는 식물은 대부분 바위취(Saxifraga stolonifera)이다
· 두 식물은 같은 범의귀과(科)이지만 서로 다른 속(屬)에 속한다
· 고산 자생종 특성상 공개된 실사진이 매우 드물다


참고문헌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범의귀(Micranthes furumii) 기본정보
· Nakai, T. (1918). Saxifraga furumii 최초 기재
· Kim, M. et al. (2017). Korean Endemic Plants 정리 과정에서 Micranthes 조합명 사용


https://youtu.be/x6NX9lKODA0?si=kXqkWtWSxCFU738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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