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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짜장 Feb 05. 2024

3살까진 가정보육을 하고 싶어요

오늘도 나는 엄마와 싸우고 나왔다. 엄마가 꺼낸 말 한마디때문이었다.


엄마 "도원이(가명) 정도면 2살때부터 어린이집을 보내도돼. 친구들을 좋아하잖아."


나 "싫어요. 저는 그냥 엄마께 도원이 맡기고 3살까진 가정보육을 할 거예요"


엄마 "아니 넌 돈도 없으면 왜 부자들이 하듯이 하고 싶어하니? 나한테 니 월급 전부를 주면서 이럴 가치가 있는거야? 나한테 주는 돈 아깝지도 않아? 돈 모으고 도원이는 내년부터 어린이집 보내"


나 "... 저 갔다올게요"


 나의 개인 사업과 블로거 마케터 일을 하면서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서 엄마께 도원이를 맡기기 시작한지 벌써 4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육아 휴직 후에 도원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지 않다는 나의 말에 엄마는 발 벗고 나서서 아기를 봐주신다고 하셨다. 그녀는 30년 넘게 어린이집 보육교사, 보육원 원장님, 베이비시터 등 아이들에 관련한 일을 해오신 아주 배태랑이셨다. 


 물론 엄마께서 오시면 의견 충돌, 육아 방식의 차이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많이 봐왔지만 정말 다행인 것은 우리 엄마는 '내 아들의 친할머니'였기 때문에 마음 편히 맡길 수 있었다. 거기다 엄마는 꾸준히 아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유튜브와 책으로 공부하는 분이셨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맡기고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달에 한번씩은 위와 같은 주제로 엄마와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내가 재택근무하는 블로그 마케터로 고작 250만원을 버는데 그 돈의 90%는 엄마께 드리기 때문이다. 엄마는 그것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하셨고 딸인 내가 돈을 못 모으는 것에 굉장히 불안해 하셨다.


 하지만 나는 신의진 교수님의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그녀의 말에 100% 공감했기 때문에 도원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일도 없었다. 아기가 자라나는 동안 내 월급은 고스란히 베이비시터에게 주기로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에 엄마께 그 돈을 드린다는 것이 나는 오히려 행복했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마음이 아닐 것이다. 안다. 하지만 당신도 남편없이 30년넘게 우리 남매 둘을 키워냈기 때문에 모아둔 돈이 많지 않은 상태인데다, 50대 후반에 월급없이 편안하게 손주만 봐줄 수 있는 형편이 안 되었다. 그러니 딸한테 돈을 받고 싶지 않아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상황이라 더 마음이 쓰이실 거다.


그래서 한달에 한번은 이 실랑이를 거쳐야 하고 다시 엄마를 설득해야하는 것이 나의 숙명인 것이다. 이번에는 엄마께서 "부자들 흉내내려고 하는거야? 그냥 너의 상황에 맞게 어린이집 보내도 돼" 이런 말로 상처를 주셨지만 묵묵히 밥만 먹고 나왔다. 정말 다행히도 나는 그녀의 말을 받아치지 않았고 화도 내지 않고 그냥 나왔다는 것이다.(만약 받아쳤다면 싸움으로 번졌으리라)


 그리고 2시간 정도 머리를 정리해서 엄마께 장문의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위 내용 생략>


돈이 없어서 안 쓰는게 아니라 저는 옷이랑 이런거에 정말 관심이 없어요. 깔끔하게 입는다는게 엄마의 기준에선 새옷일 수도 있지만 전 그냥 빨아입어서 냄새가 안나면 깔끔하게 입는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 기준들이 좀 다른 거 같아요. 물건들을 살 때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진짜 필요한 거 아니면 잘 안 사는 편이에요.  무튼 돈이 없어서 안 쓰는게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도원이 3년까지는 어린이집 안 보낼 생각인데 그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 같아요. 아이들 낮잠시간도 다같이 맞춰야한다는 거나 선생님 혼자서 여럿을 본다는 것, 식단을 제 마음대로 해줄 수 없다는 것도 저는 거부감이 드네요. 굳이 너무 어려서부터 사회 규칙같이 정해진 것에 따르는것보다는 우리가 지켜주는 일관된 일상 속에서 도원이가 자고싶으면 자고 안아달라고하면 안아주고 나가고 싶어하면 나갈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부자들만 그렇게 살라는 법이나 기준은 없다고 생각하고요. 전 부자들 따라하는게 아니고 그런거에 관심도 없어요. 도원이의 지금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아기에게 무엇이 좋을지 수많은 고민을 하고 내린 결론이에요. 미래에 제가 비싼 과외나 학원을 보내주진 못하더라도 지금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주고 싶고 능력이 되는 선에서 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베이비시터라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엄마께서 베이비시터이기 때문에  '아는만큼 보이는 거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 도원이에겐 주양육자가 필요한 시기이고 그건 어린이집에서 해줄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시기에 돈 조금 더 벌자고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싶진 않네요. 좀더 큰 미래를 보고 있어요. 


 또 저의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전 블로그만 하는게 일이 아니에요. 물론 지금 사업을 하는데 그렇게 큰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 건 당연하겠지만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잘 될거라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직장인+사업을 같이하다보니 일반직장인 엄마들처럼 다 챙겨보진 못하는데, 무튼 좀더 신경써볼게요.


 엄마께서 저와 같이 있는게 힘드셔서 그런거라면 제가 계속 붙잡을 수 없는 거라 생각해요.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요. 어쨋든 아까는 화를 내고 나와서 죄송합니다. 오늘도 도원이 잘 부탁드릴게요. 



엄마께 보낸 메시지



벌써 이렇게 메시지를 보낸 것도 3번째. 아기를 맡긴지 4개월이 되었는데 3번째 메시지라면 거의 매달에 한번씩 이런 잔소리를 들어야 했던 것이다. 하하. 


 엄마는 분명 나를 걱정해서 한 말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올해 월500만원 월급 만들기 목표를 이뤄야 한다.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엄마의 마음에 위안을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도원이를 3년 동안 가정보육하고 싶은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선 엄마의 마음도 지켜야 하고, 나의 생활도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아직도 주말과 밤낮없이 일을 하고 있다. 아, 그로 인해 남편과의 대화가 많이 줄었지만 내가 더 분발해서 5월부터는 일주일에 한번은 나가서 놀자고 말은 해뒀다. 지켜질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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