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 도착했다.
올해만 여수 세 번째다. 처음은 오디션, 그다음은 공연, 오늘도 공연이다. 이제 끝이다.
나에겐 여수나 창원이나 아랫 지방 동네기 때문에 옆으로 넘어갈 생각도 예전에 했었다. 전에 '저 사람 창원 같은데?'해서 맞췄던 게 여수에서였다. 안 그래도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냐고 물어봤는데, 차 타고 오셨다고 했다. 고속버스 타고 갈 바에야, 나중에 서울에서 가는 게 나아 보였다.
어차피 할 게 없어서 해 질 무렵에 도착했다. 공연은 8시 반부터다. 내일도 8시 반 공연이라, 내일은 하루 종일 뭐 할지 미지수다. 아마 동네 산책하다가 배 타지 않을까 싶다. 날씨가 안 좋으면 그냥 산책만 할 수도 있다.
오빠가 이제 혼자 여행은 진짜 그만 다니라고 했는데, 이건 출장이다. 돈 버는 거니까 서럽지 않다. 다만 애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은 지난번에도 무척 했다. 너무 처량해 보여서 브런치에 쓰다가 지운 기억도 난다. 공연 끝나고 온갖 신경 전달 물질이 팍팍 나오는 상태에서 그걸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없고, 누구랑 여행 한 번도 못 가본 게 되게 슬펐었다. 흔히 연예인들이 해외 공연 끝나고 호텔에 누웠을 때 얘기 하지 않는가. 그게 다 이유가 있다. (숙소도 주최 측 제공, 기차 안 타고 누가 차로 데려다줄 수 있으면 교통비 받은 거 그대~로 줄 수도 있는데. 아까워라...)
내가 만일 회라는 걸 먹을 줄 알았다면, 더 서러웠을 것이다. 여긴 2인 메뉴 천국이다.
돈가스, 파스타 이런 거밖에 못 먹는데 여긴 갈만한 식당 찾는 것도 어렵다. 영국 바닷가 걸으면서도, '한국 같으면 여기 다 횟집이다' 소릴 했다. 왜일까. 한국 사람들이 회를 좋아하는 건가, 아니면 회랑 같이 먹는 소주를 좋아하는 건가.
갈 데가 마땅히 없어서 지난 번과 똑같은 식당에 들어왔다. 아무쪼록 맛나게 먹고, 멋있게 공연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