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5 출장 끝

by 이가연

처음으로 완전 출장이었다. 지난번 여수는 2박 3일 있었지만, 이번에는 무대만 하고 바로 올라간다.

저녁 무대까지는 '무대 때 컨디션이 좋아야 할 텐데'에만 매진했고, 끝나고 바로 호텔로 돌아왔다. 그런데 무슨 야외 버스킹 소리가 밤 10시 반까지 들려서 방 안에서 쉴 수가 없었다. 프런트에 얘기했더니 제지했다고 하는데, 밤 10시 이후 버스킹은 강하게 못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선 혼자 어디 돌아다니고 싶지도 않고, 택시 타고 강릉역으로 왔다. 감사하게도 택시 아저씨를 좋은 분 만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몇몇 사람들은 그렇게 말 걸면 싫어하겠지만, 난 그게 택시 타는 맛이다. 그럴 때 보면 참 나는 사람 좋아하는 강아지 같다. 많이 버려져봤는데, 그럼에도 늘 사람만 보면 반기는 강아지.

오늘 생일이라고도 얘기하고, 내 명함도 드렸다. 아저씨도 먼저 여기서 44년째 택시하고 있다고 하시고, 별 얘기 다 하셨다. 그래서 나는 물어보지 않았는데 TMI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편하다. 그럼 눈치 보지 않고 나도 TMI를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한국인은 자기 얘기를 안 하기 때문에, 나 혼자 내 얘기 떠드는 사람 된 줄도 당시엔 모르는 그 느낌이 싫다.

국내 더 이상 혼자 재미없다. 눈높이가 너무 높아진 기분이다. 영국에 너무 절여졌다. 영국은 혼자서도 다니고 싶은 곳이 아직도 정말 정말 많은데, 미안하지만 한국은 혼자 다니고 싶은 곳이 없다. 한국은 누군가랑 같이 다니지 않으면, 집이랑 도서관, 북카페만 있고 싶다. (그래도 매주 토요일 정기 봉사가 하나 더 잡힐 예정이다.)

눈높이가 높아진 탓도 있고, 우울증도 있다. 그렇지만 일주일에 한 번만 만날 친구만 있어도 우울증 약 안 먹고살아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 참 슬프다.

28살은 다를 것이다.

오늘 12시가 되자마자 오빠가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무려 영국에서! 그렇게 영국인 오빠, 영국인 친구, 엄마, 초등학교 때 필리핀 선생님, 사진사 아저씨, 나의 팬 분으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이제 그래도 엄마가 있는 서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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