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4 생일맞이

by 이가연

기차표를 오전 11시 반으로 바꿨다. 한국 기차의 특장점은 평일엔 당일에도 기차표 환불 수수료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보통 당일에 새로고침 하면 취소표가 우르르 쏟아진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올라오는 기차표를 미리 끊어뒀는데, 쉽게 더 일찍으로 바꿨다.

강릉에서 딱히 혼자 할 게 없다. 원래는 수영하려고 수영복도 가지고 왔다. 이젠 두 시면 집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때부턴 늘 그랬듯이, 어제 공연 일지 쓰고, 타로 좀 보다가, 브런치 글 쓰고, 누워있겠지. 서울에서도 혼자다. 혼자가 아니려면 영국에 있어야 한다.

2023년에도 생일날 신곡을 발매하였다. 그 외엔 특별한 거 없었다. 생일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앞으로 1년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겪고 있는 환경과 운이 압축해서 그 하루에 드러나서가 아니었을까.

그때도 음악, 지금도 음악이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난 사람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건 태어나 지금껏 뜻대로 되어본 적이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문제는 오히려 너무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문제였다. 내 본성을 바꿀 수가 없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음악은 다르다. 음악은 내 스스로 확장시키고 해나가는 영역이다. 어제 공연에서 드디어 인어공주 노래를 집중해서 마음에 들게 부르는 방법을 터득했듯, 그렇게 계속 발전해 나갈 거다.


올해 내내 하루에 두 시간만 외출하고, 그것도 봉사 아니면 항상 도서관이나 북카페다. 종종 '이게 내가 할머니처럼 사는 거지 뭐냐'싶어서 우울해질 때가 있다. '만날 사람만 있으면 맨날맨날 나가서 즐겁게 살 수 있는데, 이 날씨에 누가 혼자 나가서 싸돌아다니고 싶냐'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봉사를 찾아서 하고, 나갈 일이 없어도 매번 도서관이나 북카페에 간 것도 나중에 다 추억으로 남을 거다. 그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나도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27살이 아무리 인생에서 가장 답답한 암흑기처럼 보였어도, 올해 미니 1집도 내고, 감사하게도 몇몇 선택을 받아 의미 있는 공연도 만들었다. 애초에 그렇게 '암흑'이 아니었으면, 미니 1집을 낼 생각도 못했다. 음악은 원래 좀 고독과 고통 속에서 탄생한다. 앞으로는 즐거움과 설렘 속에서도 탄생시키는 법을 배우고 싶지만.

28살은 사랑받고 싶다. 난 사랑을 잘할 자신이 있으니, 조금만 사랑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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