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공연도 아니고 50분 공연을 다 가창력을 보여주고, 감동을 마구 주는 노래로 구성할 필요는 없다. 어제는 이례적으로 처음에 불렀던 두 곡을 다시 불렀다. 어차피 처음에 들었던 사람들은 다 가고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간에 좀 쉬어가는 노래를 늘려야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50분 공연 중에 30분은 도저히 힘든 어제 같은 상황에서 어쩌나.
게다가 어제 무리한 탓에, 그 여파가 오늘까지도 느껴진다. 오늘은 '아직, 너를' 같은 힘든 곡은 안 부를 것이다.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편안한 노래 위주로 할 거다. '아직, 너를'은 듣는 사람 가슴에도 쿡 박혀서 몰입해서 들으라고 절실히 부르는 곡이다.
과거 혼자 여행 다닐 때엔, 여행지 로맨스가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돌아다니기도 했다. 2019년까지 연애를 한 번도 못 해봤는데 혼자 온 남자 없나~~ 왜 그런 생각이 안 들었겠나. 실제로 2018년이었나 19년에였나, 광안리 바닷가에서 내 프로필 명함 주고 튄 다음에 연락이 와서 같이 저녁 먹은 적도 있다.
그런데 올해부턴 안 든다. 조금도. '누구 아니면 나는 수녀님으로 살겠다' 마음이 너무 굳세다. 그걸 깨고 싶은 사람이 있거늘 걔 식장 사진 들고 와라. 장례식장이든 결혼식장이든. 그게 나에게 현실 직시다. 얼마든지 받아들일 것이다. 혹시 걔가 결혼했으면, 하는 생각하며 얼마나 마음의 대비를 하고 살겠나.
아까 본 유튜브 댓글에서, 어떤 사람이 자기가 2년 동안 스토킹을 당했다고 너무 무서웠다고 하고, 다른 댓글도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진심이 얼마나 폭력이 되는 줄 아느냐는 댓글들을 봐서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았다. 늘 그러고 산다. 폭력이라고 하기엔, 앨범을 내고 글을 쓰고 아주 비폭력 예술일 뿐인데. 그래도 나는 너무 두렵다. 올해 기프티콘 한 번 보낸 거 밖에 없는데.
어디선가 '내가 이상한가' 생각하는 사람이 제일 안 이상한 거라고, '내가 꼰대인가' 하면 꼰대 아니라고 했다. '내가 집착, 스토커처럼 느껴질까. 내가 무서울까' 싶으면 그것 역시 쓸데 없는 불안이라 생각하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면 나도 싫다. 내가 사람 잘못 본 거다. 사실 마음으로 알고 있다. 나는 사람을 제대로 봤다고. 그래서 쓸데 없는 불안이다.
어제 마취를 빡세게 맞았나보다. '걔 내일 올거야'라고 해서 공연은 어찌저찌 끝냈는데, 그 여파를 맞아야하는 건 오늘이다.
여수 날씨는 꾸리꾸리하다. 그래도 요트라도 타면 나아질까 싶다. 인공 눈물은 약국에서 사면 그만이지만, 정신과 약은 안 들고와서 곤란하다. 불안을 딱 끊어주려면 약 먹어야 하는데. 보통 때 같으면... 사실 어딜 가든 걔가 옆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다닌다. 상상 속에서 얼마나 대화를 많이 하는지, 그래서 창원 사투리를 잘 구사한다. 그런데 그런 뇌가 즐거워지는 쪽이 아니라, 부정적으로 흐른단 건 뭔가 잘못됐단 뜻이다. 날씨 영향도 많이 받는 편이고, 어제 가사 틀려가며, 정신 혼미해져가며 힘겹게 마쳤던 것도 영향이 크다. 그래도 괜찮다. 다시 상상을 주입시켜주겠다. 그렇게 오늘 하루만 무사히 보낼 수 있다면. 그렇게 벌써 2년을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