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배 타려고 예약해뒀었다. 2시에 나밖에 예약자가 없다고 안 된대서 4시로 옮겼는데, 갔더니 여전히 나밖에 없어서 배 못 뜬다고 했다... 진작 4시도 아무도 없단 걸 알려줬으면 5시 반으로 했을텐데, 4시는 된다고 했으니 화가 확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원래 계획은 독립서점 갔다가 배 타는 순서였는데, 독립서점은 너무 작아서 앉을 자리가 없어서 바로 나왔고, 배까지 취소가 됐으니 완전 낮 시간을 망했다. 가뜩이나 컨디션 조절에 신경 써서 그것만 계획을 세웠는데, 체력은 체력대로 소모하고 얻은 건 없으니 되게 슬퍼졌다.
얻은 게 하나는 있다. 배 타는 근처에 김밥 맛집이 있는데 거기서 김밥 먹었다. 지난 번에 먹고 맛있다고 생각했다. 호텔이랑 거리가 좀 있어서, 일정 아니었으면 안 갔을 것이다.
엄마가 여수에 자주 가면 정이 들고 하지않냐 했는데 전혀 정 안 든다. 일 아니면 올 일 없다. 오자마자 계속 창원 가고 싶단 소리하는 걸 보라. 전라도랑 안 맞는 거 보니 역시 명예 경상도... 이거 치면 안 되는 농담인가. 서울 사람이라 잘 모른다.
호텔에서 오늘 공연에 쓸 엠알을 정리했다. 과거 자작곡 발매곡들의 중요성을 느꼈다. 공연 셋리스트에서 뺀 이유는, 너무 오래 되어서였다. 2016, 2018년에 발매한 곡이니, 더 이상 부를 때 설렘이 안 느껴진단 이유였다. 마치 아이유가 마시멜로우, 좋은 날 졸업 선언한 것과 비슷하기도 하다. 이제 중학교 3학년 때 썼던 곡에 몰입하기엔 좀 감성이 안 맞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한동안 안 부르고 쉬는 기간을 가졌으니 다시 불렀을 때 느낌이 다를 수 있다. 그때 노래들은 참 풋풋하고 잔잔하다. 무엇보다 정말 많이 불렀고, 내가 쓴 곡들이기 때문에, 1절 가사를 2절에 부르는 일이 있더라도 실수 티가 안 나고 자연스럽다. 50분 공연에서 단비 같은 곡들이다. 그런 시몬스 침대 같은 편안한 곡들이 들어가줘야 오늘 덜 힘들게 공연 시간을 채울 수 있다. 어차피 다 짝사랑 곡이라서 지금도 충분히 이입할 수 있는 곡들이다.
공연이 설레는 게 아니라, 얼른 끝나고 내일 집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단 게 안타깝다. 사실 오기 전에 타로 봐서 알고 있었는데, 어쩔 방법은 없었다. 조언 카드에서 그래도 열정과 에너지를 가지고 하라 했는데, 저런. 에너지가 안 나온다. 다음부턴 필히 인공 눈물, 진통제와 ADHD 약을 챙겨 다니겠다. 아픈 게 제일 서럽고 힘들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