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연은 어제와 완전 달랐다. 어제는 스탭이 참 친절하고, 박수도 거의 스탭만 쳐줬다. 오늘은 스탭이 일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뭐 그럴 수 있다. 완전 딴판이었으나, 관객이 따스웠다. 박수 잘 쳐주는 건 물론, 대답도 해줬다.
컨디션은 낮부터 인공 눈물을 자주 넣은 덕분에, 두통이 없었다. 다만, 어제 50분 공연한 탓에 목이 피로한 상태란 게 아주 느껴졌다. 오늘 엄마랑 전화한 거 말고는 한마디도 안 했는데도, 목이 칼칼하고 이미 지쳐있었다. 아픈 건 아니고, 지친 상태의 느낌이 있다.
어제와 오늘 공연한 곡이 꽤나 달랐다. 그런 일이 흔하지 않다. 오늘은 나의 예전 자작곡인 '바보라서'와 '너란 사람'을 불렀다. '아직, 너를'은 힘들어서 안 부르려다가, 아무래도 어제 소름 돋은 기억 때문에 부르고 싶어서 불렀다.
어떤 관객이 분명 지폐 한 장 들고 주려고 와서 살펴보다가 팁박스가 없으니 그냥 갔다. 아... 아니 지난 번 여수 공연에서 어차피 아무도 팁 안 줘서 안 가져왔단 말이에요. '한국은 팁 안 준다'라는 인식이 내가 좀 박혀있기도 하다.
원래 수학여행도 2박 3일 중에 두번째 밤이 하이라이트 아니던가. 공연 끝나고 호텔에서 옷만 갈아입고 바로 밤바다 걸으러 나갔다. 어제 공연했던 장소로 가서 스탭들에게 인사했다. 어제는 공연 끝나고 컨디션이 너무 나빠서 얼른 가느라 바빠서 잡담을 못했기 때문이다.
비교해보니 확실히 오늘 스탭은 옥의 티였다. 말을 걸어도 딱 한국인 특유의 거부, 거절, 방어 분위기가 팍팍 났다. 역시 ADHD인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제와 오늘 스탭의 차이점이 하늘과 땅 차이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친절하고 내 말 잘 받아주면 나는 너무너무 강아지처럼 좋아해주고, 그게 아니면 몇 초에도 크게 느낀다.
어제 스탭이 어제 곡 중에 첼로 들어간 곡이 뭐냐고도 물었다. 8월 내 생일에 발매한 '연락할까 봐'다. 그리고 한 스탭은 아주 조심스럽게, 혹시 그 곡들 당사자도 그 노래의 존재를 아냐고 물었다. 내 눈이 반짝였다.
처음엔 모른다고 대답했다. 나도 그거 참 궁금하다고. 그랬더니 그래도 그 분 덕에 6곡이나 내시고 좋은 일이라고 하셨다. 원래 그렇게 말해주는 게 정상이다. 니가 아깝다느니, 남자는 많다느니 말하던 사람들이 선 넘던 거다. 그러나 그런 말들을 들었기 때문에, 걔 아니면 수녀로 살 거네, 차은우가 와도 싫으네, 표현이 세지고 굳어진 거 아닌가. 고오마울 일이다.
진짜 알아야 된다고. 아직도 발매할 곡이 많이 남아있다고 얘기했다. 그러곤 아마 알 거라 말했다. 뭔.. 근거로? 근거 없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말한 게 아무리 봐도 망상 아닌 거 같다.
최면 상담 받을 때, 내가 영적인 능력이 좀 없지않아 있는 거 같다고 말했더니, 상담사가 맞다고 있는 거 같다고 했다. 무당도 내가 무당할 거 까진 아닌데 일반인 중에선 촉 좋다고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고 했다.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 그거 되게 중요하다. 내가 쎄하다고 느꼈으면 진짜 멀리했어야 했던 것처럼.
그래서 나는 내가 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의미가 있어 보인다. 잘 알지도 못하는 스탭에게 걔가 알 거라고 말이 나갔을 정도면, 내 안에 뭔가 있는 거 아닌가.
공연 디게 힘들게 잘 해놓고 역시 걔 생각 뿐이다. 공연 후기는 나중에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