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7 커플 밤바다

by 이가연

공연 전에는 이채민 배우 팬미팅에 갈까 고민했다. 사실 지금도 고민 중이다. 근데 배우 팬도 아니고... 실제로 보면 '역시 안 닮았군'하지 않을까. 그럼 나의 즐거움이 깨져서 안 된다.

입장 바꿔보니 누가 나를 좋아해서, 근래 닮았단 말을 좀 듣는 이유미 배우 팬미팅에 간다고 하면 웃기지 않나. 설리 팬미팅이라 하고싶었는데. 이유미 배우가 설리를 닮은 걸로 유명하다.

'공연 후 허전증'을 느끼고 있다. 방금 이름 붙였다. 이 증상 호소하는 가수들 많을 거다. 그러니까 콘서트 끝나고 뒷풀이를 할테지. 근데 나는 혼자다. 이 허전증은 공연을 해도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애인이 생기든, 매니저가 생기든, 공연 끝나고 이에 대해서 곧장 얘기할 사람이 생겨야 끝난다. 진짜 딱 내년까지다. 내년이면 솔로 4년차고, 가수로서는 데뷔 10년차다. 이젠 좀. 제발. 공연도 100번이 넘도록 거의 항상 혼자 다녔다.

혼자 씩씩하게 잘 다니는데, 이젠 씩씩하고 싶지 않다.

정확히는 허전하다기보다, 공연이 끝나면 에너지가 막 샘솟는다. 온갖 신경 전달 물질이 파티가 났는데, 그걸 쓸 데가 없는 거다. 입을 엄청 털고 싶은데... 카톡 밖에 칠 수가 없다. 브런치 글과 카톡으로 해소할 수 밖에.

엄마한테 전화해도 안 받고, 할머니한테 했다가 주무시는데 깨운 민폐를 저질렀다. 원래 11시 넘어 주무신단 말이다. (억울)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그게 다냐고? 동생도 있지만 우린 전화하지 않는다. 용건만.

예전에 상담사도 도대체 왜 그때그때 입을 털 사람이 필요한 거냐고 그 본질을 운운했는데, 그래서 ADHD다. 그게 나의 뇌 반응이다. 방금 톰 홀랜드가 ADHD라는 글도 봤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톰 홀랜드가 스포를 못 참고 훅 말해버려서 주변 배우들이 입 단속 시키는 영상을 재밌다고 본 기억이 있다. ADHD다. 진짜로 본인도 모르게 훅 나오는 거라 주변에서 입 막아주는 게 맞다. 과거 광안리에 혼자 가서 사람마다 말 걸고 다니다가 아주 기분 잡쳐본 적이 있다. 한 명 실패하면 또, 또, 또 하다가 포기하는 거다. 잘생긴 남자라고 말 거는 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든이다. 설명할 재간이 없다. 이 놈의 ADHD. 예전에 강남 지하철 친구 생각해보면 쉽다. 지하철에서 말 걸었는데, 결혼식 사회까지 보는 그런 찐친, 그런 인연을 너무 믿어서다. 이제 걔 덕분에 안 그래서 감사하다. 덕분에 나의 친구 기준점이 서서 이제 안 그런다. 걔가 큰 거 도와준 거다.

공연 후 느끼는 감정에는, 후련함이나 뿌듯함이 사실 별로 없다. 늘 해왔던 일이라서 그런 것도 같다. 어제의 경우는 너무 머리 아프고 힘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있는 체력 없는 체력 다 끌어다가 뿜뿜시켜놨는데, 그걸 쓸 데가 없어서 이렇게 손가락만 바쁘다.

보통 사람이라면 술집이나 클럽 같은 곳에 갔을 거다. 혼자 술 마시기 아주 싫어한다. 아까 잠깐 만난 어제 스탭들에게 한 잔 하자고 하기에는 좀... 그랬다.

어딜 둘러봐도 혼자 걷는 사람 없다. 커플 밤바다다. 하지만 장범준의 여수 밤바다도, 가사를 잘 들어보면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하며 지금 그녀가 옆에 없다. 그 노래 주인공도 혼자 걷는 거다.

광안리에서는 혼자라도 술집에 들어갔던 적이 있다. 혼자 온 남자 어디 없나~~ 하고. 또 한 가지 전과 다른 점이 있다. 길거리 커플들이 부럽지 않다. 연애와 사랑이 같지 않단 걸 너무 알아버렸다. 장기 연애하는 커플조차도, 나는 알게 된지 한 달 차에 말할 얘기도 그냥 안 하고 시간만 쭉쭉 흘러 장기 연애가 된 사람들 많단 걸 알았다. 언젠가부터 세상에 흩어져있는 연애 고민들이 되게 같잖아보이고, 사랑하지 않으니까 생기는 저런 고민에 왜 고민하지 싶게 됐다. 그런데 이런 마음 품는 거보다, 차라리 전처럼 커플들 부러워하던 게 훨씬 마음 가벼웠다. 지금은 너무너무, 너무 진지하다.

에휴. 그리움 달랠 곳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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