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이 즐겁기까지 해야 하나. 돈 벌러 온 거다. 일 아니었으면 여수에 또 올 일 없었다. 출장이라고 하니 뭔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건 근로 소득이 아니라 사업 소득이지.' 라고 생각했는데, 계약서 다시 보니 기타 소득이라 되어 있다. 그렇구나.
아침 이후로 뭘 제대로 못 먹었다.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4시에 김밥은 먹었는데, 김밥을 먹었다 보니 저녁을 또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공연 끝나고 감자칩이랑 초코 우유나 사 먹었다.
먹을 걸 제대로 못 먹으면 부정적인 생각으로 빠지기 쉽다. 잘 아는 사람이 왜 그랬을까잉.
일만 잘했으면 된 거다. 어제도 나쁜 컨디션에 어쨌든 끝까지 마쳤다. 오늘은 어제보다 시간이 훨씬 더 금방 가고, 50분 공연이 힘겹지 않았다. 어제오늘 합쳐서 1시간 40분을 노래한 건데, 그냥 정말 잘했다. 이래 본 적 없다.
오늘 끝날 때, "지금까지 싱어송라이터 이가연이었습니다. 반갑습 아니 감사합니다." 라고 했다. 내가 말하고도 웃겼다. 정신줄 놨냐 싶었다. "안녕하세요. 싱어송라이터 이가연입니다. 반갑습니다."라는 말이 하도 입에 붙어있어서 그렇다.
오늘 공연은 그래도 '만족도 보통'에 속한다. 야외 공연은 원래 만족하기 쉽지 않다. 날씨는 걱정했는데 문제없었다. 비 올까 봐, 추울까 봐 좀 마음 졸였다.
다만, 옆에서 행사 소리가 좀 겹쳐서 집중력이 흐트러지긴 했다. 그래도 공연 중간쯤 되니 행사가 끝났다. 행사가 끝나고 내 쪽으로 사람들이 몰려온 것 같아서 오히려 좋았다. 특히 행사에서 나눠준 것으로 보이는 촛불을 들고 계셔서 더 노래할 맛이 있다.
관객 반응은 좋은 편에 속했다. 노래 끝날 때마다 박수가 나왔고, 노래 중간에도 촛불을 흔들거나 몸을 흔들며 반응해 주셨다. 어제가 아니라 오늘 머리가 아팠다면 아마 그걸로 잘 버텼을 거다. 어제는 노래 끝나도 스탭밖에 박수를 안 치고, 아무도 안 듣는 거 같으니 더욱 '내가 여기서 왜 이렇게 아픈 걸 참아가며 해야 하나' 싶었다.
오늘은 전반적으로 무난했다. 행사 소리가 겹치는 일도 예전에 다 겪어봤다. 어디 혼자 온 남자 없나, 저 사람은 혼자지만 전혀 걔처럼 안 보이네 생각은 덤. (이젠 이 일기를 읽어주시는 분들도 안타깝겠다... 걔 오면 브런치에 공지 올려야 된다.)
다만 오늘 영상미는 빵점이다. 어제는 장소도 '빛광장'이었고 오늘은 어시장이었다. 사운드 체크하면서 아무리 핸드폰을 요리조리해 봐도, 도저히 영상이 잘 나오질 않았다. 일단 밤이란 게 한몫한다. 어제는 빛광장이라 빛이 있었지만, 오늘은 영상이 어두컴컴하다.
어제오늘 가장 신곡인 '그동안 수고했어' 라이브를 선보인 것도 의미가 있었다. 아, 이틀 동안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