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1 춘천에 처음 가시는 여러분

by 이가연

열차를 잘못 탔다. 하마터면 춘천에 전철 타고 갈 뻔했다.

'분명 여기서 춘천 간다고 했는데...' 기차 좌석을 예약했는데 전철 같은 게 이상했다. 이상함을 감지하고 두리번거리자 앞에 계시던 아주머니들이 청량리에서 내리면 된다고 입을 모아 알려주셨다. 옆에 계셨던 아저씨조차도, 내가 못 탄 용산에서 출발한 기차가 청량리에 도착하는 시간이랑, 지금 이 전철 속도랑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잘 알아보라고 당부하셨다.

젊은 사람들 같으면 내 얼굴이 썩어가든, 멘붕이 오든 쳐다도 안 봤을텐데, 아주머니들은 전부 핸드폰을 안 하고 주위를 두리번두리번하고 계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람직하다.

너무 다행히도 아주머니들 덕분에 청량리역에 내렸다. 플랫폼은 맞게 탔던 거니, 내려서도 그자리에 가만 있으면 되는데 올라갔다 내려갔다 원래 타야했던 기차를 잘 탔다. '아이고 내 자리'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기차 놓치면 그냥 망하는 거였다. 오늘 전부 매진이었다.

너무 헷갈리게 해놨잖아요... 플랫폼은 맞았는데, 거기 전철이랑 기차랑 둘 다 다니면 우짭니까. 물론 그래도 내 잘못이 있다. 이미 영국에서 기차를 타든, 런던에서 튜브를 타든 다 겪어본 일이다. 플랫폼은 맞았는데, 목적지가 틀린 경우 꽤나 있었다. 피곤하고 빨리 집에 가고 싶을수록 그렇게 실수하기 쉽다. 평소에 잘 보고 탔더라도, 얼른 가고싶은 마음에 그냥 오는 거 확 타게 된 거다.

춘천역에 자알 도착했다. 내려서 나무들을 보니, 노랑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이렇게 단풍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단 걸 몰랐다. 얼른 할머니랑 나들이 가야겠단 생각 들어서 전화했는데, 다음주는 김장하셔야한다고 했다.

20분 걸어서 소양강 스카이워크로 갔다. 정말 별 거 없었다. 경치보다 바닥에 강물이 훤히 보이는 다리임에도, 무서워하지 않고 막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기 보는 게 더 즐거웠다. 역시 뭘 모르면 겁이 안 생기는 건가. 어른도 무서워서 못 걸어가는 사람 있을 거 같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이, 날씨는 좋다. 토요일 기차는 진작 다 매진이었다. 매진 덕분에 당일치기가 아니라, 1박 2일로 잡게 되어 그것도 좋았다. 공연은 내일이다.

이제 케이블카를 탄다. 경건한 노래를 계속 들으면서 와서인지 몰라도, 우리나라 산이 산맥을 이루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조금 달라지는 거 같다. 영국은 어딜가도 평지고, 한국은 어딜가든 산이라 확실히 다르다. 산이 주는 매력을 새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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