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2 진정한 여행

by 이가연

소양강 스카이워크는 2살 애기도 아장아장 잘 걷던 곳이었다. 호텔 근처 산책을 하다가, 흔들거리는 다리를 발견했다. 아까는 아주 튼튼해 보이는데 밑이 다 보일 뿐이었는데, 이건 그냥 건너편에서 사람이 건너올수록 흔들거렸다.

한 걸음 한 걸음 떼는데, 건너오던 커플이 분명 '저 여자 쫄았네'했을 것이다. 아. 이런 건 자고로 "난 못 가 못 가. 오빠나 가."해야 하는 거 아닌가. 혼자 '무.. 무셔워'하고 앉아있는 게 이게 맞나. (바로 엄마가 음성 지원 된다. 엄마였으면 절대 건널 시도도 안 했다.)

그래도 한 열 걸음 떼고 도로 바로 빽해서 돌아가는데 무서웠다. 흔들거리진 말아야지... 안 흔들려도 건널까 말까인데.

이어 호텔 주변 먹을 데를 찾는데, 이 놈의 지방은 먹을 데 찾기가 어렵다. 여수는 죄다 횟집이더니 여긴 죄다 닭갈비다. 한참 걸어 파스타집에 갔다. 딱 봐도 아주 데이트용 레스토랑이었다. 이제 꼭 해외 아니어도, 한국에서도 혼밥 잘한다.

내일은 1시 반까지 리허설하러 간다. 공연 장소 바로 옆 건물이 닭갈비 맛집이라고 하여, 점심은 거기서 먹을 예정이다. 오늘 점심으로도 먹었는데, 그닥 만족스럽지 않았다. 춘천 하면 닭갈비로 알고 있는데, 밀키트나 별 차이 없게 느껴졌다.

스카이워크 갔고, 케이블카 탔으면 이제 레고랜드 가지 않는 이상 할 거 다 한 거 같다. 내일은 아침에 컨디션 괜찮으면 춘천박물관이나 들렸다가 공연하러 가려한다.

직장인들 눈에는 여행 다니면서 돈도 벌고 '개꿀'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나의 과정을 봐야 한다. 작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영국에 여행 간 와중에도 핸드폰으로 공연 지원했다. 그게 내 업무였다.

그렇게 1년 넘게 하니, 지난주에도 공연, 이번 주에도 공연으로 꿀맛을 보게 되었다. 2023년 5월에도 이랬다. 이렇게 기억할 정도로 드물다. 그러고도 공연 자체도 쉽지 않다. 여수에서 50분 공연은, 두통이 심했을 때는 너무 힘들었고, 다음 날도 전날 이미 무리해서 힘들었다.

지금 춘천 15분 공연은 컨디션이 어떻든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어서 좋다. '내일은 어떤 환경일까. 사람은 많을까. 지도 보니 먹자골목이던데 토요일이니 많겠지. 너무 재밌겠다' 싶다. 여수는 이미 해본 공연 장소고, 사람 없을 걸 대략 알아서 도파민이 잘 안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3시간을 기차 타고 가서 금요일 50분, 토요일 50분 혼자 공연해야 하는 게 어떻게 여행인가. 살면서 한 번도 그렇게 안 해봤다. 그것도 저녁 8시 반 공연인데, 그 시간엔 주로 누워있는다. 하루 종일 집에 있었어도 8시 반이면 피곤하다.

지난주 여수는 분명 출장이었는데, 이번엔 진정한 휴식, 휴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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