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3 우당탕탕 리허설

by 이가연

춘천박물관에 갔더니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있었다.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말 거니까 놀라지도 않고 중국말을 했다. 한국인이라 했다. 그러니 갑자기 나랑도 같이도 찍으시고, 다른 분들도 나를 찍으셨다. 혼자 여행은 사진 찍어달라고 자연스럽게 말 걸 수 있는 이런 묘미가 있다. 살면서 충분히 느낀 거 같다.

박물관 잠깐 갔다가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그전에 점심 해결하러 닭갈비 집에 들어갔다. 철판닭갈비를 시켜야 되는데, 숯불닭갈비를 시켰다. 밖에서 고기를 내가 구워서 먹어본 적이 없다. 가족하고만 먹어봐서 모른다. 숯불 자체가 기억도 안 나게 몇 년 전이다. 멘붕 와서 엄마한테 전화했다. 전화 소리를 듣고 오셔서 구워주셨다. 다 태워먹고 있었는데 다행이었다. 집에서 고기는 잘 굽는단 말이다... 영국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구워 먹었다. 거의 미디엄 레어로 먹긴 한다. 직원이 지금 하나도 안 익었다고 엄청 볶듯이 구워주셨다. 먹을 뻔했는데 다행이었다.

다행히 아주 맛났다. 춘천까지 왔는데 맛있는 닭갈비를 먹어서 다행이었다. 어제가 별로였던 걸로. 아니면 숯불로 잘못 시켰지만 오히려 나았나 보다.

리허설하러 와서는 수난을 겪었다. 이래서 매니저가 있어야 한다. 이 정도 행사면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내가 생각한 보통의 버스킹 행사보다 규모가 컸다. 이렇게 MC 분이 진행하시는 버스킹 행사는 처음이었다. (강릉은 말이 버스킹 대회였지, 무대 세트가 크게 있었다.)

평소라면 리허설하면서 핸드폰 세팅도 하고 여유롭다. 그런데 오늘 현장이 전혀 그렇지 못했다. 일단 엠알 휴대폰 연결 잭도 없다 해서 음향감독에게 카톡으로 엠알을 보내야 했다. C타입 잭이라고 전달했는데, 전달 못 받고 잭이 없는 거다. 보통 이렇게 음향감독이 있는 경우도 없다. 여수는 대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스탭 두 명이 있을 뿐이었다. 여긴 음향감독, 총감독, 스탭들, 사진작가들 포함해서 직원이 7-8명은 되어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는 핸드폰 찍는 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기 때문에, 누가 찍어줘야 한다. 공연자인 내가 해야 될 일은 리허설 잘하는 거다. 리허설 장면을 촬영했지만, 내 얼굴이 노래할 때 하나도 안 찍혔다. 화면에 나오는지도 확인 못하고 그냥 일단 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가지고 다니던 미니 배너도 뿌라졌다. 미니 배너니, 휴대폰 카메라니, 정신없어하는 모습을 보이니 공연자가 혼자 매니저 역할까지 하느라 버거운 티가 났다. 솔직히 말하면, 없어 보일까 봐 걱정되었다.

스스로 매니저가 가능한 환경이 있고, 아닌 환경이 있는데, 내가 추구하는 건 점점 더 규모가 큰 행사다. 가족, 친구, 애인 중에 아무나 공연 다닐 때 매니저를 해줄 수 있다면 참 좋으련, 서글퍼하며 리허설을 마쳤다. 2017년부터 이러면 서글플만하다. 이야.. 한 달 사귀는데 그 안에 공연 없었으면 끝이니, 애인이 공연 와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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