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마사지 우훗훗

by 이가연

거의 십 년 전에도, 오디션 보는데 "지금 유튜브 영상이 얼마나 마이너스인 줄 아냐. 실물이 훨씬 낫다"고 들었다. 그뒤로 줄곧 나도 알고 있었다. 항상 실물보다 영상이 너무 못 나온다고 느꼈다.

공연 영상이 대부분이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공연장에서는 얼굴 잘 나오게 카메라 세팅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삼각대에 휴대폰 껴서 내 얼굴이 담기게라도 세워두는데 그친다. 잘 나오게 찍으려면, 정말 매니저가 있어야 한다. 나도 이왕 찍는 거 다 잘 찍고 싶다.

반면 타로 채널은 집에서 찍는다. 얼마든지 시간을 들여서 조절할 수 있다. 원래는 카드만 보여줬는데, 최근엔 얼굴도 나오게 계속 찍고 있다.

처음엔 아무렇게나 찍었다. 어차피 조회수 별로 안 나왔을 때 얘기다. 저녁에 찍으니 방 조명이 누런 걸 느꼈다. 내 얼굴이 분명 한국인 중에 손꼽히게 하얀데... 누래보였다. 뭔가 별로였지만 귀찮으니 그냥 찍었다. 그런데 그냥 저녁이 아니라, 낮에 찍으면 해결되는 일이었다. 방 창문이 워낙 커서 햇빛이 잘 들어오니, 낮엔 내가 가진 피부 톤이 어느 정도 나온다.

무슨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처럼, 본인 얼굴보다 한참 왜곡되어 예쁘게 하는 것도 아니고, 원래대로는 비슷하도록 해야지 않겠나. 아무리 얼굴 신경 쓰는 '꾸밈 노동'이라고 극혐해도, 억울한 건 싫다. 내가 항상 추구하는 건, 있는 그대로다.

그 뒤로는, 엄마가 지금 얼굴이 너무 두 턱처럼 보인다고, 각도를 좀 조절해보라고 알려줬다. 그다지 두 턱이 아닌데 두 턱으로 나오면 그것도 얼마나 억울한가. 그래서 오늘부터는 두꺼운 책 세 권을 쌓아두고 그 위에 휴대폰을 두고 찍어봤다. 당연히 휴대폰이 낮으면 아래에서 위를 찍으니 두턱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실물보다 더 못생기게 찍으면 얼마나 억울한가... 이제 영상을 보면 실물이랑 제법 비슷한 거 같다. 만족한다. 실물보다 더 잘 나오게 하는 건, 거기서부터 불필요한 노동이기 때문에 거절한다. 유튜브는 어차피 사람들과 대면하기까지 수단이다. 지금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지, 유튜브가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무대를 할 사람이다. 앨범 내고 공연하는, 그거만 잘하고 살 거다.

사진은 워낙 일반인 모델 스냅 촬영을 많이 나가서 어떤 표정이 자연스러운지 안다. 그런데 영상은, 아무리 유튜브를 오래 해왔어도 노래만 잘 부르면 된다고 생각해와서 잘 모른다. 이제는 타로 채널을 통해서, 조명하고 카메라 위치를 살짝만 바꿔도 실물 왜곡을 줄일 수 있단 걸 알게 되었다.

나에게 카메라 마사지라는 건, 꾸며내는 게 아니라 적어도 실물대로는 나오는 최소한의 수고다. 그 선을 넘고 이래라 저래라 말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 내 ADHD 자아가 가만 안 있고 끝까지 조져놓을 거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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