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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May 05. 2024

#22 작년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5월 첫째 주 짧은 글

영국 날씨

한국 기상청 욕할 거 없다.



받아들이기  

저 사람이 나와 잘 맞는다는 느낌, 나와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 그대로 더 존중해 주기로 했다. 특히 쎄한 느낌이란, 지금은 이유 모르게 할 지라도 나중에 그 이유를 발견하게 되어있다. 반면 나랑 잘 맞아서 행복해도 그걸 즐기지 못하고 괜히 경계해도 마찬가지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작년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그만 알아봐도 됩니다. 여기서 겪은 어려움 그 어느 것도 미리 대비할 수 없었습니다.



후회

후회하는 나 자신을 돌봐주지 못했다. 이제 와서 얘기해도 소용없는 논쟁과 생각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다. 하지만 내가 후회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상황'이 그랬던 거였다. 한국에서 충분한 시간 동안 휴식하고 돌아오니 저절로 딱히 후회할 게 없어졌다.



한국과 영국

영국에서는 사람의 정신 건강 상태와 사람 자체를 구분해서 본다. 내가 힘들어하는 것이 그 상황일 뿐이라는 걸 알고 내 능력과 구분해서 생각한다. 나도 예를 들어 교수님이 번아웃 왔음을 밝히고 일을 최소한으로 줄였다고 발표한다고 해서 교수님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거다.


한국이라면 내가 학생으로서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거라 판단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한국 사회생활에서는 사적인 얘기를 함부로 하면 된다는 등의 말을 들을 때면 역시 나는 한국과 안 맞다며 불편했다. 또한 여기는 그런 위기 및 스트레스 관리 능력을 높게 사는데 한국은 '힘들어하는 사람'이라고 낙인찍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나 그대로 인정해 주는 영국이 좋았다. 특별히 교수님들께 잘 보이기 위해 애써야 되는 게 아니라, 건강이 좋을 때든 나쁠 때든 내가 우수한 학생이라는 게 변함없다는 걸 느껴서 좋았다.



노력형 E

아무리 봐도 노력형 E다. 하다못해 한국에서도 식당에서 주문하려고 손 들 때, 친구가 아닌 사람에게 전화걸 때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는데 영국은 오죽하겠는가.



타로의 법칙

사람 관계에 대해 많은 덱을 사용하며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 어차피 안 된다. 내 모든 노력을 투하했는데도 안 풀리기 때문에 점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거다. 그럴 땐 결과가 좋다, 나쁘다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조언을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카드가 주는 조언대로 하면 얼마든지 미래는 바뀔 수 있다.


간혹 아무런 문제 없이 이미 잘 되고 있는 관계인데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지금 베프가 그랬다. 너무 좋은 친구라 잃을까 봐 그랬던 그 심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하면 카드를 뽑는 사람의 그 불안한 심리가 카드에 그대로 반영되어 오히려 안 좋게 나올 수 있다.


잘 될 거 알면서 불안해서 보는 것이든, 잘 안 될 걸 알아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보는 것이든,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보는 건 마음에 해로우니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반복해서 보는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다. 그만큼 간절하다는 뜻이니 이 역시 존중해줘야 한다. 그럴 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제게 지혜를 주세요'라고 생각하며 카드를 뽑을 것이다.



나에게 영국

16년 전, 해리포터 덕후가 된 순간부터 9년 전, 폴 매카트니 내한 공연에서 무대 위에 태극기와 유니언잭이 왔다 갔다 하는 퍼포먼스를 볼 때까지만 해도 영국은 내게 너무나 멀고도 지구상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였다.


해리포터의 나라, 비틀즈의 나라, 고등학교 때 첫 유학 오디션의 나라. 영국과의 인연을 생각하면 아직도 구글맵으로 현재 위치를 볼 때마다 가끔 믿기지가 않는다.


훗날, 찬란했던 내 20대의 꽃은 영국 유학이었다 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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