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나는 생각도 못했던

by 이가연

하나하나 작년엔 상상도 못했을 일들이다. 놀랍고 감사하고 기쁘다. 또한 내년엔 어떤 일을 더 이뤄낼지 설렌다.

1. 처음으로 50분 페이 공연을 해봤다.

그것도 이틀 연속으로 했다. 첫 날은 두통 때문에 매우 힘들었고, 둘째 날은 전날 공연 때문에 성대 피로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무사히 마쳤다.

2. 공연 레퍼토리가 4곡 늘었다.

'그런 너라도', '아직, 너를', '연락할까 봐', '그동안 수고했어'.

3. 싱글이 아닌 미니 앨범을 기획하여 냈다.

과연 나는 돈이 없어서 못 내왔던 걸까. 그냥 그 정도까지 간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싱글로도 만족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하나의 스토리가 담긴 앨범을 내고 싶다'하는 욕구가 강하게 작용하여, 미니 1집이 나왔다.

4. 전국으로 공연하러 다녔다.

영국 덕이다. 영국에서 하도 기차 타고 1-2시간씩 자주 다녀서, 기차 타고 이동하는 게 부담이 없어졌다. 그전에 교대역 살 때는, 홍대까지 가는 것도 장거리 여행이었다. 덕분에 올해는 전국 각지에 뜨는 공연팀 공고에 지원하게 되었고, 돈 번 게 다 서울 밖이다. 처음이다.

5.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댓글로 소통한다.
댓글 보기 무서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하늘에게 감사하게도 근래엔 예쁜 댓글들만 가득하여 완전 극복했다. 세상과 소통하는 행복을 느낀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수 년간 인터넷 상에 나를 홍보해왔다. 거의 무반응이었다. 이렇게 응원과 칭찬을 매일 받다니 놀랄 일이다.

6. 타로 프리랜서 기반을 만들었다.
타로 채널에 그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개인 상담을 오픈했다. 사람에 대한 상처가 깊어서 직접적으로 사람을 상대해야하는 카톡, 전화 상담은 어렵다. 하지만 상대의 질문을 듣고, 그거에 맞춰서 영상을 찍어 보내주는 건 가능하다. 어떻게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찾아서 했다는 것이 높게 살 부분이다.

7. ADHD에 대한 이해도를 갖추었다.
단순히 1월에 ADHD 진단 받고 끝이 아니었다. 그 진단으로 인생이 바뀌었다. 올해 내내 공부했다. '공부 잘했어도 ADHD다, 자폐 스펙트럼처럼 ADHD도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다, 영국에선 장애로 인정되지만 한국에선 아직이다'와 같이 사람들에게 'ADHD 제대로 알리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8. 내 곁에 둘 사람 기준을 확립했다.
내 옆에 둘 수 있는 사람은 상당히 극소수란 걸 제대로 받아들였다. 뇌가 고통스럽게 만드는 사람을 계속 둔다는 건, 내가 날 아끼지 않는 거란 걸 이제 잘 알았다. 아무리 '세상 사람들은 그냥 잘 넘기고 살 거 같은데' 싶어도, 내가 느낀 게 맞다. 고문 받는 느낌을 받았으면, 끊어야할 사람이다. ADHD라서 남들과 다르게 고문 받게 느낀다고 말해줘도 안 된다. 올해 내내 시도한 것을 통해, 그렇게 애처롭게 설명하게 만드는 사람은 안 된단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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