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5 첫째날 이야기

by 이가연

분수쇼 보러갈까 엄청 고민했다. 돌아올 교통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여긴 다 도보다... 교통 카드를 사지 않았고, 우버가 안 되는 도시다. 하지만 생각보다 가까웠다.

진심으로 고민했는데, 내 발바닥을 믿었다. 첫째 날이니까... 마카오는 2박 3일 아닌가. 런던에서 하루 2만 천보도 찍어본 적도 있다. 그렇다면 물리적으로 가능은 하네. (참고 : 평발이 쪼까 있어서 평발 깔창 낀 운동화로도 7천보 정도면 매우 아프다. 만보면 디져간다.) 그래서 2만보면 거의 절뚝거린다. 하하하

그래서 만 5천보 째에 고민하다가 분수쇼 보러 갔다. (오늘 만9천8백보 찍었다.) 9월 영국 갔을 때, 파스를 딱 열어보니 발바닥 한짝씩 딱 한 번 쓸 거 밖에 안 가져와서 어이가 없었는데, 이번엔 두둑히 챙겨왔다.

도착해보니 허무할 정도로 가까웠다. 뭐지. 구글맵이 쓸데없이 돌아가는 경로로 표시해서 25분이었던 것이었다. 알아서 걸어가보니 가까웠다. 무엇보다 야경이 너무너무 화려해서 구경하느라 도파민이 도와줬다.

가길 잘했다. 생각보다 안 멀게 느껴졌을 뿐더러, 분수도 좋았다. 그냥 계속 분수가 음악에 맞춰 나오고 있었고, 9시 정각 되니 호텔 불이 쫙 꺼지면서 더 화려한 분수가 나왔다. 분수가 막 춤을 췄다.

그리곤 곧장 호텔 방으로 돌아간 것도 아니고, 미니 에펠탑에 갔다. 그쯤 되니 발만 아픈 게 아니라, 종아리까지 아팠지만 그래도 에펠탑은 야경이지 않나. 사람들이 사진을 잘 못 찍어줘서 아쉽던 차에, 휴대폰을 세워둘 수 있는 구석을 발견해서 타이머 맞춰두고 엄청 찍었다. 배경 사진이 그 작품이다.

2박3일 여행이면 무리하는 게 맞는듯 하다. 아닌가. 내일모레면 생각이 바뀔까. 하지만 그동안 너무 안 무리했다. 난 어차피 다 힘들고 다 발 아프다. 한국에서 하루에 30분도 안 걷는데, 외출해봤자 2시간인데, 어차피 난 4시간 외출해도 무리다. 그러니 이왕 여행 온 거 그냥 할 수 있는한 열심히 돌아다니는 게 낫지 않나... 그동안 여행이 다 좀 아까웠다.

늘 '무리하면 안 돼.'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어차피 나는 발이 아픈 거지, 체력이 안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디 앉아 있으면 된다. 밖에라도 앉아있으면 나중에 다 기억에 남지 않을까.

이렇게 9시, 10시까지 돌아다니고 호텔 방으로 밤에 들어온 기억이 안 난다. 영국에서 친구랑 술 마시고만 있을 뿐, 관광 목적으로 돌아다니다가 이럴 일은 아예 없었다. 이게 진정 여행이란 생각이 거듭 든다.

그런데 10시 넘어 들어와서 브이로그 편집해서 11시 반에 유튜브 영상 올리고, 브런치 글 팍팍 올리는 나란 사람 참 대~단하다. 역시 미루질 못한다. 미루질 못해. 그동안 유럽에 2주씩 갔어서, 미루면 답이 없기 때문에 습관 잡혔다. 그래야 속이 후련하고 행복하다. 영상은 어차피 컷편집만 하고, 글은 일기라 금방 쓴다. 어차피 핸드폰으로 할 것도 없다. 늘 이래왔다.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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