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부모모임 지음 / 한티재
성소수자 관련해서 부끄러운 점이 있다. 전남친이 호모포비아 발언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사귀기도 전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일어났어야하는데 후회하고 있다. 그래도 홍석천은 좋다고, 게이는 자기 좋아할까봐 안 된다고 헛소리를 하는데도 거기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이제 평생 '그게 누구건' 바로 일어나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어릴 때 동성애자 친구에게 폭행을 당했다거나 사연이 있을 순 있으니 "너 지금 그 호모포비아 발언 신중하게 생각하고 다시 말해봐." 확인하고 일어날 거다. 예를 들어 내가, "아 한국인 싫어."라고 하는 것이 지금까지 겪은 일부 한국인들이 너무 힘들게 했다는 뜻이지, 진짜 한국인이 싫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p5 노년 세대 중 상당수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성소수자와 직접 교류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확하게는, 그 세대에도 성소수자는 있지만 커밍아웃한 성소수자가 많지 않았던 것이지요.
- 게이 할아버지, 레즈비언 할머니가 왜 없겠는가. 그래서 영국에서 사온 동화책 중 한 권은 게이 할아버지가 성소수자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내용이었다.
p6 당연한 말이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심한 사회에서는 커밍아웃의 과정이 험난합니다.
- "한국도 많이 좋아지지 않았냐"라는 말도 들었다만, 내가 성소수자가 아님에도 멀리서 그냥 바라봄에도 전혀 아닌 거 같다. 미국이고 영국이고 가보십시오. 심지어 영국에서 산 서울 관광책자에도, 한국이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조심하라고 되어있다. 미국이나 영국은 무지개 깃발이 곳곳에 붙어있다. 한국은 그렇게 해놓은 걸 못 봤다.
p11 자녀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녀에게 상처 주는 말들을 하던 부모들은 이제 사람들 앞에 나서 "나는 성소수자의 부모입니다. 나는 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합니다"하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 "너가 부모가 아니라서 모른다"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만, 정말 이해가 안 간다. 우리 애가 이성애자일 때만 사랑한다면 그게 어찌 사랑인가. 친구, 선생님, 동료, 상사 등 다른 사람은 사랑하지 않는다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부모는, 적어도 부모는 자식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야된다는 생각이 강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부분은 좀 힘들었다. 이 부모들이 대단한 게 아니라, 너무 당연한 것처럼 느껴져서. 자살하는 사람이 왜 죽는 줄 아는가. 본인이 없어져도 된다고, 세상은 어차피 잘 돌아갈 거라고 시야가 매우 좁아져있다. 자식이 죽은 뒤에야, 성소수자여도 살아만 있지 그런 말하지 말 걸 후회하는 부모가 이 땅에 많을 것 같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양성애자여도 상관 없다. 게이이거나 무성애자면 내가 포함될 수가 없으니 안 되겠지. 양성애자면 어쨌거나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끌림을 느낀다는 뜻 아닌가. 그게 남자와 여자를 동시에 두 명 사랑한단 뜻이 아니다.
p72 저와 가족들은 모두 가톨릭 신자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제 아들 우빈이와 같은 성소수자들의 존재는 하느님이 창조한 이 세상의 놀라운 다양함의 귀한 일부라고 믿습니다.
- 그래서 나는 종교적 이유를 내세우는 사람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불교는 그러는 거 못 봤다. 어느 종교나 핵심 메시지는 '사랑' 아닌가? 사람이고 짐승이고 사랑하자는 게 메시지인데 성소수자는 사랑하지 않나. (같은 이유로 부모가 이해하지 못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
p76 그 영화는 동성애자 아들이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의 극심한 편견과 강요로 힘들어하다가 결국 죽음을 선택하게 된 실화를 다룬 미국 영화이다. 아이의 죽음 후 어머니는 마지막 연설장면에서, 매일 아이에게 악에서 나오라며 동성애자에 대한 저주를 퍼부었는데, 정작 아이를 지옥에 밀어넣은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토로한다.
- 성인이면 그런 사람과는 연을 끊으십시오. 나를 죽고 싶게 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곁에 두지 마세요. 청소년인데 집에 돈이 좀 있다면 어떻게든 유학 보내달라고 하세요. 성인이면 어떻게든 바로 해외로 나가세요. 돈이 아무리 없어서 고생해도 사람이 숨 쉬고 사는 게 중요하죠.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 시도율은 47퍼센트에 이르고, 77퍼센트나 자살 생각을 하고 있다는 통계를 보았다. (한국청소년복지개발원, 2006) 누가 자살할 정도로 힘든 삶을 살면서까지 성소수자로서의 삶을 선택하려고 하겠는가?
- 책에 통계 자료가 오래 되어, 더 최신으로 찾아보았다. 적어도 2006년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고. 2016년 자료에서 청소년 성소수자 자살 시도율이 45.7%로 별 차이는 없었다.
p77 그중에서도 성소수자들이 겪는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가족들의 거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족에게 성정체성을 이유로 강하게 존재를 부정당한 성소수자들의 자살 시도율은 여덟 배나 높다는 통계를 보았다. (중략) 조금만 생각해봐도, 누군가에게 끌린다는 감정은 부모가 강제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님이 자명한데, 난 왜 그때 생각조차 해보지 않고 어리석은 행동을 했을까? (중략) 혼자 괴롭게 보냈을 오랜 시간을 엄마로서 알아주지 못했다는 자책과, 아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자신을 혐오하게 만들 수도 있는 말로 상처를 준 것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나는 이 두 번째 죄책감 때문에 앞으로도 평생 미안함을 안고 살 것 같다.
- 이 글을 읽으며 'ㅇㅇ. 평생 미안함 안고 사세요.'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고, 내 안에 해결되지 못한 감정이 크단 걸 자각했다. 나는 성소수자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런데 '내가 ADHD였다는 걸 진작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 중요하지 않아. 애를 이해하고 사랑하는데 진단명이 필요해? 나는 어린 아이였어.'하는 지뢰 같은 발작 버튼이 있다. 더 나아가, 내가 생각하는 사랑, 배우자, 결혼에 대해 거듭 반복하는 말을 살펴보면 다 그 결핍이 보인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싶어하는 절실한 마음.
p102 '그 집 딸, 남자친구 있어요?' (중략) 질문에는 '애인이 있다'는 말로 넘겨버렸다.
- 갑분 영어 시간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독자 분들이 외국 가서 실수하지 않길 바라며. "Do you have a girlfriend/boyfriend?" 대신에 "Are you single?" 내지는 "Are you seeing someone?" 해주세요.
p143 제6차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 2010-2014)에 따르면, 한국인 중 "나는 동성애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고 답한 이는 77.6퍼센트입니다. 스웨덴의 3.7퍼센트보다 20배 이상, 미국의 20.7퍼센트보다는 3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성소수자가 살기 가장 힘든 나라입니다.
- 이 쯤 되니까 내가 한국인 싫다고 말할만... 한 거 같은데... 맨날 OECD 국가 중 자살율이 가장 높다고 뉴스에 나온다만, 그게 그냥 한강 다리에서 사람 구조하면 되는 일이 아니에요.
인종차별을 안 한다고 해서, '와 인종차별 안 하는 멋진 사람이구나'라고 안 한다. 성소수자 혐오는 담배를 피고 안 피고처럼, 선택하는 일이 아니다. 국힘이 민주당을 혐오하든, 민주당이 국힘을 혐오하든 그건 생각이 다른 거다. 성소수자 혐오는 잘못된 것이고, 고쳐져야할 일이다.
나는 사랑이란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사랑하는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호모포비아는 사랑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람의 타고난 그대로를 싫어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주고 받을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