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두 달 연애 경험이, 아주 쓸데없는 경험은 아니었다. 세상 모든 경험은 다 의미가 있다. 벌써 5년도 더 지난, 구남친 때 일이었다. 자기 엄마가 나를 음악 한다고 안 좋아한다고 했다. 내가 너무 심각해하자 걱정하지 말라며 자기 엄마는 마치 인간극장 같은 그런 가난한 걸 생각한다고, 너 지금 사는 집하고 아버지 뭐 하시는지 알면 다 해결될 걸 안다고 했다.
일단 그런 말을 전달한 그 사람이 잘못되었다. (비난하는 의도는 아니다. 당시 상대 나이가 만 24세였으니 이해한다.) ADHD인에게 자극될만한 요인을 주지 마라... 하지만 나는 또 선한 거짓말도 용납을 못한다. 현명한 사람이었으면, "어머님이 나 어떻게 생각하셔?" 하는 질문에 "아직 잘 모르신다. 너에 대해 알아가면 좋아하실 거다."라고 했을 것이다. 사실 아닌가. "너 엄청 좋아하셔!!!"라고 호들갑을 떨었다가 그게 아닌 게 밝혀지면 안 된다...
그 구남친 엄마가 싫어한다고 해서가 아니라, 구남친의 말이 뭔가 애매하게 기분 나빴다. 엄마의 말은 그냥 뭔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싶었다. 왜냐하면 음악 한다고 가난하단 게 대체 무슨 소린가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다. 유명한 가수가 될 때까지 보컬 트레이너로 먹고살면 된다고 생각해서 음악 한다는 게 가난하단 그 세간에 널리 퍼져있을 편견 자체가 이해가 안 됐다. 지금은 매우 알겠다. 실용음악과 나와서 나이 먹어도 할 게 카페 알바 밖에 없을 수 있다는 게 이제야 보인다. 그리고 그걸 이제 알았다는 게 다 집안의 경제력 덕이란 것도 자알 알겠다.
지금 똑같은 말을 듣는다면, 이거 이거 눌릴 거 같다. 진짜로 음대 석사까지 나와서... 남들 보기에 '직장도 없고, 말이 프리랜서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의 말에 뭔가 심하게 눌린다는 건, 내 무의식에도 그런 목소리가 존재해서다.
오빠는 정말 자주, 나에게 '너가 무슨 백수냐.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너가 제일 열심히 일한다.' 등의 말을 해줬다. 내 안에 그걸 알긴 하는데, 남에게 듣는 게 참 달랐다. 내 가슴 한편엔 나도 나를 내가 버는 돈으로 평가했다. 영국 너무 자주 가는 거 아니냐고 엄청 채찍질했다. 그래서 예전 상담사도, 그렇게 여유가 있는 것도 나의 복이니 제발 좀 즐기라고 했던 거 같다.
아무래도 이 글을 쓴 게 영향을 준 거 같다. 이래서 SNS를 하면 안 된다. 쓸~데 없는 자극이 된다. 만나는 사람도 없는데 진짜 쓸데없는 생각이다만, 존재하지도 않는 예비 시어머니 입장에서 나를 봤다. 월급 들어오는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취직 생각은 전혀 없고, 그렇다고 애도 안 낳는다고 하고 요리나 살림 같은 거 신경 전혀 안 쓸 거 같고. 나를 제일 나쁘게 표현하면 저렇다. 그런데 그... 음... 우리 집의 경제력은 전국적으로 봤을 때 상위 1%로 추정된다. 대학생 때부터 국가 장학금이며, 뭔가 가구 소득 분위로 뭘 준다고 하면 쳐다도 안 봤다. 그 모든 것을 다 조용히 시킬 수 있는 것이 우리 집의 경제력이라면 기분이 너무 나쁠 거 같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남자에게 "넌 몸만 와."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상상만 해도 기분 나쁜 것도 다 역사가 있다. 누군가는 나도 모르는 우리 아파트 집값을 알고 있기도 했다. 우리 집이 20억 하는지 30억 하는지 그걸 찾아봤다는 게 꺼림칙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 나는 대학생이었고, 초중고를 다 서초동에서 나왔다. 어차피 다 고만고만한 동네에서 자랐다가, 대학생 되고 나서 세상에 던져졌다. 동생처럼 고대에 갔으면, 똑같이 고만고만한 대치동 키즈들이 모였을 텐데 나는 좀 꼬였다. 내가 성적 다 버리고 선택한 실용음악과니 어쩔 수 없다. 이것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나고 자란 배경이 너무 다를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원래 내가 친했던 친구들이... 경제적으로 다들 너무 힘들었다. 참 이상하게도 그런 친구들만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끊어진 친구들에 대한 미련이 거의 없다. 어차피 지금까지 친구로 못 지낸단 걸 알아버렸다. 이렇게 영국 유학도 다녀오고, 갔다 와서도 직장도 없는데 갑자기 휙 마카오 다녀오고, 옆에서 친구로 못 있는다. 그걸 알았다는 게, 너무 슬프다.
누군가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나한테 뭐라고 안 하는데도, 괜히 세상 사람들이 나를 보면 나이 먹고 제대로 된 직장도 없고, 돈도 안 모으고 뭐 하는 건가 생각할 것만 같다.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평가당할까 봐 두려움이 존재한다. '됐어 난 혼자서든, 결혼해서든 잠실 집 들어가서 살 거야. 당장 돈 없어도 돼!!' 하는 고슴도치 같다.
전에 언급한 적 있었듯, 지금은 참 베타 테스트 기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존재하지도 않는 시선이 아니라, 사실 다 내 안에 존재하는 시선이다. 나한테 제발 좀 친절해져라... 싶다가도 이러는 것도 내 매력이지 않나 싶다. 누가 이렇게 날 것의 감정을 만천하에 휙휙 잘 공개하겠나. 지금도 충분하다. 타로 채널에서 사람들에게 어제도 말했는데, 결국 내가 듣고 싶은 말이다. 지금도 너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