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 사랑

뭘 또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251230 프리라이팅

by 이가연

참으면 안 된다... 사실 오늘 할머니 만나고 집에 오면서 글 쓰고 싶은 걸 참았다. 추운데 괜히 손 꺼내놓고 메모장에 글 쓰지 말자고 생각했다. 요즘 종종 그런다. 역시 그러면 터지는구나. 얼마나 모든 날 모든 순간, 일상에 걔 생각으로 지배를 당하는지 얘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얘기는 이미 하도 많이 해서, 제발 좀 넘겨라 싶었다. 2년 전에 있었던 얘기들을, 이렇게까지 사골 우리듯 계속 언급하면, 당사자가 얼마나 기가 막히겠냐고. 현재와 미래를 안 살고 과거에 사는 사람 같잖아.


삶의 원동력이다. '나 진짜 과거를 살기 싫다'라는 생각으로 올 한 해를 열심히 살았다. 깨어 있는 순간 계속 치고 들어오는데, '안돼. 나는 현재를 살아야 돼.'하고 계속 더 생산적으로, 더 일을 벌이고 살아왔다. 말이 좋아 삶의 원동력이지, 그럼 뇌가 절대 쉬지 못한다. 가뜩이나 비정상적으로 미친듯이 돌아가는 ADHD의 뇌, 지난 2년 동안 심히 과부하였다.


당사자에겐 내가 이미 까마득히 먼 과거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일상에서 하나하나 생각이 난다. 연애하고 나면 이렇게 된다고 말로만 들었다. 헤어지고 나면 밥 먹어도 생각 나고, 어디 가도 같이 왔던 거 생각 나고 한다고 들었다. 난 연애도 한두달 밖에 안 해봐서, 그런 경험이 0이다. 헤어지고 생각나본 경험이 0이란 말이다. 그런데 겨우 세 달 친구했던 놈 때문에, 2년 동안 이게 말이 되나 싶다.


말이 된다. 아빠랑 똑같은 새끼기 때문이다. 그동안 욕을 최대한 안 하려고 많이 참았다. 하지만 전에 브런치에 시원시원하게 욕을 하시는 분의 글을 읽어서 용기를 얻었다. 아무리 봐도 오빠 말대로 나는 인간의 경지를 넘어섰다. 욕을 해도 보살인 거 같다. 내 뇌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정말 하루만 체험해봐도, 그 뇌 상태로 2년을 살았단 걸 알면 난 모든 사람들을 울릴 자신이 있다.


그렇다면 본격 공통점이다. 전생에 공대에 불 질렀나 보다. 어디 경상도에 있는 엔지니어들을 다 고문하다 죽였나? 그리고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하고, 무엇보다 내 노래에 효과적인 피드백을 일반인은 평생 그 둘 뿐이다. 용어 사용이 이상해도 내가 찰떡 같이 알아듣고 개선이 되었던 점, 그건 어지간히 겁나게 똑똑해야 가능하다. 노래 레슨 한 번 받아본 적 없으면서 뭘 안다고. 그리고 감히 보컬 석사생한테 뭐라고 할 수 있는 그 배짱. 주기 주관이 확실하다못해 삐딱선을 탔다가는 독불장군이 될 수 있는 그 성격. 그래서 종종 언급한 적 있다만, 걔도 사업하면 돈 많이 벌 거다. 아빠처럼 기업에서 쭉 일하며 경험 쌓다가, 일찍이 사업으로 틀어야 된다. 너무 똑같아서, 걔가 설령 돈을 못 벌어서 힘들어하고 있다만 절대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고 싶다. 나는 내가 아이유처럼 유명한 가수가 될 거라는 믿음도 크다만, 걔가 나중에 아빠처럼 개천에서 용 나는, 아니 창원에서 용 난 사람 될 거란 건 1000% 확신할 수 있다.


그리고 못생겼다. 결혼식 사진을 봐도, 미녀와 야수 같다. 두 사람 다 어디가서 여자들이 호기심을 가질 얼굴은 절대 아니다. 내가 이 말은 브런치에 절대 하지 않으려고 참고 참았다만, 걔는 나를 처음 봤을 때 옷을 너무 못 입어서 충격적이었다고 몇 번을 말했다만, 나는 저 멀리서 오는 거 보고 못생겨서 실망했다. 몇 분 뒤에 사실 여자친구가 있다고 하길래, '그럼 지금 날 만나는 게 괜찮나?' 싶기만 했지, 전혀 아쉽지 않았다. 남자로 보는 바운더리에서 나가리 였다고! (오늘 폭주하네.)


이제 오빠는 내가 걔 못생겼다는 소리를 하도 많이 해서 내가 왜 그러는지 안다. '응 마음에도 없는 소리'하고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하지만 사실이다. 둘 다 되게 되게 되게 내 기준에선 못생겼다.


그래서 아무도 안 된다. 어린 시절 상처 치유는, 이 집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된다. 나 혼자 상담 받고, 병원 다닌 지난 세월에 열이 뻗쳐있다. 올해 내내 아빠는 한 마디는 커녕, 같은 집에 살면서 쳐다도 안 본다. 쳐다보기는 커녕, 1m 이내만 지나가도 긴장 상태다. 나는 당연히 대화가 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진작 가족 상담을 다녔어야 한다. 이 가족은 답이 없다. 나 빼고 세 명 모두, 지뢰 버튼이 존재한다. 그 버튼이 눌리면 얼마든지 나는 또 진도 10의 분노를 보일 수 있다. 최선을 다해 지뢰를 피해 살 뿐이다.


얽히고설켜있다. 내 마음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걔가 갑자기 무슨 서울 동네 친구 구하듯 오는 건 당연히 안 되고, 그냥 사귀는 것도 안 되고, 이 브런치를 다 읽고 '그러면 너의 그 잠실 집인지 뭔지 거기서 같이 살자.'하지 않는 이상 안 된다는 걸 전부터 너무 잘 알고 있다. 나의 마음 상태는 썸이고 연애 초기고 다 건너뛰어야 하는 상태란 걸 몇 달 전부터 잘 알아서 괴로웠다. 정작 상대방은 날 좋아한다고 한 적도 없는데. 그 반대로 2년째 차단 중인데. 난 가뜩이나 정신과도 10년째 함께하는 중이다. 내가 더 심각한 정신병이 있는 건 아닌지 얼마나 스스로... 감당이 안 됐겠나.


그래서 밖에 나가면 남자랑 말 한 번 안 섞고 산다. 클래스 들으러 다니는 것도 다 여자다. 내 취미 생활이 여자가 즐길만한 것들인 덕이다. 다른 사람을 절대 마음에 들일 수 없는 상태란 걸 잘 아는데, 잘생긴 사람이 나타나면 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생긴 사람은 날 시간 낭비, 감정 낭비만 시킨다. 무슨 코로나 바이러스 피하는 수준으로 남자랑 접촉을 피하고 있다.


이 매거진은 원체 솔직한 적이 많았다만, 뭘 또 이렇게까지 솔직해지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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