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 사랑

창원 간 이유

by 이가연

새해부터 왜 창원 갔는지 글을 안 썼군. 사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글 쓰면서 알아가려고 쓰는 셈이다. 이것이 글쓰기의 묘미다.


그래서 질문 중에서도 "왜"라는 질문을 가장 힘들어한다.. 두 세 문장으로 요약해서 답변해야 하는 사회적 상황에서 뇌가 얼어버리니 순간 목 졸림을 느낀다. 그런데 내가 안심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목 졸림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말 그대로, 당장 바로 짧게 요약해야 하는 잘 모르는 사람에게 듣는 "왜"여서이기 때문이다. 참 진심으로... 일 년 동안 한 번도 못 만난 오빠 말고도, 마음 편히 쫑알쫑알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기길 바란다. 그 억압이 좀 풀렸으면 좋겠다.


이미 계속 가고 싶어 했다. 마산 호텔 방에서 타로 채널 라이브를 켜곤 "여러분 저 지금 어디게요?" 했더니 "창원이세요?" 하셨다. 단골 분들이면 다 아신다. 내가 계속 창원 갈 거라고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보라. 그냥 간단하게 원래부터 가고 싶어 했다고 말하면 되는데, 그렇게 대충 퉁치는 게 순간적으로 안 된다.)


ADHD의 충동성은 아무 때나 터지지 않는다. 반드시 그 요인이 있다. 그 요인이 왜 터졌냐 물으신다면 그것은 말할 수가 없는데... 아무튼 그 행동력 스위치가 켜졌다. 그 충동성을 누군가는 쇼핑, 누군가는 술, 또 누군가는 번잡한 연애 관계로 풀 수 있겠지만 나는 보통 '말'이다. 그중에서도 늘 카톡 때문에 문제였다.


내 본심을, 내 마음을, 상대방에게 와다다 표출하면 오빠가 아닌 이상 다 도망갔으니까...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무시하는 게 아니라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다는 걸 알았는데도, 가족도 너무 힘들었다. ADHD에 대해 설명하면서, RSD (거절 민감성 고통)에 대한 이야기도 참 많이 했다. ADHD를 계속 목놓아 말하게 되는 이유는, 나는 이미 머리론 너무 잘 아는데 진짜 불가항력적으로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빠가 양어머니다.)


나는 즉흥적으로 기차표를 예약하고, 잽싸게 짐 챙겨서 집 밖을 나서고, 기차 안에서 호텔 예약하는 등의 '전환'이 필요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서울역이었다. 그냥 뭔가 운명의 흐름 따라, 우주의 뜻에 따라, 기차에 올라탄 기분이었다. 직감을 따랐다. 오빠도 지금껏 보아하니 내 직감은 일리가 있다고, 좋은 결과로 간다고 해줬다.


갑자기 황치열의 '웃기는 소리 같겠지만' 노래가 머릿속에 울린다. 웃기는 소리 같겠지만 너에게 말실수를 할까 봐 또 창원 갔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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