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통역이 필요해

by 이가연

4시. 참 애매한 시간에 밥도 안 먹고 왔다. 아무래도 밥을 먹어야 움직일 수 있을 거 같은데, 브레이크 타임이라 연 데가 없었다. 겨우 찾아 들어가 샤브샤브를 먹었다. 집에서는 샤브샤브를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할머니랑 만날 때도 샤브샤브 주로 먹는다. 1인 샤브샤브집은 처음 가봤다만... 비쌌다.

카페도 미리 찜콩해 둔 영국 카페로 갔다. 전부터 궁금했다. 근데 티 한 잔에 8500원이라니. 창원에서?



명색이 영국집인데 티를 이렇게 주냐. 당산에 가면 진짜 영국 카페가 있다. 주전자랑 컵이랑 줘야지..

근데 사투리 들으려고 막 귀 기울이는 거 진짜 변태 같다.

마산까지 버스를 탈까, 택시를 탈까 하다가 타로의 선택으로 택시를 탔다. 훌륭한 선택이었다. 아저씨 사투리가 너무 구수해서 재밌었다. 원래 해외에서도 우버 기사랑 수다 떠는 맛에 탄다. 수다 못 떨면 돈 아깝게 느껴지고, 수다 떨면 돈이 안 아깝다. 아저씨가 서울 토박이냐고 묻더니 그러면 사투리 지금 못 알아듣겠지 않냐고 물으셨다. 뜨끔했다.

옆에 창원 사람이 있었으면 통역해 달라고 했을 것이다. 60대인지 70대셨는데, 가끔 못 알아듣고 지나가는 게 있었다. "부산도 복잡해서 파입니다"하시길래 '아니 파입니다가 뭐야. 이따가 찾아봐야지.'하고 적어놨다.

별로라는 뜻이었다. 이래서 어학연수를 가는구나... 유튜브로 백날 봐도 실전은 다르네... 서울에선 '파이다'라고 하면 옷이 파인 거밖에 없다. 생전 처음 들었다.

나보고 막 창원 살라고, 창원도 대기업 있고 서울 사람들 많이 내려와서 산다고 하시는데, 분명 말의 내용은 긍정적인데 말투만 들으면 왜 창원 안 사냐고 짜증 내는 거 같았다. 아주 흥미진진하게 들으면서 갔다. 중간중간 못 알아듣겠으니까 집중이 잘 안 됐지만 들으려고 노력했다.. 어느 젊은 창원 사람이 "나 사투리 별로 안 쓴다"라고 하면 "응 니 별로 안 쓴다"하고 인정해 줄 자신이 생겼다.

택시는 전에 알아봐둔 오동동 문화광장에서 내렸다. 기대 안 했는데 진짜 예뻤다.



호텔에 도착하는 순간이 참 좋다. 드디어 왔다는 그 안도감. 호텔리어 명찰 보니 '가연'이시길래, "오 저랑 이름이 똑같으시네요!!!"라고 했더니... 뷰가 더 좋은 고층 룸으로 바꿔주셨다. 이야 역시 정이 넘치는구나.

창원 사람들 너무 좋다. 방금 만난 사람들 말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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