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금

by 이가연

영국 가고 싶은 충동이 전혀 안 든다. 한 달 뒤? 아니 일주일 뒤? 그건 내 알바가 아니고. 지금 평화로운 게 중요하다.

신촌에서 밀크티를 마시며 글을 쓰고 있다. 나에게 카페란 수다 떠는 장소이기 때문에 혼자 카페 갈 일이 거의 없는데, 여기 밀크티가 맛있다. 그래서 도서관, 서점 가기 지겨우면 여기로 오기로 했다. 도서관, 서점과 다르게 버스를 타야 해서 좀 귀찮긴 하지만, 일단 오면 후회 없다.

저번에도 가져온 책은 안 읽고 브런치 글만 썼는데, 지금도 그렇다. 괜찮다. 내가 원래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잘 이해 못 한다. 거 ADHD라서.. 아무 소리 안 나고 조용해야 집중이 가능하다. 근데 그건 장점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과제나 일 하려면 카페나 도서관으로 나가야 되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항상 집에서 공부 잘했다. 집이 제일 조용하니까.

책을 가져오곤 별로 안 읽고 싶어도 그냥 냅두면 된다. 요즘 핸드폰 적당히 하려고 집에서 책을 많이 본다. 그렇다고 억지로 핸드폰을 안 보지도 않는다. 이왕 핸드폰을 볼 거면, 가사 좀 외우라고 메모장에 가사를 띄워놨다. 안 외우면 그냥 '그 노래가 안 부르고 싶나 보지.' 하면 된다.

예지몽으로 판명 난 꿈에서 점쟁이가, 넌 노래, 작곡 능력이 있는데 왜 일을 안 하냐고도 했다. 찔렸다. 공연이 없으면, 내년 봄부터 있을 공연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늘 레퍼토리를 늘리고 싶어 했다. 그러려면 겨울이 최적의 시간이다. 봄부터는 이미 익숙한 노래들 부르기 바쁘다.

애써 가사 외워놓고도 갑자기 안 부르고 싶어졌다고 하기도 했다. 그것도 그대로 놔둬도 된다. 어차피 또 나중에 부르고 싶어지는 날이 올 것이고, 그때는 이미 외워둔 게 있어서 더 편하게 바로 써먹을 수 있다. 내 관심이 순환하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그냥 지금 내가 중요하다.

얼마 전부터 자꾸 혼자 실실 쪼갠다. 뭐 어떤가. 어차피 사람들은 나에게 아무 관심이 없다. 예전에 어떤 할아버지는 지나가며 나보고 웃고 다니는 게 보기 좋다고 하셨다. 물론 거 웃고 다니는 거랑 쪼개고 다니는 건 좀 다르긴 한데. 좋은 일이 있는가 보지. 나는 웃고 있든, 쪼개고 있든 지금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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