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 사랑

난 널 믿어

260108

by 이가연

'내가 믿는 사람은 이렇게까지 날 죽기 직전까지 냅둘 수가 없는데.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구렁텅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8월에도 그랬다. 자기 때문에 한국에서 영국 다시 온 걸 알았으면, '너 안 보고 싶다. 그냥 돌아가라.'를 필히 해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피가 말랐다. 당연히 그 당일에 비행기표 끊어서 영국 갔다가 한국 돌아온 후, 매일 울며 처참하게 보냈다. 이렇게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그때 잘못하면 무슨 큰 일이 났을지 모른다. 그때 생각하면 어디 응급실 안 실려간 게 나는 진짜로 내가 대견하다. 그래, 솔직히 말하면 그때 '너 싫으니까 그냥 돌아가라'라고 답신 안 한 걸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거 같다. 소위 금융 치료로 안 될 게 없다고 하는데, 내가 영국 가고 싶을 때마다 가도 안 된다. 돈으로 치유되기엔 우리 집이 이미 잘 살아서. 당장 1억을 입금시켜줘도 눈 하나 깜빡 안 할 거 같다.


어제 유튜브 라이브에서는, 어떻게 2년이 지났는데도 그 정도일 수 있는지 한 분이 채팅을 남겨주셨다. 나도 기가 막힌다... 브런치에, 유튜브에 아무리 즐겁게 콘텐츠를 남겨도, 내 안에선 계속 아팠다. 라이브에서도 지옥이냐 불지옥이냐 차이였을 뿐 항상 지옥이었다고 얘기했다. 좀 즐거운 내용으로 글을 쓸 때는 그냥 지옥인 거고, 이런 글을 쓸 때는 불지옥인 차이다. 아무리 겉으로 보기에 잘 나가보여도, 나는 그래야만이 덜 죽을 거 같았다. 봉사 활동을 가서 세상에 내 쓸모가 보여야, 불어 공부를 하며 '그래 나는 6개 국어 능력자야'라고 주입을 시켜야, 덜 죽을 거 같았다. 도저히 행복할 수 없을 거 같다.


이렇게 많은 글을 썼어도, 아무리 내가 말을 잘해도,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염려가 든다. 그냥 그...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 떠올려보라. 장례식장에 가장 안 죽을 거 같은 젊은 가족 얼굴 사진 있고, 주변에서 소리 지르며 통곡하고 있고, 나는 멍하니 앉아있는 그 장면 떠올려봐라. 그러면 심장이 철렁하면서 공포가 밀려오지 않나. 아니다. 실종이다. 실종 상태고 경찰이고 주변인이고 모두가 죽었을 거라고 말하는데,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있을 거라고 믿는 상태.


그래서 내가 얘를 트윈 플레임으로 확신한다. 영혼이 찢겨져 있는 상태로 계속 사는 느낌이니까.



그 2024년 여름, 가을에 오빠는, 나보고 도대체 어떻게 살아있는지 모르겠다고 자기 같으면 이미 폐인 되어서 누워있었을 거라고 자주 그랬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단순히 내가 ADHD라서, 아이디어가 많아서, 열정과 에너지가 높아서, 이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도움을 잘 청할 줄 안다. 그건 ADHD랑 아무 상관이 없다. 도움을 못 청하는 ADHD인이 훨씬 많을 것이다. 어제는 유튜브 라이브에서 노래를 부르고 울기도 했다. 라이브에 와주시는 단골 분들은 내 사정을 이미 대충 아시고, 나를 좋아해주는 분들이다. 그 분들은 내 목소리를 듣고 마음이 차분해지고 좋다고 해주시고, 나도 위로를 받는다.



이 오빠는 걔 보고 싶다는 말을 2천 번은 들었다. 700일 넘게 지났으니까 2천 번 넘는 게 맞다. 매일 몇 번씩 말했다. 그런데 방금 당사자에게 한 번 말했다. 그 한 번이 문제가 된다면, 내가 사람 잘못 본 것이다.


"난 널 믿어. 그래서 걜 믿어."라는 말이 많이 힘이 되었다. 수많은 카톡 캡처를 했지만, 저 캡처는 수시로 볼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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